같은 목표를 공유하는 취준생들이 모여 정보를 나누고, 서로 도우며 공부하자는 취지로 운영되는 취업 스터디.
비용이 들지 않으면서 공부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취준생의 필수 코스로 여겨질 정도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이 신성했던 스터디의 세계가 문란해지기 시작했다. 무료를 가장해 학생들을 모은 뒤 슬쩍 비용을 챙기거나, ‘멘토’를 자청하는 이들이 학생들을 모아 마치 그룹 과외처럼 운영하는 문제성 ‘유료 스터디’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슈 체크] 유료 스터디 집중 점검, 누가 신성한 스터디를 더럽히는가
순수했던 스터디의 취지가 변질되기 시작했다. 취준생의 간절함을 악용한 상업적인 유료 스터디가 성행하면서부터다. 물론 약간의 비용이 들더라도, 기대만큼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야 두 손 들어 환영. 하지만, 무슨 일인지 유료 스터디 경험자의 상당수는 ‘비추’를 외치고 있는 상황이다.


고급 자료 제공한다며 ‘복사비’ 요구, 받아보니 온라인 자료 짜깁기?
인적성 관련 스터디를 알아보기 위해 취업 커뮤니티를 살펴보던 A군. 스터디 모임 장소가 학교와 가깝고, 시간도 적절한 인적성 스터디 2개를 발견했다.

“일단 두 곳 모두 연락을 했어요. 그런데 두 곳이 같은 스터디더라고요. 하나는 스터디 리더가, 하나는 팀원이 올린 것이었죠. 처음에는 왜 그런지 몰랐는데, 알고 보니 스터디 리더가 취업 커뮤니티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어 글이 수시로 삭제되는 바람에 팀원이 함께 올리는 것이었더라고요.”

이와 같은 사실을 알지 못했던 A군은 스터디에 참여하기 위해 리더와 연락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그런데 자신을 ‘스터디 리더’라고 소개한 이는 다짜고짜 A군에게 스터디 시간과 장소를 공지하고는 자료 복사비 명목으로 비용을 요구했다.

“일반적으로 스터디에 참여할 때는 전공, 나이, 스터디 경험 등을 묻는데 아무것도 묻지 않으니 수상했죠. 게다가 듣도 보도 못했던 복사비를 내라니요. 수상한 마음이 들어 수소문을 해봤는데 황당하게도 그 스터디 리더라는 사람은 중국 유학생이더라고요. 수업 자료도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인데 돈을 주고 파는 거였죠. 완전 사기 당할 뻔했어요.”

겉으로는 ‘무료’라고 간판을 내걸고는 정작 스터디에 참여하면 요상한 명목으로 비용을 요구하는 유료 스터디가 성행하고 있다. 간식을 제공한다며 ‘다과비’라는 이름으로 비용을 챙긴다거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료를 복사해 나눠주겠다며 ‘복사비’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표적. 일반적으로 구할 수 없는 고급 정보를 공유하는 양 행동하지만, 알고 보면 조금만 발품을 팔면 온라인이나 취업정보실 등에서도 구할 수 있는 자료가 대부분이라 비용을 낸 이들을 황당하게 하고 있다.


8시간에 30만 원, 정작 멘토링은 30분?!
S그룹을 목표로 하는 취업 스터디에 참석한 B양. 8시간에 30만 원이라는 금액이 부담스러웠지만 전문 멘토가 도움을 준다기에 큰맘 먹고 스터디에 참여하게 됐다.

“4시간씩 2회에 나눠 진행하는 스터디였는데, 처음 4시간은 멘토의 강의가 진행됐어요. 자소서를 어떤 식으로 작성해야 하는지, 시사는 어떤 방향으로 써야 하는지 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죠. 그리고 S그룹의 최신 이슈와 인재상 등에 대해 설명 들었어요.”

다음 4시간은 에세이 피드백, PT 모의면접이 진행됐다. 하지만 실제 B양이 멘토링을 받은 시간은 1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

“멘토 한 명이 스터디원의 에세이를 돌아가며 피드백 해주기 때문에 정작 저에게 할당된 시간은 30분 정도밖에 되지 않았어요. 다른 친구들이 피드백을 받을 때는 멍하니 기다려야 했고요. 그리고 이어진 PT 모의면접도 황당했어요. 스터디원이 직접 기출문제를 찾아와 발표하는 형식이라니…. 게다가 한 명이 발표하는 시간은 5분 정도밖에 되지 않고, 멘토는 발표 후 몇 마디 피드백을 툭툭 던져주는 방식이라 다들 손으로 받아 적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막상 적어놓고 보면 피드백 내용도 명확한 것이 아니라 실망스럽더라고요. 솔직히 30만 원이 너무 아까웠어요.”

최근 눈에 띄는 스터디 모집 공고 중 하나는 ‘멘토링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학생들끼리만 모인 스터디가 아닌, 취업컨설턴트나 취업에 성공한 선배, 인사담당자 등의 ‘멘토’가 함께 참여하는 스터디를 진행한다는 내용. 이 얼마나 솔깃한 제안인가! 하지만 기대감을 갖고 찾은 스터디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기란 쉽지 않다. B양의 경우처럼 멘토가 개인적인 피드백보다는 강의식 지도를 주로 하며, 개인 피드백을 해줄 때도 여러 명의 스터디원을 봐줘야 하기 때문에 개인에게 할당된 시간이 매우 적다는 것이 큰 불만 중 하나다. 또한 정식으로 등록된 학원이나 사업체도 아닌 곳에서 전문성, 신뢰성이 떨어지는 이들을 ‘멘토’로 앞세우고 있는 것도 문제. 이를 증명하듯 대부분의 유료 스터디는 이제 막 준비를 시작하는 취업 새내기를 타깃으로 진행하고 있다. 취업 준비를 오래 해온 사람이라면 개인이 가진 정보력이 있어 스터디의 수준을 쉽게 간파할 수 있기 때문. 실제로 한 유료 스터디의 경우, 체계적인 과정으로 취업 준비를 돕는다고 학생들을 모집하며 ‘여러 차례 취업과 관련한 소모임을 경험해본 사람보다 시작하는 사람에게 유용하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현직자들이 직접 참여한다는 스터디의 수준도 마찬가지. 인사담당자가 진행하는 유료 스터디에 참여해본 C군은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 시즌 동안 이런 스터디를 활용했는데, 모두 같은 말만 반복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현직자’라는 단어에 마음이 혹하게 되지만 결국 돈을 내고 듣는 내용은 캠퍼스 리크루팅이나 취업 설명회에서도 똑같이 들을 수 있는 내용일 뿐이라는 것이다.


문제성 유료 스터디, 피해가려면?
이 같은 유료 스터디의 특징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일단 참석’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몇몇 유료 스터디에 문의 메일을 보내니, 이들은 공통적으로 ‘일단 OT에 참석해보라’는 권유를 했다. 개인적인 스펙(전공, 지원 직무, 나이, 스터디 경험, 자격증, 어학점수 등)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 게다가 스터디 비용에 대해서는 선 입금을 원칙으로 했다. 몇 주간에 걸쳐 진행되는 스터디의 비용을 OT에 참석하기 전에 입금하라는 것이다. 한 유료 스터디는 메일로 스터디의 간략한 커리큘럼을 보낸 뒤 8주 과정의 전체 비용(25만 원)을 요구했는데, 일단 수업에 참석하면 환불은 불가하다는 황당한 공지를 하기도 했다.

유료 스터디로 인한 피해 사례가 늘어나면서 취업커뮤니티에서는 유료 스터디 모집을 금지하고 있다. 취업커뮤니티 스펙업의 경우 유료 스터디 공지 작성자를 블랙리스트에 추가하고, 무기한 카페 활동 정지 및 게시글 삭제 처리를 하고 있다. 하지만 매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될 정도로 유료 스터디 모집 공고의 양이 워낙 많고, 판별도 어렵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필터링을 하는 것에도 한계를 느끼는 상황. 스펙업 관계자는 “유료 스터디가 아닌 것처럼 공고를 올리거나, 한 사람이 여러 아이디를 바꿔가며 공지를 올린 뒤 지난 모집 글은 삭제해 버리기 때문에 판별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때문에 개인적으로 스터디 참여 전 유료 스터디를 판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스펙업 관계자는 “스터디 모집 공고의 작성자 아이디를 검색하는 것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것처럼 공지를 해도 같은 글을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다면 유료 스터디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과대광고라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스터디를 홍보하거나, 공지에 나와 있는 연락처가 메일이나 SNS 아이디일 경우도 유료 스터디의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글 박해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