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업 상반기 공채 프리뷰
올해는 ‘진짜’ 탈(脫)스펙 바람이 불 전망이다. 삼성을 필두로 올 상반기 채용을 준비하는 주요 기업들이 속속 ‘탈스펙 채용방식’을 내놓고 있기 때문. 학점, 영어점수 등 이력사항 대신 직무역량을 중심으로 평가하겠다는 방침이 뚜렷하다.삼성은 지난 1월 발표한 ‘채용 개편안’에서 산학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직무능력을 쌓은 이를 우대하겠다고 밝혔다. 비록 총·학장추천제 여파로 개편안을 취소하긴 했지만 직무능력을 중시하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LG전자도 일부 직무의 전형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전공지식이 중요한 R&D 직무의 경우 지원자의 전공필수과목 성적만으로 평가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 패션 기업은 일부 직무에 한해 서류전형 대신 포트폴리오만으로 인적성 응시자를 가리는 새로운 전형을 도입하기로 했다.
삼성그룹 “SSAT 개편하고 SCSC 새로 도입”
삼성그룹의 3급 신입공채 원서 접수가 3월 24일 시작된다. 원서 접수는 5일간 진행되며 마감일은 28일이다. 삼성직무적성검사(SSAT)는 4월 13일 실시한다.
특히 올 상반기 SSAT에 대대적인 개편이 있을 전망이다. 삼성그룹은 지난 1월 18일 ‘공채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공간지각력 영역을 추가하고 언어·수리·상식 영역에선 논리력 중심의 문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상식 영역에서 인문학, 그중에서도 역사와 관련된 문항을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이 이 같은 시도를 하는 것은 사고력과 창의력을 보유한 우수인재가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 아울러 삼성은 자사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직무능력을 검증받은 인재를 우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비록 여론에 밀려 채용 개편안이 표류하긴 했지만 삼성의 이 같은 채용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
이를 증명하듯 삼성은 올 초 ‘SCSC 연계전공 프로그램’을 새롭게 도입하고 일부 학교에서 설명회를 가졌다. SCSC(Samsung Convergence S/W Course)란 매 학기 시작 전 학교당 50명에서 많게는 80명가량의 비전공자를 선발해 소프트웨어 지식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이다. 서울대, 인하대 등 전국 26개 대학과 연계를 맺고 최종 통과자에게는 삼성전자와 삼성SDS 공채 지원 시 직군에 관계없이 기술 면접에서 가산점을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LG그룹 “R&D직군 채용방식 바꾼다”
LG그룹은 올해도 계열사별로 따로 채용을 진행할 방침이다. 3월 10일엔 LG하우시스, 3월 28일에는 LG유플러스 등 계열사의 원서접수가 예정돼 있다.
계열사별로 각기 다른 날 실시하던 인적성 검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2일의 일정을 잡아 집중 실시하고 있다. 이는 계열사별 중복지원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올해도 이 흐름은 이어질 전망이다. LG그룹의 이번 상반기 인적성 검사는 4월 5일과 26일로 예정돼 있다.
LG그룹은 이번 채용 때 특히 연구개발(R&D)직군 지원자에 대해 직무역량 평가를 강화할 방침이다. R&D직 대졸 신입사원을 뽑을 때 평균 학점이 아닌 전공필수 성적만 따지기로 한 것이다. 신입사원의 전공 역량이 과거보다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에서 나온 조치다. 안승권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사장)는 “최근 5년 동안 들어온 신입사원, 특히 엔지니어의 역량을 평가한 결과 교육 성적이 출신 대학이나 전공과 별 상관관계가 없었다”며 “엔지니어를 채용할 때 그동안 획일적으로 대학 4년간 평균 학점을 봤는데, 올해부터는 전공필수 과목만 따로 뽑아서 평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또 공학교육을 제대로 이수했는지 평가해주는 공학인증제를 도입한 대학의 졸업생에게 가산점을 줄 계획이다. 정상적으로 교육을 받고 자기 전공에 매진한 학생들이 취업에서 유리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LG하우시스는 이번 상반기에 아예 대졸 공채를 뽑지 않는 대신 R&D직군만을 대상으로 채용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1, 2차로 나뉘어 있던 면접을 2013년 하반기 들어 하루에 몰아 실시했던 LG유플러스는 이번 상반기에 ‘다중토론면접’ 방식을 새롭게 도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도 ‘채용방식 변화’ 고심 중
2013년 상반기 인적성 검사를 돌연 폐지했던 한화그룹은 다양한 채용방식을 놓고 고민 중이다. 계열사별로 개별 채용을 진행해온 한화는 일부 채용담당자 사이에서 ‘채용방식을 단일화하자’는 의견이 나오면서 변화를 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계열사별 이색 채용설명회 도입도 고려하고 있다.
3월 7일부터 15일까지 서류를 접수하는 CJ는 4월 초 인적성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올해도 서류전형을 시작으로 인적성 검사, 1차 면접(심층면접·직무면접·임원면접), 2차 면접으로 이어지는 전체적인 채용흐름을 그대로 유지한다.
CJ는 상반기 공채 시즌에 맞춰 새로운 형태의 채용행사를 열 예정이다. 전국 대학가 주변의 투썸플레이스에서 멘토링 프로그램을 여는가 하면 ‘내:일을 말하다 - 아웃도어 멘토링’이라는 이름의 무박 캠핑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현대차그룹은 3월 초 원서 접수를 시작한다. LG그룹과 마찬가지로 2013년 하반기 들어 계열사 인적성 시험일을 통일했던 현대차그룹은 올해도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계열사가 같은 날 인적성 시험을 실시하기로 했다. 2013년에는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이 같은 날 시험을 진행했다.
3월 3일부터 2~3주간 원서를 받을 예정인 SK그룹은 이번 상반기에도 인턴십 위주 공채를 진행할 계획이다. 신입사원 공채 대신 하계인턴을 뽑아 실습을 통해 직무능력을 우선 평가하기 위해서다.
학점, 어학 등 서류전형 대신 직무역량으로 선발하는 ‘바이킹챌린지’ 채용은 그대로 유지한다. 진동철 SK기업문화팀 프로젝트 리더(PL)는 “바이킹 챌린지를 통해 새로운 선발 도구에 대한 가능성과 젊은 세대를 이해할 수 있었던 만큼 2014년에는 이 전형의 완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글 이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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