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는 2% 부족해… 남보다 한 발 앞서려면 ‘제2외국어’ 배워 봐!
‘기본 스펙’이라는 말이 있다.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 치고 토익이나 토플 같은 공인 영어시험 준비를 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영어권 국가에서 살다 와 네이티브 스피커 수준이라 하더라도, 서류지원 시에는 토익 점수를 적어내야 비로소 다음 관문의 자격이 주어지는 경우도 흔하다. 금융권 입사를 준비하는 취준생들에게는 펀드투자상담사 자격증 등 소위 ‘금융 3종’이 기본 스펙으로 통하기도 한다.

기본이라는 건 말 그대로 누구나 갖춰야 하는 조건을 뜻한다. 돌려 말하자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스펙’이란 의미다. 반대로 나만이 가진 특이한 스펙은 ‘기본’을 넘어 ‘특별한’ 스펙이 된다. 어학 능력으로 보자면 ‘제2외국어’가 바로 그런 특별한 스펙이 될 수 있다.

제2외국어는 영어를 제외한 다른 외국어를 말한다. 중국어, 일본어,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 전 세계 모든 나라, 민족의 언어가 대상이다.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세계 시장 개척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필수조건이 된 지 오래다. 당연히 해당 국가(지역)의 언어 특기자는 선발 과정에서 가산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요즘 취준생들이 제2외국어 배우기에 열중하는 이유다. 내게 맞는 제2외국어,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



중국어

요즘 가장 핫한 제2외국어. 중국어는 전 세계 인구의 5분의 1이 사용하는 국제 언어이다. 중국 본토는 물론 홍콩·마카오 같은 자치권을 비롯해, 싱가포르·말레이시아·베트남 같은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도 화교들의 위세 아래 영향력이 큰 언어로 분류되고 있다. 사용 인구만 봐도 영어에 이어 두 번째다.

제2외국어로서 중국어의 위력은 굳이 부연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중국은 이미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자, ‘경제동물’이라 불리는 일본의 경제 규모를 넘어선 지 이미 오래다. G2로 불리며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고 있는 나라이기에, 국내 기업은 물론 무역을 하는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가 중국과 연결돼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중국어 실력을 인증하는 자격증은 HSK(Hanyu Shuiping Kaoshi, 한어수평고시의 중국어 표기)가 있다. HSK는 중국 정부 기구가 출제와 채점, 증서 발급을 책임지는 유일한 중국어능력 표준화고시이다. 현재 전 세계 58개 국가, 159개 지역에서 시행되고 있다. ‘HSK 1급 ~ 6급’의 필기시험과 ‘HSK 초급·중급·고급’ 회화 시험으로 나뉘어 시행되며, 필기시험과 회화시험에 각각 개별적으로 응시할 수 있다. 자세한 시험 일정이나 세부 안내는 HSK 한국 홈페이지(www.hsk.or.kr)를 참조하면 된다.



아랍어

아랍어는 이란을 제외한 중동 지역의 거의 모든 국가와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약 3억 명의 인구가 사용하고 있는 언어다. 중동은 전통적인 건설·플랜트 수출국이자 석유로 대표되는 에너지 수입국이다. 건설사, 정유사 등 중동지역에 진출해 있는 국내 기업은 아랍어 가능자를 꾸준하게 뽑고 있다.

중동 지역은 최근 석유를 기반으로 하는 오일머니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오는 2022년에 열리는 카타르월드컵이 상징적인 예. 카타르는 월드컵 개최 준비 예산으로 600억 달러 이상을 책정해 각종 건설 인프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신·증축 경기장, 철도·지하철, 공항·항만, 도로·교량 등 대형 발주가 기대된다.

아랍어의 경우 현재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는 별도의 자격 인증 시험은 없다. 기업에서도 현지 유학 경험이나 전공자를 우대하는 수준. 최근에는 미국 국무부가 인정하는 국제 공인 아랍어 시험인 ‘ACTFL OPI Arabic’이 알려지면서 이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영어로는 2% 부족해… 남보다 한 발 앞서려면 ‘제2외국어’ 배워 봐!
스페인어

스페인어는 유럽의 이베리아반도에 자리 잡은 스페인의 언어다. 하지만 사람들이 영어와 중국어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이 사용하는 언어이기도 하다. 바로 중남미 국가 때문이다. 브라질(포르투갈어)을 제외한 중남미 대부분 국가의 공용어는 스페인어다. 미국에서도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히스페닉의 비중이 백인 다음으로 클 정도다.

중남미는 ‘플랜트, 에너지, 발전, 철도, 건설’ 같은 대형 프로젝트의 보고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신흥시장으로서의 가능성과 넉넉한 내수시장 등으로 가전 같은 소비재 산업 역시 시장성이 매우 큰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실제로 2012년 한국의 건설·플랜트 해외수주 비중을 보면 중남미가 중동(56.8%), 아시아(30%)에 이어 3위(9.5%)다. 금액으로 보면 2012년 한 해 동안 중남미에서 61억 달러의 건설·플랜트 수주액을 기록했다. 지난 2002년과 비교해 2012년 사이 한국의 중남미 수출과 투자는 각각 4.1배, 8.5배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개발 잠재력이 가장 큰 지역으로 중남미를 꼽고 있다.

스페인 어학시험인 DELE(Diplomas de Espanol como Lengua Extranjera)는 스페인문화원 주관으로 매년 3회 실시한다. 시험은 초급, 중급, 고급 등 6단계(각 급당 2단계)로 나뉜다. 필기시험과 구술시험으로 진행되는데, 시험 신청 후 스페인문화원(대구)과 Aula Cervantes(서울)에서 치르며, 답안지는 스페인문화원 본부에 보내져 현지에서 직접 채점한다. 최저 레벨 응시료가 14만6000원, 최고 레벨은 28만5000원에 이르니, 실력을 갖추기 전에 재미 삼아 보는 우는 범하지 않도록 하자.





말레이어

말레이어는 기본적으로 말레이시아에서 사용하는 공용 언어이다. 동남아시아의 경우 영어, 말레이어, 태국어, 필리핀어(타갈로그어), 중국어 등 나라와 지역마다 다양한 언어가 통용되고 있다. 그 중 말레이어는 말레이시아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널리 쓰이는 언어다. 인도네시아어는 말레이어와 같은 계열에서 시작된 일종의 지역 토착어 개념으로, 두 언어 간에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큰 차이가 없다. 두 언어를 합쳐 ‘인니말레이어’라 부르기도 한다.

제2외국어로 말레이어가 주목받는 이유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두 나라가 동남아를 대표하는 신흥시장이기 때문이다. 특히 말레이시아는 정부 및 사업수행 효율성, 인프라, 치안 및 정치안정 면에서 동남아 다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높은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2020년 일등 선진국가로 도약하겠다는‘VISION 2020’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그 일환으로 IT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식품, 가전 등의 생활소비재 등 이미 진출해 있는 국내 기업 외에 IT 관련 인프라 구축에서 특히 주목해야 하는 배경이다.

인도네시아는 아세안 국가 중 최대의 인구(2억5000만 명, 세계 4위)와 국토면적을 자랑하는 나라로, 최근 3년간(2010~2012) 연 6% 이상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한 신흥국이다. 반면 도로, 철도, 항만, 공항 등 인프라 경쟁력은 태국이나 말레이시아에 비해 한참 뒤떨어진 편. 소득 증대와 인구 증가 등으로 향후 8년간(2013~2020) 인도네시아의 인프라 수요는 237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 시행하는 공인 어학시험은 (사)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가 한국외국어대학교의 플렉스(FLEX) 시험에 위탁해 치르는 것이 거의 유일하다. 매년 1월에 공고가 나고, 1년에 한 번(올해는 2월 15일) 정도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연초에 협회 홈페이지 공고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글 장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