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플레이어가 아니란 걸 먼저 인정해!”

[지상 멘토링] 일과 가정, 다 잡는 슈퍼우먼 되고 싶니?
약력
1974년생
1998년 연세대 생물학과 졸업, 한국MSD 입사
2002년 화이자,아스트라제네카 마케팅 및 영업
2007년 한국MSD 영업 지부장, 마케팅 매니저, 영업총괄 본부장
2013년 경영전략지원 파트 상무


직장 여성들은 사회적인 성공과 더불어 완벽한 가정을 꾸려나가는 ‘슈퍼우먼’의 모습을 꿈꾼다. 그러나 그 꿈을 실현하는 이는 많지 않다.

한국MSD 오소윤 상무는 그런 면에서 많은 여성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7명의 대가족을 꾸려가면서 30대의 젊은 나이에 글로벌 기업 임원으로 승진해 자신만의 커리어를 쌓고 있기 때문이다. 캠퍼스 잡앤조이 대학생 기자들이 일과 가정,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그녀의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한국MSD의 소개 부탁드려요.
MSD는 1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3대 제약회사 중 하나입니다. 전 세계 140여 국가에서 의약품, 백신, 바이오 치료제 등을 개발하고 있죠. 미국에서는 삼성이나 포스코처럼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는 회사예요. 한국MSD에서는 자궁경부암 백신 ‘가다실’과 당뇨 치료제 ‘자누비아’, 피임약 ‘머시론’ 등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회사에 여성 임원이 많더라고요.
총 12명의 임원 중 8명이 여성이에요. 4개 영업부서 중 3개 부서의 임원이 여성이고요. 저도 영업부에서 12년 정도 근무했어요. 마케팅 부서를 거쳐 지금은 커머셜 오퍼레이션스(Commercial Oper- ations), 즉 경영전략지원부서를 책임지고 있죠.

7명의 대가족을 꾸려가는 워킹맘이시라고 들었어요. 젊은 나이에 사회적으로 성공하면서도 가정을 잘 돌볼 수 있는 노하우는 무엇인가요?
일단 멀티플레이어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야 해요. 모든 것을 혼자 해내려고 하는 것은 무리예요.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하죠. 그러고 나서 도움이 필요한 것은 가족에게 요청해요. 예를 들어 집안일을 혼자 하는 것이 벅차다고 생각하면 빨래는 남편이, 청소는 시어머님이, 아이 돌보기는 시아버님이 하도록 업무를 분담하는 거죠. 제가 늘 그렇게 했더니 아이들도 제가 없을 때 가족에게 할 일을 나눠준다고 하더라고요.(웃음)

회사의 복지도 적극 활용했어요. 근무 시간을 오전 10시부터 오후4시 중심으로 조율하는 ‘근무시간연동제’가 있는데 덕분에 아들 학교 녹색어머니회에 꼬박꼬박 참석할 수 있었죠. 매주 금요일에는 모든 직원이 1시간 일찍 퇴근하는 ‘패밀리데이’도 실시하고 있어 가족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요.

좋은 복지가 많이 있네요.
여성을 위한 복지가 잘돼 있어요. 1세 미만의 자녀를 둔 여직원은 1시간 단축 근무를 하는 ‘단축근무제’를 쓸 수 있고, 임신 중인 직원에게는 월 1회 휴가가 지급돼요. 수유 중인 여직원들을 위한 ‘엄마의 방’도 마련돼 있어요. 직원 건강을 위해 자사 백신 프로그램과 건강검진, 생명보험 등도 제공하고 있고요. 사실 회사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것은 인재 개발 프로그램의 하나인 ‘순환근무제’예요. 본인 업무 외에 자신의 커리어에 도움이 될 만한 부서에서 새로운 업무를 해볼 수 있죠. 저는 작년에 호주에 가서 새로운 업무를 2개월간 하고 왔어요. 자신이 입사한 부서에서만 계속 근무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업무를 배우면서 일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거죠. 제가 영업직으로 입사했지만 마케팅 부서에서도 일하고 지금 전략기획팀까지 올 수 있던 것도 그 덕분이에요.

일과 가정을 함께 돌보려면 스트레스도 많이 받을 것 같아요.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엄마 역할과 회사의 직원 역할이에요. 그 두 가지를 가장 우선시하죠. 가장 힘든 것은 며느리 역할인 것 같아요.(웃음) 저희 집안에 제사가 정말 많아요. 매달 제사가 한 번씩 있을 정도죠. 며느리도 저 한 명뿐이거든요. 그래서 제사도 가족이 일을 나눠서 하죠. 아가씨들도 함께 돕고요.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으면 다 얘기하고 도움을 청해요. 혼자 끙끙거리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요.

영업직으로 입사를 하셨는데, 제약 영업은 여자가 하기에 힘든 일 아닌가요?
제가 입사했던 1990년대만 해도 안 좋은 문화가 팽배했어요. 술자리나 접대 같은 것이요. 하지만 이제는 문화가 바뀌어서 그런 것을 원하는 고객들이 없어요. 영업사원의 비율도 남성과 여성이 거의 같아졌죠. 그만큼 여자들이 일하기에 어렵지 않다는 거예요. 영업에 대해 부담을 갖는 것은 본인이 갖고 있는 선입견 때문인 경우가 많아요.
[지상 멘토링] 일과 가정, 다 잡는 슈퍼우먼 되고 싶니?
제약 영업이 일반 영업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일반 세일즈는 결과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제약 영업은 결과만큼 과정도 중요해요. 환자에게 필요한 약을 파는 것이기 때문에 윤리의식을 가져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약에 대한 정확한 지식도 풍부해야 하죠. 이것을 바탕으로 고객인 의사들에게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해요. 제약 영업이 어려운 점은 아마 여기에 있을 거예요. 고객이 의사라는 거죠. 의사는 소위 말하는 ‘고학력자’에다가 ‘전문 직군’이니, 그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많이 준비를 해야 해요.

마케터로 일하신 경력도 있으세요. 마케팅과 영업은 비슷하면서도 다를 것 같아요.
마케팅 경력이 3년 반 정도 돼요. 사실 제약 마케팅은 다른 업계 마케팅과 달라요. 영업부터 시작한 사람들이 경력을 쌓아 마케팅 업무를 하는 경우가 많죠. 이처럼 현장 경험 많은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탁상공론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제약 마케팅은 다른 마케팅처럼 어떤 상품을 멋지게 포장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에요.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적절한 곳에 쓰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죠. 때문에 과대광고를 할 필요도 없고, 어떤 이미지를 애써 만들 필요도 없어요. 일반 마케팅과는 그런 점에서 차이가 있죠.

상무님의 영업·마케팅 노하우가 있으시다면 전수해주세요.
영업사원들에게 가장 어려울 때가 언제냐고 물으면 대부분 고객을 만나기 위해 방문을 노크하는 순간이라고 대답해요. 누구나 새로운 일을 접할 때는 두려움을 느낄 수 있죠. 저는 그런 면에서 도전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남들보다 적었던 것 같아요.

또 저는 회사에 입사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2시간 일찍 출근하고 있어요. 남들보다 일찍 출근해서 업무를 정리하고 개인적인 공부도 하면서 스스로에게 투자를 하죠. 그런 시간들이 쌓여 지금의 결과물을 만든 것 같아요. 어떤 일을 하든 꾸준한 성실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저는 ‘만 시간의 법칙’을 믿어요. 투자한 만큼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하거든요. 매일 2시간씩 공부한 사람과 4시간씩 공부한 사람이 1년이 지났을 때 얼마나 차이가 크겠어요. 투자하고 노력할수록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시야를 넓히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저도 대학에 다닐 때는 아는 회사가 몇몇 대기업밖에 없었어요. 그 안에서만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노력했죠. 하지만 시야를 넓히니 나에게 더 잘 맞는 곳을 찾을 수 있었어요.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자신이 가고 싶은 목표를 정해 관련 분야의 사람들도 만나보고 아는 폭을 넓혔으면 해요.


글 박해나 기자│사진 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