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활동의 명암

눈 양옆에 가리개를 장착한 경주마처럼 목표가 어딘지도 모르고 달리기만 하는 대학생들.
이런 대학생들을 ‘서포터즈’ ‘홍보대사’ 등의 번지르르한 이름으로 두 팔 벌려 환영하는 곳이 있다.
그들의 시간과 노력, 비용을 착취하는 대외활동이 그것. ‘다양한 경험을 하고 사회활동을 미리 접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취지 뒤에 숨겨진 어두운 그림자를 쫓았다. 그리고 대외활동의 달인에게 듣는 현명한 대외활동 선택팁까지.



대외활동에 지원하기까지 학생들은 큰 결심을 해야 한다. 학점과 토익, 자격증 공부와 함께 병행해야 해서 큰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값진 경험을 쌓고 운이 좋으면 취업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기회가 있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도전한다. 너도나도 대외활동에 지원하다보니 이를 악용하는 기업·기관들도 나타나고 있다. 대학생들의 시간과 노동력, 열정까지 모조리 훔치는 대외활동의 피해 사례 3가지를 찾았다.


Case 1
사라져버린 짱짱한 커리큘럼

처음 듣는 기업이지만 알찬 활동 내용과 혜택에 눈과 귀가 번쩍 뜨인다. 하지만 막상 활동이 시작되자 계획됐던 활동 내용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결국은 수료식도 없이 끝나버렸다. 주최 측이 처음 운영하는 경우 자주 발생하는 일이다.

선배의 추천으로 한 기업의 ‘브랜드 마케터’에 지원한 박지원(22) 씨. ‘세계 최초로 브랜드를 위한 마케팅’을 펼친다는 으리으리한 타이틀에 관심이 갔다. 활동 우수자에게 상금은 물론 인턴 및 정규직 채용 시 가산점을 부여한다는 혜택도 눈에 띄었다. 브랜드 마케터로 선발된 박씨는 한 달가량 진행되는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팀 활동’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오프라인 만남은 전무했고 오리엔테이션도 온라인으로만 진행되는 등 허술함이 보였다. 미션을 완료할 때쯤에는 또 다른 미션이 쉴 새 없이 주어졌다. 학생들을 배려해준다던 대외활동은 온데간데없었다. 그러나 미션 평가를 하는 명확한 기준이 없고 방법도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아 참가자들의 질문은 점점 많아졌다. 결국 질문에 대한 답은 돌아오지 않은 채 활동은 흐지부지 사라지고 말았다. 1기 수료자가 있는지조차도 알 수 없다.

현재 ‘브랜드 마케팅’이라고 쓰인 홈페이지는 ‘없는 페이지’로 나와 있으며 ‘마케터’들이 활동했던 온라인 카페는 광고글로 도배된 유령카페로 전락했다.



Case 2
아무도 모르는 선발 기준, 말 바꾸기까지!


600 대 1, 공채 경쟁률이 아닌 대외활동 경쟁률이다. 대외활동에 대학생들이 몰리는 이유는 해외여행과 인턴십 기회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렇게 빡빡한 경쟁률을 무시하고 ‘지인’이나 ‘학벌’로 합격시키는가 하면 처음 공지했던 활동 내용과 다르게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12월 지방대에 재학 중인 박미진(23·가명) 씨는 한 매체에서 모집하는 1기 대학생 기자단에 지원해 합격했다. 처음 들어보는 매체였지만 유명 배우가 그곳의 명예기자라고 하기에 의심을 접었다. 그런데 1박 2일로 진행되는 발대식에 참여하면서부터 접어뒀던 의심이 하나둘씩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기존에 공지했던 혜택과 수료 과정이 달라진 것. ‘기사가 출고되면 원고료를 지불하겠다’고 했던 주최 측이 발대식 당일 ‘원고료는 1년간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인 학생 몇 명을 선발해 장학금 형식으로 지불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지원서도, 면접도 없이 지인의 덕으로 기자단에 선발됐다고 귀띔하는 조원도 있었다. 주최 측 간부 중 한 명이 자신의 사촌이라고 했다. 발대식 당시 모여 있는 조별로 주최 측 관계자들이 ‘멘토링’을 해준답시고 와서 한 말은 차마 듣기가 힘들었다. “지방대 학생들은 언론인이 되기 힘드니 학벌세탁을 하라”는 말이었다. 또 “공부 좀 열심히 하지…. 그 대학은 어디야?”라며 혀를 차기까지….



Case 3
‘홍보’와 ‘마케팅’의 본질은 전단지 배포?


기업이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면서까지 대외활동을 지원하는 목적은 바로 ‘홍보’. SNS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대부분의 대외활동 지원자 우대사항에는 ‘SNS 활용 우수자’가 빠지지 않는다. 오프라인 홍보 목적으로 전단지 배포 활동을 강요하는 일도 부지기수. ‘자발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오프라인 활동이 미흡하면 수상자나 수료자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임할 수 밖에 없다.

한 증권사의 서포터즈로 활동했던 윤유민(24·가명) 씨는 증권사의 새로운 상품과 이벤트를 홍보하는 홍보요원으로 나섰다. 인지도가 높은 기업이었기 때문에 의심하지 않고 지원했다. 첫 활동은 오프라인 홍보 미션. 윤 씨는 조원들과 함께 가까운 지점에서 수령한 물품에 상품과 이벤트를 잘 나타낼 수 있는 문구를 새겼다. 적극적인 활동을 보여줘야 했고, 또 지정된 미션이었기에 당연한 듯 따랐다. 하지만 온종일 전단지를 배포하고 난 뒤 아르바이트와 다를 게 없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해당 기업은 학생들에게 기획력을 키워주고 증권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윤 씨와 같은 활동을 하는 대학생은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홍보를 목적으로한 대부분의 활동이 대학가나 도심에서 전단지·홍보물 배포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일’이 ‘활동’으로 둔갑해 대학생들의 시간과 노동력을 뺏고 있다.



대달(대외활동의 달인) 스펀지문이 알려주는 대외활동에 임하는 5가지 자세

대달 스펀지문
경기대에 재학 중인 관광학도. 대외활동에서 ‘스펙’ 그 이상의 것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는 진정한 대외활동의 달인이다. 빡세기로(?) 유명한 카페베네, 아시아나항공, G마켓, 기아자동차 등의 대외활동에 참여하고 그 노하우를 블로그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
[이슈 추적] 너의 대외활동, 혹시 빛 좋은 개살구?!
선배기수를 보고 판단하라
보통 대외활동의 ‘1기’는 매우 까다롭게 선발한다. 1기가 기반을 잘 다져야 2기·3기로 이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대외활동의 위기는 ‘3기’부터 찾아온다. 2기까지는 1기 선배기수가 잘 이끌어주기 때문에 안정적이지만 3기·4기는 활동이 흐지부지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3기 이상의 대외활동은 안심할 수 있다는 말씀. 네트워킹이 잘 형성돼 있다면 대외활동으로 인맥까지 쌓을 수 있으니 대외활동 지원 전 선배기수와의 네트워킹을 유심히 살펴보자.


두 마리 토끼, 다 잡을 수 있다
대외활동, 학점, 자격증…. 한꺼번에 해야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리며 대외활동을 위해 휴학하는 학생이 더러 있다. 하지만 학업과 대외활동이라는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이들은 ‘같은 방향’으로 뛰는 토끼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대외활동이라면 학생들의 일정을 배려하는 경우가 많다. 주말이나 시험 기간이 끝난 뒤, 또는 방학을 이용해 캠프를 진행하거나 OT를 진행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학교 내에서는 학업에 열중하고 학교 밖에서는 대외활동에 집중하면 된다.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라
아직 자신의 목표나 꿈을 찾지 못했다면 대외활동을 적극 이용해보자. 마케팅이나 기획, 기자의 일을 접하고 활동하며 집중하다 보면 자신이 흥미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꿈이 명확한 사람도 다양한 대외활동에 도전해보는 것이 좋다. 다양한 경험은 튼튼한 새싹을 만들 수 있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 잊지 말자.


인턴십 대신으로 활용하라
각 기업의 인턴 채용 기간에는 정규 채용만큼이나 지원자가 몰린다. 기업의 업무를 익히고 분위기를 살필 수 있는 최고의 기회이기 때문. 그러나 인턴십을 준비하는 시간도 만만치 않다. 해당 기업의 대외활동을 잘 활용한다면 인턴십 못지않은 경험을 할 수 있다. 탄탄한 대외활동의 경우 기업 인사 담당자와 만날 기회, 본사에 직접 방문하는 기회도 마련된다. 기업 인사담당자를 만나서 질문하고 답을 얻는 것만으로도 좋은 팁이 될 수 있다. 인턴십의 축소판이라 생각하고 임하라.


대외활동은 이벤트가 아니다
대외활동에 임할 때는 ‘스펙 한 줄’, 그 이상의 것을 얻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대외활동은 생각보다 많은 책임감이 필요하다. 후배기수나 선배기수와의 인연을 이어나가는 것은 물론 그곳에서 배운 기획력과 봉사정신 등이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글 김은진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