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가 전국의 대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설문조사에 나섰다. 리서치 전문회사 글로벌리서치와 함께 취업을 목전에 둔 이들에게 ‘올해 가장 활약이 두드러진 최고경영자(CEO)’가 누구인지를 물은 것이다. IT·자동차·건설 등을 비롯한 주요 업종을 13개로 나누고, 각각의 기업 CEO 중 각자가 생각하는 ‘올해의 CEO’를 선택하도록 했다. 업종별 후보 기업은 자매지 ‘한경비즈니스’의 100대 기업을 참조했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 중 시가총액과 매출액,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100위 안에 든 기업이 대상이다. 기업 인지도나 시가총액 면에선 상위에 속하지만 순이익 급감 등으로 후보에 오르지 못한 몇몇 기업도 조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2012 대학생이 뽑은 올해의 CEO
조사 개요
조사 기관 : 글로벌리서치
조사 대상 : 남녀 대학생 1000명(남자 504명, 여자 496명)
조사 지역 : 서울·경기 및 6대 광역시
조사 방법 : 온라인 조사
조사 기간 : 2012년 11월 6~9일
표본 추출 : 할당 표본 추출
표본 오차 : 95% 신뢰 수준에서 ±3.1%p
기업 분류 : 한경비즈니스 ‘2012 100대 기업’ 및 대학생 사전 인지도 조사


한 해를 정리하는 막달 12월. 12월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의 시간임을 모두 알고 있다. 특히 ‘취업’이 제일 목표가 돼버린 대학생들에게는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작’이라는 굳센 결심이 시작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올해의 CEO’ 조사는 한 해 동안의 실적은 물론, 평소 해당 CEO에 대해 가졌던 호감도나 인지도, 기업의 네임밸류 등에 좌우되는 경우도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사 결과가 큰 의미를 주는 건 장차 취업 전선에 뛰어들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기업과 경영 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는 데 있다. 더불어 해당 기업 입장에선 기업의 인지도·선호도를 파악하고 잠재 고객을 미리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올해 조사에선 작년과 마찬가지로 ‘삼성’과 ‘KB금융’의 저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이 압도적인 지지율로 1위에 올랐고, ‘IT·전기·전자·통신’ 분야에서도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1위를 차지했다. 금융 부문에선 KB가 어윤대 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해 은행, 카드에서 모두 1등 CEO를 배출했다.
2012 대학생이 뽑은 올해의 CEO
‘이건희·어윤대’ 투톱 누가 넘보리!

이번 ‘올해의 CEO’ 조사는 리서치 전문회사 글로벌리서치가 지난 11월 6일부터 9일까지 나흘간에 걸쳐 대학생 패널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남자 504명, 여자 496명 등 모두 1000명이 참여한 이번 조사는 지난 5월 본지 창간 2주년을 기념해 진행한 ‘닮고 싶은 CEO’ 조사와 비교해 재미있는 결과를 보였다.

두 가지 조사 모두 해당 CEO에 대한 평소 이미지, 선호도 등이 작용하게 마련. 하지만 인지도와 호감도에 크게 좌우되는 ‘닮고 싶은 CEO’와 달리 ‘올해의 CEO’는 실적과 경영활동 등 정량적인 평가가 우선일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닮고 싶은 CEO’ 조사에선 1위를 차지했다가도 이번 조사에선 순위권에만 이름을 올린 경우도 종종 눈에 띈다.

기업 분류도 좀 다르다. 우선 분류 항목을 세분화했다. ‘닮고 싶은 CEO’ 조사가 크게 제조업·비제조업·금융 등으로 나뉘었다면 이번 조사는 ‘IT·전기·전자·통신’ ‘자동차·자동차 부품’ ‘건설·중공업·조선·기계’ 등 총 13개로 업종을 구분했다. 더불어 지난해 진행한 ‘올해의 CEO’ 조사와 마찬가지로 ‘그룹’ 부문을 따로 떼어냈다. 흔히 ‘재벌’이나 ‘대기업’으로 부르는 기업집단의 총수(오너 경영인)와 해당 기업의 전문경영인을 따로 평가한 것이다.
2012 대학생이 뽑은 올해의 CEO
제조·금융 두루 미친 ‘삼성’의 힘

지난해 조사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삼성그룹의 저력은 줄지 않았다. 삼성은 ‘그룹’-이건희 회장, ‘IT·전기·전자·통신’-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증권’-김석 삼성증권 사장, ‘보험’-박근희 삼성생명보험 사장 등 제조업과 금융 부문에서 모두 1등 CEO를 배출해냈다.

‘오너’로 불리는 대기업 총수들은 흔히 ‘양날의 검’으로 불린다. 특히 ‘졸면 죽는다’는 말까지 등장한 무한경쟁 시대에 오너에 의한 신속한 의사결정은 한국 기업 특유의 장점으로 꼽힌다. 반면 독단적인 의사결정 구조는 자칫 개인의 잘못된 판단으로 기업 전체가 위기에 빠지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총수 경영의 장점을 극대화한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삼성그룹이다. 삼성은 창업주 이병철 회장에 이어 지난 1987년 이건희 회장이 바통을 이어받아 오늘에 이르고 있다. 삼성은 그동안 삼성전자·제일모직·삼성SDI 등 제조업을 비롯해 금융·IT 등까지 어우른 국내 최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미국의 애플에 대항하는 유일한 기업이라 평가받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병철 회장 시절에도 국내에선 최고 기업이었지만, 이건희 회장 대에 들어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기 힘든 이 회장의 공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이건희 회장은 ‘그룹(기업집단)’ 부문에서 28.8%의 지지율로 경쟁자들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한편 지난해 이 회장에 이어 2위를 차지한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은 올해 조사에선 3위(9.9%)로 밀렸다. 대신 2위 자리는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차지했다. 박 회장은 대기업 회장답지 않은 소탈함과 대중적 친화력으로 특히 청년층에게 인기가 높다. 트위터 활동도 활발한 ‘파워 트위터리안’ 중 한 명이다.

‘IT·전기·전자·통신’도 삼성전자의 권오현 부회장이 1위(23.4%)에 올랐다. 권 부회장은 지난 6월 최지성 부회장이 그룹 미래전략실로 옮기면서 새로이 삼성전자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삼성전자 수장이 된 지 반년에 불과하지만 권 부회장은 1980년대 중반부터 삼성전자의 오늘을 있게 한 ‘반도체’ 개발의 주역이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도 겸하고 있다. 이석채 KT 회장은 12.7%의 지지율로 이 부문 2위에 올랐다. 이 회장은 관료 출신이라는 핸디캡을 깨고 KT의 민영화를 정착시킨 것으로 평가받는다.

‘자동차·자동차 부품’ 부문은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독주가 쉽게 예상된다. 역시 김충호 현대자동차 사장이 26.2%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고, 그 뒤를 이형근 기아자동차 부회장(17.5%),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12.3%), 전호석 현대모비스 사장(11.8%) 등이 이었다. 전호석 사장은 완성차 업체 위주의 순위 경쟁에서 부품사로는 유일하게 톱4에 들었다.

‘건설·중공업·조선·기계’ 부문에선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1위(18.9%)에 올랐다. 포스코의 경우 계열사 확대와 해외 경쟁사 견제 등으로 초비상 경영을 선언한 상태. 하지만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철강사라는 프리미엄이 이번 순위 조사에서도 반영된 듯하다.

‘유통·상사·운송’ 부문에선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 15.0%의 지지율로 1위에 올랐다. 조 회장은 특히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덕을 크게 봤다. 동계올림픽유치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이번 유치 확정에 가장 큰 공을 세웠다는 평가. 특히 자사의 비행기를 유치단 지원에 적극 활용하는 등 유치위원장의 임무를 충실히 해냈다. ‘어디까지 가봤니’ 시리즈 등 청년층에 어필한 광고마케팅도 대한항공과 조 회장의 이미지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대한항공의 광고마케팅을 진두지휘하는 사람은 조 회장의 막내딸 조현민 상무보로, 웬만한 남자를 능가하는 큰 키와 미모로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인터넷·게임·모바일’ 분야는 작년도 조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1위(22.4%),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이 2위(22.2%), 김상헌 NHN 사장이 3위(16.6%)를 차지했다. 김범수 의장이 이끄는 카카오톡은 ‘애니팡’ 등 카카오톡 기반 모바일 게임이 대박을 터뜨리며 비로소 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그동안의 부진을 뚫고 올해 결실을 거두고 있다. 카카오톡은 앞으로 게임, 콘텐츠 유통, 모바일 금융까지 진출하며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카톡의 변신’이 어디까지일지 눈길이 몰리고 있다.

‘공기업’ 부문은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28.8%의 높은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독일계 귀화 한국인인 이 사장은 이번 정부 들어 관광공사 사장에 오르며 장수하고 있는 공기업 CEO 중 한 명. 친근한 대중적 이미지를 바탕으로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는 평가다. 한편 지난해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김중겸 한국전력공사 (전)사장은 전기료 인상 문제 등으로 정부와 갈등을 빚다 지난 11월 사임해, 이번 조사에선 후보에 끼지 못했다.
2012 대학생이 뽑은 올해의 CEO
어윤대 회장, 가장 높은 지지율 기록

금융 부문은 KB금융그룹의 독주가 여전히 거세다. 어윤대 회장이 ‘금융지주(그룹)’ CEO 1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민병덕 KB국민은행 행장이 ‘은행’ 부문 1위(28.1%), 최기의 KB국민카드 사장이 ‘카드’ 부문 1위(26.6%)에 올랐다. 특히 어 회장은 32.7%의 지지율로, 조사 대상 CEO 중 유일하게 30%가 넘는 지지율을 기록했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 고려대 총장을 지낸 어 회장은 캠퍼스 잡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도 “대학생이 닮고 싶은 CEO상이 내가 받은 상 중에 제일 값지다”고 말할 만큼 대학생들과의 소통에 적극적이다. KB락스타존 설치, 스포츠스타 후원 등 청년층과의 교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점이 이번 조사에서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은행’ 부문도 민병덕 KB국민은행 행장이 1위에 올랐다. 민 행장이 이끄는 KB국민은행은 금융권 입사를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꿈의 직장으로 불린다. 2700만 명이 넘는 국내 최대 고객을 확보한 은행이라는 게 첫 번째 이유. 입사 시 스펙보다는 아르바이트 경험, 고객 서비스 정신, 통섭형 인재 등을 최우선 조건으로 보는 것도 경쟁 은행과의 차별점이다.

지난해 박빙의 승부를 보였던 ‘카드’ 부문은 올해 최기의 KB국민카드 사장이 26.6%의 지지율을 얻어 2위 이강태 비씨카드 사장(17.7%)을 넉넉히 따돌리며 1위를 차지했다. 최 사장 역시 청년층과의 교감을 중시하는 경영을 펼치고 있다. 특히 요즘 방송되고 있는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4’의 메인 스폰서로 활약하며 젊은 이미지 구축에 성공했다는 평가. 얼마 전 출시한 ‘로이킴 카드’도 인기를 끌고 있다.
2012 대학생이 뽑은 올해의 CEO
2012 대학생이 뽑은 올해의 CEO
한편 지난 5월 ‘닮고 싶은 CEO’ 조사에서 카드 부문 1위에 올랐던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은 이번 조사에서는 5위(13.7%)로 밀렸다.

은행과 카드 부문에서 KB에 밀렸던 삼성그룹은 보험과 증권에서 1위에 오르며 자존심을 지켰다.

‘증권’ 부문은 김석 삼성증권 사장이 26.8%의 지지율로 1위에 올랐다. ‘보험’ 부문은 박근희 삼성생명보험 사장이 18.4%의 지지율로 2위 구자준 LIG손해보험 회장(18.2%)을 간발의 차로 제쳤다. 박 사장은 실업고(청주상고)와 지방대(청주대) 출신으로 삼성그룹의 CEO 자리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 평소 청년들을 대상으로 활발한 강연 활동을 벌이며 ‘이 시대의 멘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박 사장이 강연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도 “스펙에 연연하지 말라”는 말. 대신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라”는 조언이다.

‘기타 기업’ 부문에선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사장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1위(19.4%)에 올랐다. 같은 부문 2위(15.6%)에 오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의 순위 경쟁이 특히 재미있다. 서 사장은 여성 응답자에게서 26.2%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반면 남성 응답자의 경우 서 사장을 지지한 사람은 12.7%에 그쳤고, 전체 순위 2위인 이부진 사장은 오히려 14.7%로 남성 응답자의 지지율이 높았다. 남자로만 보면 1, 2위 순위가 뒤바뀐 셈. 이건희 회장의 장녀라는 대중적 인지도와 함께, 평소 미모와 스타일로도 화제를 뿌리는 이 사장의 높은 인기가 반영된 결과다.


글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사진 한국경제신문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