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쓰레기에 책임지는 자세 필요
정확한 분리 배출 방법은?
신우용 서울환경연합 사무처장은 “개인이 구매하고 소비한 모든 물건들이 쓰레기가 된 것에는 일정 정도의 자기 책임이 있다”며 개인의 환경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또 “쓰레기 수거와 처리, 재활용에서 시민들의 세금이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환경문제가 경제, 건강 등 우리 삶의 밀접하게 엮여있음을 시사한다.
앞선 사례들을 토대로 보자면 쓰레기를 ‘잘 버리기’ 위해선 자신이 만들어낸 쓰레기에 대한 ‘책임’과 분리 배출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특히 최근 정부와 각 지자체마다 제시한 분리 배출 정책을 내놓고 있어 세밀한 확인은 큰 도움이 된다.
환경부가 말한다! 분리수거는 이렇게 싸~악, 착!, 꽈~악. 2020년 12월 25일부터 투명 페트병 별도 분리배출제가 시작됐다. 투명한 페트병을 아파트에 마련된 분리수거함에 넣어야 하는 제도이다. 단, 버리기 전에 세 단계의 작업이 필요하다. 첫 번째, 내용물을 비우고, 두 번째, 라벨을 제거하고, 마지막으로 페트병을 찌그러트려 뚜껑을 닫는 것이다. 해당 제도는 2021년 6월까지 계도기간을 갖은 다음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3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예정이다.
환경부는 전반적인 분리수거 방법에 대해서도 교육 영상을 배포하고 있다. 내용물 비우기, 용기 세척하기, 상표와 라벨 분리하기, 재질별로 수거함에 넣기 총 4가지의 기본 상식을 제시한다. 환경부의 분리수거 지침은 간단하지만 직접 분리수거 할 때는 어디에 버려야 할지 망설이게 되는 등 분리수거가 마냥 쉽지만은 않다. 어떻게 버릴지 몰라 망설이게 되는 쓰레기부터 맞게 버린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틀리게 버리고 있었던 쓰레기들까지 분리수거계의 복병들을 살펴보자.
1. 유색의 스티로폼은 종량제이다. 재생원료로서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2. 오염이 심한 스티로폼은 잘게 부숴 종량제에 버린다.
3. 스티로폼으로 자주 헷갈려 하는 과일 포장재는 종량제에 버린다.
4. 칫솔은 종량제에 버린다. 보통 혼합된 소재로 된 쓰레기는 분리해서 버리는 게 좋지만 칫솔은 분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5. 페트병과 페트병 뚜껑의 소재가 다른 경우 분리해서 버린다. 페트병에 소재가 기재되어 있다.
6. 빨대는 종량제에 버린다. 부피가 작은 플라스틱은 선별 작업이 안 되기 때문이다.
7. 컵라면, 우유팩, 종이컵은 내부가 코팅된 특수종이이기 때문에 일반 종이가 아니다.
8. 내열유리로 된 식기나 도자기, 불투명한 화장품 병은 종량제에 버린다. 내열유리는 전자레인지에 사용하는 그릇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화장품 공병은 브랜드에 수거 시스템이 있을 경우 매장에서 수거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아모레계열, 더바디샵, 러쉬 등이 공병을 수거하고 있다.)
9. 의약품은 약국에 비치된 의약품 수거함에 버린다.
10. 거울은 유리가 아니라 종량제에 버린다.
11. 아이스팩은 내용물이 미세플라스틱으로 이루어진 합성 원료일 경우 종량제에 버린다. 순수한 물로 된 아이스팩은 싱크대에 버리고 포장재를 분리해서 버리면 된다. 최근 아이스팩을 수거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어 아이스팩 수거함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더 세밀한 지역별 분리수거 지침으로 더 ‘잘 버리기’ 폐기물 처리는 지역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지역의 특성과 시민의 요구에 맞추어진 분리수거 지침이 있다. 남양주시는 2020년 9월부터 ‘아이스팩 나이스팩’이라는 아이스팩 수거 사업을 시작했다. 아이스팩 5개를 가져오는 시민에게는 10리터 종량제 봉투로 교환해주고 수거한 아이스팩은 지역 상인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에 탄력을 받은 창원시, 안동시 등 여러 지자체와 자치구에서도 아이스팩 수거를 도입했다. 이제는 버리기도 갖고 있기도 애매한 아이스팩을 필요한 곳에 넘겨주어 자원 순환이 이루어지도록 할 수 있는 것이다. 서울시 25개 자치구는 2020년 12월부터 폐비닐·페트병 분리배출 요일제를 동시 시행했다. 일정 기간의 시범운영 후에 시작된 제도로 과도한 혼합배출을 예방해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함이다.
청주시는 매월 25일 ‘폐의약품 수거의 날’을 운영하고, 거제시는 생활폐기물 분리배출 도우미를 전역에 배치하기도 했다. 환경부가 기초적인 배출법을 안내한다면 각 지자체와 자치구는 구체적이고 이색적인 사업들로 더 ‘잘 버리기’ 위한 제도를 마련하는 셈이다. 지역별 맞춤 분리수거를 알기 위해선 지역별 홈페이지를 참고하는 것이 좋다.
‘잘 버려’진 쓰레기는 새로운 자원으로
대학생 박지인(23)씨는 최근 노스페이스 에코플리스 라인의 의류를 구매했다. 에코플리스라인의 소재는 한 벌 당 약 66개의 플라스틱을 이용한 재생섬유다. 플라스틱이 재활용돼 출시된 제품이 평소 환경에 관심이 많던 박씨의 눈길을 끈 것이다. 노스페이스의 에코플리스 라인처럼 페트병, 폐비닐, 폐지 등을 활용한 재생원료의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폐비닐에서 양질의 기름을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하며 골칫거리였던 폐비닐의 새로운 진가를 발견하기도 했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플라스틱 배출량은 2019년 대비 15.6% 급증한 733.7t이고, 이중에서 재활용률은 30% 정도에 미치는 수준이다. 재생원료 기술 성장에 비해 재활용률 30%는 다소 아쉬운 수치이다. 하지만 철저한 분리수거는 곧 재활용률 증진에 도움이 된다. ‘잘 버리는’ 것으로 자원을 아끼고, 다시 한 번 자원을 생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잘 버리기’에서 더 나아가 ‘제로웨이스트’까지
서울환경연합 신우용 사무처장은 “현재도 정부와 지자체는 어느 정도의 노력은 하고 있다. 다만 쓰레기 증가로 처리과정과 재활용 여건이 어려워져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신사무처장은 “다회용기 사용을 이끌어가는 정부의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고, 재활용과 더불어 ‘재사용’이 자리 잡혀야 한다”며 정부와 개인의 역할을 제시했다.
한 걸음 나아가 신사무처장은 ‘제로웨이스트’운동을 제안했다. 그는 “이제까지의 제로웨이스트운동은 개인이 제품 생산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면서 친환경적인 생산 체계 구축에 도움이 되었다”며 제로웨이스트의 사회적 기능을 언급했다. ‘물티슈 대신 걸레 쓰기’, ‘거품이 잘 나는 계면활성제 샴푸 대신 샴푸바 쓰기’, ‘일회용 포장 용기 대신 다회용기 사용하기’ 제로웨이스트는 내가 누리고 있는 편리함을 내려놓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유난’이라는 눈빛을 보내는 사회적 시선을 감내해야 할 때도 있다. 2020년부터 제로웨이스트를 본격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대학생 음채원씨(23)는 “모든 친구들이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게 아니니까 때로는 내가 유난을 떠는 것처럼 느껴질까봐 신경 쓰일 때가 있다”며 제로웨이스트의 어려움 중 사회의 시선을 꼽았다. 하지만 “내 실천은 무의미 하지 않다. 결국 사회와 환경에 좋은 영향력을 미칠 것이다”며 음씨는 오늘도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한다.
지구 종말 시계 100초의 시대, 쓰레기 대란은 이미 시작됐다. 생활 속에서 쓰레기를 만들어내지 않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아예 안 쓸 수는 없으니 버리는 것으로 환경오염에 대한 인간의 책임을 하나씩 실천해 보는 것은 어떨까.
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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