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관찰 예능, 트로트··· 지겹고 재미 없어”
“10번 봤는데도 다시 보게 돼, 대사 다 외울 지경”
20대가 된 무도 키즈, 유튜브로 함께 보며 추억 회상

2월 넷째 주 웨이브 예능 주간 랭킹. 사진=wavve 네이버 포스트
2월 넷째 주 웨이브 예능 주간 랭킹. 사진=wavve 네이버 포스트
[한경잡앤조이=이도희 기자 / 김봉주 대학생 기자] 올드 예능 프로그램이 20대 사이에서 다시 인기다. 종영한 지 3년이 넘은 ‘MBC 예능 무한도전’이 아직도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웨이브(wavve) 주간 예능 차트에서 매주 5위 이내를 유지하고 있다. ‘KBS 예능 1박 2일 시즌 1’의 클립 영상은 유튜브(Youtube)에서 천만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10년 전 ‘무한도전 오마이텐트 특집’에 출연하셨던 일명 ‘무야호 할아버지’(최규재 씨)의 영상이 인터넷상에서 밈(MEME)이 돼 유행하기도 했다.
현재 예능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는 대학생들. 사진=경희대 에브리타임 캡처 화면
현재 예능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는 대학생들. 사진=경희대 에브리타임 캡처 화면
올드 예능의 인기는 동시에 현재 예능의 부진을 의미하기도 한다. 부진이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재미’다. 2013년 이후 MBC ‘아빠 어디 가?’, ‘나 혼자 산다’ 등을 시작으로 연예인들의 삶을 관찰하는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 주류로 떠올랐다. 또한, ‘Tvn 삼시세끼’, ‘꽃보다 할배’ 등의 느린 템포의 힐링 예능이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됐다.

관찰 예능과 힐링 중심의 현재 예능 프로그램들은 과거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에 비해 재미 면에선 부족하다는 평이 많았다. 또한, 비슷한 형식의 프로그램들이 반복되다 보니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청자들도 늘어났다. 그 이후로 등장한 ‘먹방’, ‘쿡방’, ‘집방’ 등의 프로그램들 역시 주 목적을 웃음에 두고 있지는 않았다. 김제호(경희대 25) 씨는 “예능 프로그램의 목적인 웃음 자체에 집중했던 과거 예능들을 다시 찾게 된다”며 현재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트로트 관련 네이버 연관 검색어
트로트 관련 네이버 연관 검색어
최근 TV조선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의 성공 이후로 쏟아져 나오는 트로트 프로그램들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도 많아졌다. ‘네이버’(NAVER)나 ‘다음’(Daum) 등의 포털사이트에 ‘트로트’를 검색하면 ‘트로트 그만’, ‘트로트 지겨워’ 등의 연관검색어가 뜨기도 한다. 비슷한 형식의 양산형 프로그램들에 싫증을 느끼다 보니 자연스레 예전 프로그램들을 찾게 된다는 의견도 있다.
연령별 OTT 이용률. 사진=방송통신위원회
연령별 OTT 이용률. 사진=방송통신위원회
이용 매체의 변화도 영향을 끼쳤다.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서비스(이하 OTT) 이용이 늘어나며 예전 프로그램들을 다시 보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다. 직장인 곽동아 씨(24)는 최근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웨이브(wavve) 서비스를 구독하기 시작했다. 이유에 관해서는 “무한도전이나 런닝맨 등 예전 프로그램들을 다시 보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왓챠(watcha)나 웨이브(wavve) 등 국내 OTT에서는 ‘1박 2일 시즌 1’, ‘무한도전’ 등 여러 종영 프로그램들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특집별로 모아 볼 수 있게 구성했으며 광고도 없이 즐길 수 있다. 곽동아 씨는 “이전에는 프로그램을 다시 보려면 P2P 사이트에서 다운로드하거나 IPTV를 통해 개별적으로 구매해야 했으나, OTT가 생긴 이후로는 예전 프로그램들을 다시 보기가 편해졌다”라고 말했다.

유튜브(Youtube) 역시 올드 예능 시청이 이루어지는 주된 경로 중 하나다. 샌드박스 네트워크에서 발표한 ‘2020 샌드박스 유튜브 데이터 리포트’에 따르면 유튜브에서 개인형 채널은 연초 대비 4.9% 감소한 52.1%의 조회수 점유율을 보인 반면, 기업형 채널은 4.9% 증가한 47.9%의 조회 수 점유율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왼쪽부터 KBS 깔깔티비, MBC 옛능, SBS 빽능.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왼쪽부터 KBS 깔깔티비, MBC 옛능, SBS 빽능.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방송사들의 ‘아카이브 채널’이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이 이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2019년부터 각 방송사들은 과거의 프로그램들을 다시 시청할 수 있는 아카이브 채널 들을 개설했다. MBC의 ‘오분순삭’, ‘옛능’ KBS의 ‘깔깔티비’, SBS의 ‘빽능’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의 가장 큰 무기는 MBC 무한도전이나 KBS 1박 2일, SBS 런닝맨 등의 올드 예능 프로그램들이다.

유튜브 매체에 맞게 짧은 길이와 빠른 템포의 편집으로 예전 예능 영상들을 재가공한 클립들은 매번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송치원 씨(경희대, 24)는 “주로 예전 예능 프로그램들을 특정 주제에 맞게 편집한 영상들을 자주 보는 편”이라며 “재밌는 부분들만 편집되어 있어 부담 없이 시청하기 좋다”라고 말했다.

유튜브는 프로그램에 대한 추억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자신을 ‘무도 키즈’라고 소개한 김제호 씨는 “1박 2일과 무한도전을 보며 자란 세대가 어느새 20대가 되었다”며 “댓글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그 시절을 함께 회상하며 시청할 수 있다는 것이 유튜브를 통한 시청의 큰 매력 포인트”라고 말했다.

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