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16개의 분야에서 선출하는 서울시 명예시장
-유일한 ‘대학생 명예시장’ 이주현씨 인터뷰
-사이배슬론 2020 국제대회, 서울시 명예시장 등 여러 도전 이어가
이주현 씨(22)는 명예시장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이다. 대부분의 명예시장이 대학교수, 기관·단체장 등 전문가인데, 장애인 명예시장인 이주현 씨는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에 재학 중인 대학생이기 때문이다. 이씨는 고등학교 3학년 때 교통사고로 인해 하반신이 마비됐다. 그를 직접 만나 서울 명예시장으로서의 활동과 도전기를 들어봤다.
대학생 명예시장, 장애인의 목소리를 대변하다 “각 분야의 명예시장을 한데 모으면 작은 서울시가 된다고 생각해요.”
명예시장들은 서울시 정기·특별 회의에 참석하고 정책 수립과정에서 시민의 목소리를 전한다. 이씨는 명예시장들이 각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대표성을 띨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중 장애인 분야를 맡는 그는 장애인복지제도를 포함한 사회복지 관련 회의에 참여하고, 정책수립연구 민간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서울시 명예시장은 후보자 시민공모 및 부서추천을 통해 선발된다. 이씨는 직접 명예시장직에 지원해 뽑힌 경우다. 선발되는 사람들 대부분이 전문가들이지만, 그는 부족한 전문성을 몸소 경험한 어려움과 지금껏 한 활동들로 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씨는 “문제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해결을 위한 계획을 수립·이행할 줄 아는 능력을 보이려고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자신의 일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눴다. 먼저, 장애인복지정책과와 협업해 정책을 만든다. 두 번째로, 서울시에서 여는 위원회에 참여한다. 실제로 서울시는 노인·주거취약계층·고독사 등 사회로부터 고립된 사람들에 관한 문제를 공식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연구에 이씨는 약자동행위원으로서 조언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서울시 공식행사에 참석한다. 그는 지난달 ‘장애인직업재활의날 기념식’에 명예시장 자격으로 참여했다.
“명예시장으로서 가장 다루고 싶은 것은 노인, 장애인 등의 디지털 접근성 문제예요.”
이씨는 사회적 약자를 향한 온라인 장벽이 강화되고 있는 문제를 지적했다. 특히 노인, 장애인들을 고려하지 않은 무인 정보 단말기(키오스크)가 대량 보급되는 현 상황을 예시로 들었다. 노인들이 이용하기에 어렵거나 저시력자들이 식별하기 힘든 색을 사용해 디자인 된 키오스크가 많다는 것이다. 이씨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가 있어도 예산 문제에 부딪혀 보급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배리어프리(barrier free) 키오스크는 고령자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도 이용에 어려움이 없도록 물리적 장벽을 제거한 키오스크다.
나를 위해, 사회를 위해 ‘최선’을 찾아내는 삶에 도전하다
“입원 생활을 마치고 사회에 나올 때 어떻게 하면 생활을 잘할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사이배슬론 대회는) 내 삶을 나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 한 도전이에요.”
이씨의 경력에서 특이한 점은 그가 ‘사이배슬론 2020 국제대회’ 동메달리스트라는 점이다. 취리히연방공과대학에서 주최하는 사이배슬론은 장애인들이 로봇과 같은 생체 공학 보조 장치를 이용해 경기를 하는 대회다. 사고 이후 사회에 복귀할 당시 이씨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고민했다. 그리고 찾은 것이 사이배슬론이었다. 그는 “나 자신을, 더 나아가 사회를 나아지게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참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명예시장 역시 각 상황에서 적절하고 좋은 선택을 하려는 노력의 일직선상에서 도전한 활동이었다. 재능을 발휘하고 집단을 대변하면서 더 좋은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의 결과물이었다. 앞으로는 전문성을 키워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그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자신의 상황에서 언제나 최선을 찾아낼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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