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희 크립토랩 대표

-서울대 수리과학부 연구실 창업, IBM과 라이선싱 계약 체결
-210억원 투자 유치 서울대, 포항공대, KAIST 출신 개발자 50여명이 함께 개발

[2023 서울대학교 캠퍼스타운 스타트업 CEO] 세계 최초 동형암호 상용화 성공한 스타트업 ‘크립토랩’
[한경잡앤조이=이진호 기자] “민감한 정보를 취급하는 다양한 분야에서 동형암호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의료분야는 우리나라가 최고의 데이터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규제에 막혀서 병원 간 또는 병원과 기관 간에 정보의 공유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크립토랩에서는 의료와 생명공학 분야에 동형암호를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부서를 설립하고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크립토랩은 세계 최초 동형암호 상용화에 성공한 스타트업이다. 크립토랩은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인 천정희 대표(54)가 2017년 12월 설립했다. 천 대표는 2016년 서울대 수리과학부 암호연구실에서 암호학계의 숙원인 4세대 동형암호 알고리즘 기술을 구현한 소프트웨어 ‘혜안(HEaaN)’을 개발했다. HEaaN은 기본적인 암호화, 복호화 기능과 암호문간의 실용적인 연산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모듈을 탑재할 수 있게 설계됐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챗GPT도 보안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습니다. 유용성 때문에 직원들은 활용하고 싶은데, 직원들이 질문한 내용이 GPT의 학습과 추론에 사용되면서 주요 정부기관의 기밀이나 업체의 사내 정보가 누설되는 것이 두려워서 사용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크립토랩은 이와 같은 LLM(Large Language Model)에 동형암호를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는 전담부서 또한 신설하여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동형암호나 양자내성암호는 기존 암호와 달리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상용화하는 데 있어 고도의 수학적 지식이 요구된다. 천 대표는 2024년 정도가 되면 양자내성암호와 동형암호의 표준화도 완료되고 정보보호 분야의 대세가 될 것인데 한국이 이 분야에 선제 투자와 노력을 하지 않으면 나중에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다.

동형암호는 암호화된 상태에서 연산이 가능한 최신 암호인데 HEaaN은 다른 동형암호와 달리 암호화할 수 있는 대상 평문이 실수까지 확장된 솔루션이다. HEaaN이 제공하고 있는 대표적인 암호문 간의 연산들은 덧셈, 곱셈, 회전, 재부팅, 기초통계, 로지스틱 회귀(Logistic Regression), 기계학습 등이 있다.

크립토랩은 이러한 핵심적인 기능들을 최적화한 라이브러리와 최적의 적응성을 제공하는 효과적인 소프트웨어 아키텍처를 가진 모듈을 포함한 상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금융, 의료 등 민감한 데이터를 보호하면서 처리하는 산업에 보급하는 것이 목적이다.

전 세계적으로 동형암호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글로벌 기업은 물론 동형암호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까지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크립토랩은 4세대 동형암호 HEaaN의 원천기술을 보유한 업체로써 현재도 가장 선두에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서울대 암호연구실과 협업을 지속하면서 이론연구와 기술개발을 병행하고 있다.

천 대표는 “최근 동형암호의 속도와 효율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연구를 수행하여 최고의 보안학회, 암호학회인 CCS 2022와 Crypto 2023에 게재됐다”며 “이를 자사의 라이브러리에 반영하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올해 4월에는 프랑스에 CryptoLab Research라는 연구소를 설립해 현재 세계 암호학계의 스타로 간주하는 Damien Stehle 박사를 책임자로 모시고 Guillaume Hanrot 교수, Alain Passelegue 박사와 같은 인재를 영입하여 연구와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정부, 의료, 금융, 국방 등 많은 기관이 동형암호 도입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나 일부 제도적인 문제로 적극적인 사용에 제한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크립토랩은 국내 각 기관과 협력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미국 등 해외와도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올해 8월 미국에 FHE Systems Inc를 설립해 미국 시장에 첫발을 내딛고 다양한 접촉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최근 동형암호를 전혀 모르는 사람도 이미지를 암호화하여 이를 자동으로 학습(training)시키고 이를 활용하여 추론(inference)까지 할 수 있는 AutoFHE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미국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고 관련하여 다양한 협력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현재 autofhe com에 접속하여 데모신청을 하면 이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습니다.”

크립토랩은 기술 우수성을 인정받아 최근 알토스, 스톤브릿지벤처스, 키움벤처스로부터 약 21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 2월에는 IBM과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했다.

크립토랩은 미국과 프랑스에 자사를 설립하고 의료와 헬스를 전담하는 부서, 시스템이나 하드웨어 차원에서 동형암호를 가속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부서 등을 신설했다. 현재 직원수는 51명이다. 천 대표는 “이중 개발자와 engineer가 43명”이라며 “그 외에도 국내외 석학과 전문가를 자문역으로 모시고 기술개발 및 마케팅과 관련한 조언을 받고 이를 현장에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 터미네이터(Terminator)에는 인류를 파괴하는 AI인 스카이넷(Skynet)이 등장합니다. 챗GPT와 같은 AI가 등장하면서 이제 세상 사람들은 스카이넷의 출현을 걱정하기 시작했고, 지난 11월 1일에는 영국에서 미국, 중국, 우리나라 등 28개국 관련부처 장관과 유럽연합(EU)이 참석해 ‘인공지능 안전 정상회의(AI SAFETY SUMMIT)’를 개최하고 AI 위험에 공동 대응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내년 5월에는 국내에서 ‘미니 정상회의’ 형태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최근 미국 바이든 정부는 Safe, Secure, and Trustworthy AI란 Executive order를 발표했는데 여기에서도 동형암호 기술이 주요 기술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암호화된 상태로 AI를 학습(training)시키고 암호화된 상태로 추론(inference)할 수 있는 동형암호는 스카이넷에 대항할 수 있는 인류의 최종병기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크립토랩의 목표는 더욱 진화해 모든 사람들이 동형암호를 통해 AI를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크립토랩은 아이템을 인정받아 서울대학교 캠퍼스타운 사업에 선정됐다. 서울대 캠퍼스타운은 대학과 지역이 협력해 대학 인근 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서울대 캠퍼스타운사업단은 관악구, 서울시와 함께 대학의 인력과 기술을 지역으로 확산해 관악구 일대를 창업 밸리로 조성하고 있다. 사업단은 인근 지역인 대학동, 낙성대동을 양대 거점으로 거점센터를 마련했다. 이를 구심점으로 서울대의 인력과 기술력, 창업 인프라를 활용해 다양한 창업 프로그램과 지역상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캠퍼스타운 입주기업에는 창업 공간이 무상으로 제공되며 정기 기업설명(IR)과 데모데이 참가 지원, 서울대 교수진 기술 연계, 홍보, 경영·법률 맞춤형 컨설팅, 입주기업 커뮤니티 활동 지원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설립일 : 2017년 12월
주요사업 : 동형암호 응용 라이브러리 및 SW 개발
성과 : IBM에 동형암호 공급계약, 통계청 동형통계 소프트웨어 개발과제 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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