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문 박물관 마을’ 내년 하반기에 철거, 경희궁 일대 역사 문화 공원으로 조성
-‘도심과 어울리지 않는 공간 VS 없어져서 아쉽다’ 엇갈린 반응

돈의문 박물관 마을 안내도. 사진=성예진 대학생 기자
돈의문 박물관 마을 안내도. 사진=성예진 대학생 기자
서울시는 내년 하반기부터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 ‘돈의문 박물관 마을’을 철거하고 2035년까지 경희궁 일대에 역사 문화 공원을 조성한다고 했다.

‘돈의문 박물관 마을’은 옛 새문안 동네를 ‘서울형 도시재생’ 방식으로 개조한 마을형 박물관이다. 현대식 건물 사이에 1960~1980년대 근현대 건축물과 골목길을 간직한 공간이다. 서대문역 근처로 서울 중심가에 자리 잡고 있음에도 시민들에게 알려지지 않아 ‘유령마을’로 불렸다. 이 마을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경희궁지 일대 종합 공간구상에 맞춰 녹지화 및 공간 재정비를 하게 된다.

사라진 동네, 다시 살아난 동네
‘돈의문 박물관 마을’ 벽화가 그려진 골목길. 사진=성예진 대학생 기자
‘돈의문 박물관 마을’ 벽화가 그려진 골목길. 사진=성예진 대학생 기자
새문안 동네는 한양도성 서쪽 성문 안 첫 동네로 역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돈의문 안에 골목길과 나지막한 집들로 옛 시간의 흔적이 깃든 곳이었다. 2013년 교남동 일대에 전면 철거가 시작되자 많던 집들은 사라졌다. 서울의 사라지는 동네를 기억하고자 민간 연구그룹은 자발적으로 골목과 연립주택을 자세히 기록했다. 이에 서울시는 ‘사라진 동네, 다시 살아난 동네’의 의미를 되살리고자 2017년 박물관 마을을 조성했다. 근현대 유산을 보존하겠다는 취지였다. 마을 전체가 박물관이며 새문안 동네의 역사와 그 시절에 감성을 전시한다. 철거 전 마을의 모습과 박물관 의미를 되새기고자 ‘돈의문 박물관 마을’에 직접 방문했다.
새문안 극장. 사진=성예진 대학생 기자
새문안 극장. 사진=성예진 대학생 기자
‘돈의문 박물관 마을’은 담으로 둘러싸져 있다. 담 안에 새문안 극장, 생활사 전시관, 서대문 사진관, 삼거리 이용원, 서대문 여관 등 건물이 보인다. 새문안 동네에 실제 있던 건물을 최대한 살렸고 내부도 전시 공간으로 만들었다. 새문안 극장 내부에는 70-80년대 영화 포스터, 매표소, 매점 등 옛 극장의 모습을 재현했다. 옛날 영화도 볼 수 있다. 생활사 전시관에는 1960년대-80년대까지 사용하던 소품(부뚜막, 책상 등)과 부엌, 거실, 방 등 살던 모습을 전시했다. 삼거리 이용원 내부에서 그 당시 이발소의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다.
‘추억의 음악다방’ 내부 사진. 사진=성예진 대학생 기자
‘추억의 음악다방’ 내부 사진. 사진=성예진 대학생 기자
주말을 맞아 자녀와 함께 방문한 엄지영(52) 씨는 “음악다방 안에 들어오니 젊었을 때 기억이 떠오른다”고 했다. “음악다방 가서 DJ에게 신청 곡과 사연을 넣으면 음악을 틀어주고 사연을 말해줬다. 그 DJ 보려고 음악다방 가는 사람들도 많았다”며 추억을 회상했다. 이처럼 부모 세대에는 추억과 옛 정취를 느끼는 공간이다.

하지만 이 마을은 도심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았다. 그 일대는 재개발로 경희궁자이 아파트 등 높은 건물이 들어서 있다. 서울 한가운데 좁은 골목길과 낮은 건물이 생뚱맞다는 것이다. 또 과거 모습을 완벽히 고증한 것이 아니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도시 공간을 보존하려는 취지였지만 마을 건물 대부분이 2017년에 신축된 것이다. 반면 레트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마을이 없어져 아쉽다는 반응도 있다.

도심과 옛 공간의 공존
옛 공간과 도심이 공존하기 위해서 연세대 도시공학과 김갑성 교수는 ‘접근성’과 ‘공간 보존’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돈의문 박물관과 그 주변은 담으로 접근성이 아쉽다”고 했다. 이어 “담을 헐어 접근성을 높이고 도심공원으로 지정하여 보존하는 것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을지로 골목. 사진=성예진 대학생 기자
을지로 골목. 사진=성예진 대학생 기자
도심 속 옛 공간이 공존하는 대표적인 곳은 바로 을지로다. 을지로는 옛 건물과 골목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힙지로’라는 신조어도 생겨나며 사람들은 을지로를 찾고 있다. 을지로를 방문한 이지환(26) 씨는 “옛날 감성을 활용하여 힙하게 탈바꿈한 공간이 많아져서 을지로를 찾았다”라고 했다. 이 씨는 “오래된 건물이지만 카페 내부를 리모델링 하여 힙한 느낌을 준다. 깔끔한 내부와 상반되는 낡고 오래된 외관은 매력으로 작용한다”고 했다. 평소 을지로를 즐겨 찾는 이세진(22) 씨는 “건축 자재 상가, 인쇄 골목이 주는 을지로만의 특색이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을지로는 공구상가, 인쇄 등 일부 지역은 특화되어 있고 지하철 접근성이 좋다”고 했다. 이어 “유럽은 공간을 되도록 보존한다”며 “새 건물을 지을 때 옛 건물의 흔적이 남도록 빌딩 일부분에 옛 건물의 소재를 그대로 쓴다든지, 창틀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이진호 기자/성예진 대학생 기자
jinho23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