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훈 인피니트코리아 대표
-최 대표, 약 34년을 한전의 배전기술분야에서 근무하고 사내벤처로 창업
-특허등록, 해외 특허 PCT출원 등 분사창업 후 12건 산업권 보유
최 대표는 1988년 5월 한전에 입사해 2022년 3월 명예퇴직까지 약 34년을 한전의 배전 기술 분야에서 근무했다. 입사 후, 가공배전 신규 설계 및 감독, 배전 운영 및 보수, 내선계기는 물론 배전 지중화와 지중 계통 운영 등 국내 배전계통 모든 분야의 실무를 섭렵했다.
2002년 초급간부 시험에서 합격한 후 합천지사 배전 과장 등 일선 사업소 초급간부를 거쳐, 한전 본사 배전처, 기술기획처, 필리핀 현지법인, 전력연구원 등 주요 보직을 맡으며 국내 전력산업에 대한 남다른 이해와 경험을 쌓았다.
“어려서부터 막연히 다른 사람들을 따라 하는 것을 싫어하고, 항상 왜 꼭 그렇게 해야 하지, 다른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를 늘 고민했습니다. 때론 더 어려운 길을 돌아가기도 했지만 늘 새로운 길, 새로운 방법을 찾는 것을 즐겨 했습니다. 한전 입사 후에도 다른 동료들처럼 선배들이 해 오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새로운 업무를 맡으면 먼저 그 업무의 목적과 절차의 이유 등을 완벽히 이해한 후 그 목적과 방향성에 맞는 새로운 절차와 방법을 만들어 냈습니다. 거쳐 간 부서마다 그렇게 새롭게 찾은 방법과 절차들이 이후 오랫동안 후배들로 이어지는 것을 경험해 왔습니다. 그중 일부는 전사로 확대돼 공유되기도 하고 회사의 시스템으로 녹아들기도 했습니다.”
최 대표는 34년을 한 직장에서 근무하면서 나름대로 가졌던 많은 생각과 아이디어들을 특허나, 보고서, 논문 등으로 남겼다. 그보다 더 많은 아이디어를 개인적인 메모나 문서로 간직해 왔다. 그리고 현실화 가능성과 가치 등에 대해서 나름대로 명확한 확신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20년 회사의 사내벤처창업팀 공모라는 문서를 처음으로 보게 되면서 창업에 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결국 한 해 뒤인 2021년 40년 지기 친구와 의기투합해 한전 사내벤처창업팀 공모에 지원하고 2022년 3월 분사 창업에 성공했다.
최 대표가 한전의 사내벤처창업팀으로 지원한 아이템은 최근 큰 이슈가 되는 전기자동차 충전 인프라와 관련된 아이디어였다.
“2010년 전후로 본격화되기 시작한 전기차 시장의 빠른 성장과 이를 뒷받침하는 충전 인프라와 관련해 기존의 고정식 충전 스탠드가 초래할 문제와 그 한계에 주목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을 창업 아이템으로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이 쉽고 빠르게 상품화할 수 있는 간단한 제품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최 대표는 역량에 적합한 ‘배전선로 접지저항 지상측정기’ 개발에 총력을 기울였다. 약 2년의 개발과 양산준비를 거쳐 지상측정기는 2023년 12월부터 한전과 협력회사에 공급하고 있다.
최 대표는 “첫 제품으로 지난해 약 1.6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며 “올해는 5억원 정도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역량과 상황에서 쉽게 제품화할 수 있는 개발 난이도가 비교적 낮은 제품들부터 차근차근 상품화할 예정입니다. 기업의 기반과 규모를 갖춘 후, 점차 좀 더 규모와 기술난이도가 있는 제품 및 시스템 군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나갈 계획입니다.”
최 대표가 개발한 ‘배전선로 접지저항 지상측정기’는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유일한 제품이다.
“기존의 접지저항 측정기는 작업자가 휴대하고 전주에 올라간 후 지상 6미터 이상의 높이에 설치된 접지선의 접지저항을 측정할 수 있었습니다. 승주(사람이 전주에 올라가는) 작업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의 위험이 항상 있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강화로 작업자가 전주에 직접 올라가는 승주 작업이 대부분 폐지됨에 따라, ‘활선버킷트럭’이라는 고가의 장비를 탑승하고 접지저항을 측정해 왔습니다. 이에 착안해 약 6미터 이상의 조작봉 끝에 연결할 수 있는 접지저항 측정기를 개발했습니다. 블루투스 근거리 통신을 이용해 측정 결과를 지상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배전선로 접지저항 지상측정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한전과 한전의 협력회사에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인피니트코리아는 제품 개발단계부터 한전의 담당 부서와 협업해 개발 과정을 공유했다. 개발 후 필드테스트와 현장 검증, 그리고 ‘접지저항 지상측정’ 품셈 제정 등의 일련의 과정도 한전과 함께했다.
창업 후 최 대표는 “내가 해보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해 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며 “계획했던 개발을 완료하고 납품하게 될 때, 새로운 아이템을 구체화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누구의 간섭 없이 마음껏 해 볼 수 있을 때 창업을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인피니트코리아는 최 대표와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세운상가에서 전기, 전자 제품개발의 재미에 빠져서 한전 입사까지 포기하고 개발과 연구에 40년 이상을 몸담아온 친구가 연구소장으로 함께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최 대표는 “계획하고 있는 많은 것들을 하나하나 이뤄가는 것이 목표”라며 “과욕 부리지 않고, 차근차근 그 계단을 밟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기자동차 증가에 따른 충전 인프라 구축 문제를 해결해 보다 나은 미래 사회를 구현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전력 설비로 인해 발생하는 대형산불과 같은 재난을 방지하는 기술로 산불이 초래하는 사회적, 경제적 손실과 환경파괴를 예방하는 것에도 기여하고 싶습니다. 보유한 12건의 특허권을 가지고 세상에 없던 새로운 제품,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 일자리 창출과 국가 경쟁력 향상에도 보탬이 되는 기업이 될 것입니다.”
인피니트코리아는 전남나주 강소연구개발특구에 있다. 강소연구개발특구는 혁신 역량을 갖춘 대학·정부출연연구기관 등 지역에 소재한 주요 거점 기술 핵심 기관을 중심으로 소규모·고밀도 공공기술 사업화 집약 공간을 연구개발특구로 지정·육성하는 제도다. 기업은 기술사업화 자금, 인프라·세제 혜택, 규제 특례 등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받는다.
설립일 : 2022년 2월
주요사업 : 배전선로 접지저항 지상측정기 생산, 공급, 기타 전력계통 안정화와 고장 예방을 위한 설비 개발, 충전수요전력 저감을 위한 전기차 충전시스템 개발, 산불 예방이 가능한 배전계통고장 조기검출 방법 등
성과 : 배전선로 접지저항 지상측정기를 세계최초로 개발 완료, 현재까지 약 4억원 이상의 매출 기록
이진호 기자 jinho2323@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