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개인의 색 끌어내는 스튜디오 시현하다와 협업해
-정답 없는 나다움을 각자의 시선으로 해석하는 게 중요
아름다운재단이 자립준비청년 자립지원사업을 처음 시작한 건 2001년부터다. 고아로 자라 야학 8개월 다닌 것이 평생 배움의 전부였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故 김군자 할머니. 할머니는 “가난하고 부모 없는 아이들에게 배울 기회만이라도 갖도록 돕고 싶어”라며 전 재산을 재단에 기부했다. 그렇게 자립준비청년이 학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이 첫 발걸음을 내딛게 됐다.
해당 사업을 지속하며 자립준비청년이 잘 살아가길 하는 마음으로 이들의 목소리를 듣다 보니 여러 문제가 보였다. 청년들은 생계를 위해 학업보다는 취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들을 지원하는 기간은 턱없이 짧았다. 더불어 여전히 이들이 겪는 관계의 어려움은 해결되지 않고 있었다. 아름다운재단은 이렇듯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여러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고 자립준비청년이 사회적 자본을 축적할 수 있도록 지원 범위와 폭을 넓혔다. 나다움에서 시작하는 건강한 자립
그러던 중, 2019년 ‘열여덟 어른’ 캠페인이 시작됐다. 당사자 참여가 기반이 돼 6명의 자립준비청년이 캠페이너로서 그들의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의 색이 담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시즌 1에서는 자립준비청년을 세상에 알렸고, 시즌 2에서는 이들에 대한 미디어 편견과 사회의 인식을 소개했다. 시즌 3에서는 사회의 관심과 응원 및 정책이 이들에게 잘 전해질 수 있도록 당사자 관점을 전했다.
이번 사진전은 ‘열여덟 어른의 나다움’ 프로젝트의 연장선이다. 캠페인으로 여러 정책 변화와 민간 지원을 이끌어 냈지만 문제는 여전히 사회가 이들의 자립을 ‘생계’로만 본다는 것이었다. 잘 살려면 생계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험으로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며 ‘삶을 잘 살고 싶은 마음’이 들어야 한다. 자립준비청년은 오랜 시간 단체 생활을 해 오다 보니 이 ‘나다움’에 대해 고민해 본 시간이 적다. 재단은 이런 그들의 이야기를 대중에게 더 쉽고 친근하게 전달하려 사진 전문 스튜디오 ‘시현하다’와 협업 사진전을 기획했다. 누구나 고유의 색이 있다, 사진 전문 스튜디오 시현하다와 협업 이뤄
시현하다는 ‘누구나 고유의 색이 있다’는 슬로건 아래 개인의 이야기를 사진에 담는 브랜드다. 타인의 기준에 맞춘 보정이 아니라 각자의 개성과 그날의 분위기와 스토리를 담아내고 있다. 아름다운재단은 이번 캠페인이 각자의 나다움과 삶의 주체로서 보일 수 있도록 활동한다는 점에서 시현하다와 공통점이 있다고 봤고, 함께 메시지를 전하면 배가 될 시너지를 생각했다. 또 2030 세대가 많이 찾는 브랜드다 보니 시현하다를 찾는 고객들이 같은 청년으로서 이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연대하길 바라는 마음도 담았다.
작년 한차례 시현하다의 ‘온기 더하기’ 재능기부가 있었다. 아름다운재단이 진행한 ‘대학생교육비지원사업’의 장학생 40여 명에게 새출발을 응원하는 증명사진 촬영권이 제공된 것이다. 더불어 열여덟 어른 캠페이너와 함께 인식 개선 콘텐츠 제작 협업을 하기도 했다. 이 경험이 이번 팝업 전시로까지 확장됐다. 프레임에 규정되지 않은 촬영으로 정답 없는 나다움을 드러내다
전시회에는 6명의 개성이 담긴 모습이 사진으로 담겨있다. 캠페이너 각자의 나다움이 잘 드러나는 컨셉으로 촬영한 사진과 더불어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오브제와 이야기가 전시돼 있다. 특별히 기존에 시현하다가 촬영해 왔던 상반신의 초상사진 앵글 대신 각자의 나다움이 잘 드러나도록 프레임을 규정하지 않고 자유로운 형태로 촬영을 진행했다.
강한나 시현하다 마케팅팀장은 “촬영하는 동안 캠페이너들에게서 자신의 삶을 개척하려는 의지와 에너지가 느껴졌다”고 말했다. 또 “전시 파트에서는 개개인의 과거와 현재를 집중적으로 다뤄 가공 없는 온전한 나다움을 보여주려 했다”고 전했다. 전체를 대표하는 이야기보다 각자의 사정 속에 정답 없는 나다움을 찾아가는 모습을 방문객들이 각자의 방식대로 해석하길 바란 것이다. 이를 통해 자립준비청년은 동정과 편견의 대상이 아닌 함께 사회를 살아가는 ‘보통의 청춘’임을 알리려 했다. 동시에 사진전을 방문하는 이들 스스로가 ‘나다움’을 한 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 했다. 응원의 손길과 보통의 청춘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한 때
자립준비청년이 겪는 어려움은 다양하다. 집은 어떻게 구해야 하고 돈을 쓰는 데 있어서 어느 정도가 적정선인지 등 수많은 힘든 순간과 부담 및 책임감이 무겁게 이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어려움은 자신의 출신에 대한 편견과 동정의 시선이다. 여러 매체 속 고아 캐릭터를 보며 ‘나를 저렇게 부정적으로 바라보면 어떡하지’하는 걱정과 실제 차별ㆍ편견 경험은 자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어린 시절부터 일상적으로 쌓아온 경험이 모여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는 것처럼 자립은 삶의 경험들이 축적돼 이뤄진다. 물질적 지원이 늘어나더라도 이를 활용해 사회의 편견 속에서 나다움을 잃지 않고 살게 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자립준비청년 앞에 놓인 숙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이들을 응원하는 손길과 함께 자립준비청년이 아닌 ‘보통의 청춘’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김성식 아름다운재단 변화확산국장은 “앞으로도 사회에서 주목받지 못한 청년들의 삶에 의미가 되도록 하는 사람 중심의 사업을 이뤄가겠다”고 밝혔다. 더 많은 자립준비청년이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그들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이진호 기자/손승현 대학생 기자 jinho23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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