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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다움’의 답을 찾는다면? 영도 ‘무명일기’[MZ 공간 트렌드]

    부산 영도에는 ‘영도 사람이 영도를 떠나면 영도할매의 미움을 산다’는 말이 전해진다. 평소 주민들을 지키는 데 지극정성인 영도할매가 영도를 떠나는 이에겐 심술을 부린다는 설화다. 행정구역상 부산이지만 섬이라는 폐쇄성을 가진 영도의 특성을 잘 나타내는 대목이다. ‘보물섬’ 영도를 아시나요내륙에서 4개의 다리를 각각 건너야만 통할 수 있는 영도에는 한국의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첫 개항지인 부산항은 항공 운항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이전까지 모든 자원이 드나드는 통로이자 사람이 유일하게 바다를 건널 수 있는 길목이었다. 일제강점기 일본군의 군화에 짓밟힌 아픔을 간직한 땅이고 6·25전쟁 당시 피란민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돼 준 곳이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수산업이 쇠락하며 사람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그 자리에는 빈집과 낡은 컨테이너만이 남았다. 이런 영도가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위한 ‘보물섬’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한 것은 5년여 전쯤의 일이다. 부산항에 늘어선 빛바랜 폐공장은 독특한 콘셉트와 커피 맛을 갖춘 복합 문화 공간으로 변신했다. 해안가 절벽을 따라 공·폐가가 가득하던 흰 여울길에는 저마다의 오션 뷰를 자랑하는 카페가 들어섰다. 이들의 공통점은 부산의 정체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맛과 풍경,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데 있다. 영도가 보물섬이 되기까지는 ‘로컬 크리에이터(local creator)’의 역할이 컸다. 도시 재생 사업은 예산을 들여 관광 상품을 개발하고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새로운 시설을 만든다. 하지만 관광객 수가 예상을 밑돌거나 거주민이 반발하는 등 리스크로 인해 기대만큼의 성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게 현

    2023.01.09 12:16:07

    ‘부산다움’의 답을 찾는다면? 영도 ‘무명일기’[MZ 공간 트렌드]
  • ‘라떼는’ 수학여행으로 가던 경주, MZ 핫플 됐다[MZ공간트렌드]

    고루한 수학여행지는 옛말이다. 경주가 달라졌다. ‘황리단길(황남동과 경리단길의 합성어)’로 카페 열풍을 불러일으키더니 최근엔 관광 명소마다 특색 있게 조성된 야간 경관으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좋아요’를 부르는 핫 플레이스가 됐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곳곳에 문화 유적지가 산재했지만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발길이 향하는 곳은 따로 있다. 바로 경주엑스포대공원이다. 1998년 국제박람회를 계기로 출범한 엑스포대공원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전시·체험·공연 등 다양한 경험을 아우르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거듭났다. 건축, 예술이 되다경주엑스포대공원의 상징 경주타워는 7세기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목조 건축물인 황룡사 9층 목탑을 본떠 만들어졌다. 82m의 아찔한 높이와 중심부가 뻥 뚫린 파격적 설계로 경주 어디에서든 존재감을 뽐낸다. 꼭대기 층인 전망대에서는 보문호를 중심으로 자리한 보문관광단지·경주월드 등 경관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탑을 품은 건물’이라는 독특한 아이디어를 낸 이는 재일 한국인 건축가 고(故) 이타미 준(한국명 유동룡, 1937~2011년)이다. 타워 중심에 새겨진 빈 곳에는 사라진 황룡사 9층 목탑을 되살리고자 하는 그의 사려 깊은 뜻이 담겼다. 당시 그의 디자인은 설계 공모에서 우수작에 선정됐지만 최종 당선작에는 뽑히지 못했다. 그로부터 3년 뒤 세상에 모습을 보인 탑은 그의 응모작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했고 수년간 법정 공방이 이어졌다. 결국 이타미 준이 별세한 지 한 달이 지나고 나서야 대법원은 그를 경주타워의 저작권자로 인정했다. 경주타워에서 대로를 따라 약 5분이면 세계적인 건축가

    2022.12.23 10:51:53

    ‘라떼는’ 수학여행으로 가던 경주, MZ 핫플 됐다[MZ공간트렌드]
  • 후암동을 품은 온고지신의 가치, 눅(nook)서울[MZ 공간 트렌드]

    주택이 오밀조밀 늘어선 후암동 어느 골목 사이, 은은하게 빛나는 대문자 N이 이곳이 목적지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눅서울은 그렇게 작은 골목에 스며들어 있다. 1930년대 지어진 ‘적산가옥(일식 주택)’을 복원한 공간으로 명성을 떨친 것과 달리 외관은 여타 주택과 다를 바 없다. 빼꼼히 나타난 붉은 벽돌 기둥만이 이곳의 80여 년의 역사를 증명해 주는 듯하다. 하지만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잠시 시간이 멈춘 듯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서울, 서울, 서울건축주 이호영 대표는 24년의 교수 생활과 지방살이를 뒤로하고 2014년 고향인 서울 땅을 밟았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서울은 변화하고 있었다. 그때그때 유행하는 장소들이 우후죽순 거리를 채웠다가 사라졌고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신식으로 개조된 건물이 어설프게 솟아 있었다. 젊은 시절을 뉴욕에서 보냈지만 화려하고 북적이는 대로보다 좁고 삐뚤삐뚤한 골목에 본능적으로 끌려온 그다. 사람 사는 냄새가 그리웠다. 허름한 골목 안에 서울의 정체성이 담겨 있다고 확신했다. 창신동부터 시작해 이화동·부암동·서촌·연남동·해방촌·성수동까지 발품을 팔며 골목이 저마다 내뿜는 향기와 그에 깃든 문화를 탐미했다. 정처 없이 떠돌던 건축주의 발길은 후암동에서 멈췄다. “골목에서 한 발 툭 튀어나와 망루처럼 선 낡은 주택 한 채를 본 순간 ‘나만의 트리 하우스를 갖고 싶다’는 어린 시절의 꿈이 이뤄질 것만 같았다”고 건축주는 회상했다. 서울 용산구 후암동은 시간의 가치를 간직한 동네다. 남산 밑에 둥글고 두터운 바위가 있다고 해서 ‘두텁바위마을’이라고 불린 이곳은 바위가 사라진 뒤에도 이름만은 그대로 남아 후암동이라

    2022.11.15 15:58:55

    후암동을 품은 온고지신의 가치, 눅(nook)서울[MZ 공간 트렌드]
  • 과거와 현재의 융합이 만든 ‘힙플레이스’ 어니언 광장시장점 [MZ 공간 트렌드]

    세대를 아우르는 ‘힙플레이스’ 어니언 광장시장점‘힙’은 어디에나 있다. 강남에 오픈한 신상 카페에도, 전통 시장 골목의 허름한 순댓국밥집에도, 으리으리한 근교의 대형 카페에도…. 오래된 골목에 있는 꾸미지 않은 날것의 공간, 그 공간이 오랜 시간 동안 쌓아 온 서사가 있다면 더더욱 힙하게 느껴진다. 다른 한편으로는 허름한 곳의 세련된 오브제, 진주 목걸이를 하고 노포를 찾아다니는 인플루언서에게서 약간의 위화감을 동반한 ‘힙스러움’을 느낀다.‘힙스터’, ‘힙플레이스’, ‘힙하다’ 등 ‘힙’이 붙는 신조어는 이제 식상해진 수준이다. 유행을 선도하는 셀러브리티라는 의미로도 쓰지만 이 단어는 1940년대 미국 재즈 문화에서 왔다. 당시 재즈는 흑인의 전유물이었다. 흑인의 전유물이었던 서브 컬처인 재즈에 심취한 백인을 부르던 말이라고 한다.힙스터들은 개인의 취향과 차별성으로 주류와 자신을 구분 짓는다. 2000년대 들어서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2030세대가 자본주의적 소비주의에 반해 가치 지향의 소비를 추구하는 것도 일종의 ‘힙스터’ 문화라고 볼 수 있다. 반주류 문화라는 기원에서 역설적으로 그들의 비주류 문화가 유행이 되기도 하는데 이를 힙스터 패러독스라고 한다.정식 오픈 전부터 화제를 모은 ‘어니언 광장시장점’은 이런 트렌드의 대표로 떠오르는 카페 브랜드다. 광장시장 입구 모퉁이에 문을 열었다. 성수점·미아점·안국점에 이어 넷째 매장으로 아티스트 그룹 패브리커가 디렉팅했다. 이들은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를 넘나들며 공간을 재해석하기로 유명하다. 폐공장을, 강북 우

    2022.11.10 15:05:43

    과거와 현재의 융합이 만든 ‘힙플레이스’ 어니언 광장시장점 [MZ 공간 트렌드]
  • 과거와 현재를 잇는 공간의 가치, 보안여관 [MZ 공간 트렌드]

    경복궁역 4번 출입구로 나와 궁궐 돌담길을 따라 걷다보면 통의동에 닿게 된다. 한복 체험을 하는 외국인들, 체험 학습을 나온 중고등학생들 등이 눈에 띈다. 이들을 지나면 낮은 건물들 사이로 ‘보안여관’이라고 쓰여 있는 낡은 간판 하나를 볼 수 있다. 간판은 레트로 감성을 좇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노린 마케팅의 일환일까 의심하게 하지만 이곳은 1936년부터 2004년까지 실제로 운영된 여관이다. 지킬 보(保), 편안한 안(安), ‘손님의 안전을 지킨다’는 이 공간을 설명할 때 빠질 수 없는 수식어가 있다. 바로 ‘문학인들의 아지트’였다는 것이다. 문학의 시작점“1936년 가을, 함형수와 나는 둘이 같이 통의동 보안여관이라는 데서 기거하면서 김동리·김달진·오장환 등과 함께 ‘시인부락’이라는 동인지를 꾸며내게 되었다.”서정주 시인은 시 전문지 ‘시인부락’이 통의동 3번지, 보안여관에서 창간됐다고 자서전에서 밝혔다. 1936년 11월, 12명의 젊은 시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시인부락’은 1년 만에 통권 5호로 종간지됐만 인간주의적 순수문학을 다루며 생명을 탐구했다는 가치를 인정받아 문학사적으로 귀중한 사료로 남게 됐다.한국의 근대식 여관은 1910년 이후 일제의 식민지 정책으로 도시와 함께 번성하게 됐다. 당시 여관의 역할은 잠을 자야 한다는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공간이었을 터. 하지만 보안여관은 쉼의 공간, 방이라는 명제를 넘어 시인·작가 등이 장기 투숙하며 예술혼을 불태운 곳이다. 보안여관은 서정주·김동리·김달진·오장환뿐만 아니라 이상·이중섭·구본웅 같은 문인·화가들도

    2022.10.26 09:46:18

    과거와 현재를 잇는 공간의 가치, 보안여관 [MZ 공간 트렌드]
  • [special]"공간을 통한 나눔, 공정무역 꿈꿔요"

    공간을 통해 위안과 유희, 그리고 인사이트(insight, 영감)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서울 인사동에 위치한 ‘코트(KOTE)’는 이러한 사람들의 니즈를 120% 충족시키는 복합 문화예술 공간이자, 공유 오피스 공간이다. ‘한번도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간 사람은 없다’는 코트의 찐 매력을 살펴봤다. [코트의 외관. 100년된 오동나무가 건물 중앙부에 위치해 과거와 현재를 이어...

    2021.04.26 08:40:08

    [special]"공간을 통한 나눔, 공정무역 꿈꿔요"
  • [special]공간의 변신, 상생의 답을 찾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비대면과 사회적 거리 두기의 일상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삶의 공간도 변한다. 현재 우리가 선호하는 공간의 유형은 어떤 모양일까.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아모레 성수’. 사진 아모레퍼시픽 제공] ‘공간(空間).’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널리 퍼져 있는 범위. 어떤 물질이나 물체가 존재할 수 있거나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자리. 공간의 사전적 ...

    2021.04.26 08:40:01

    [special]공간의 변신, 상생의 답을 찾다
  • 서경대, 창의융합형 학습·탐구 공간 ‘SKU-이노베이션 샌드박스’ 구축

    △서경대는 학생들의 자유롭고 활발한 참여를 통해 창의성과 융합적 사고를 키워주는 ‘SKU-이노베이션 샌드박스(SKU-Innovation Sandbox)’를 지난해 설치하고 다양한 교육프로그램과 리소스를 구축했다. (사진 제공=서경대)[한경잡앤조이=이진호 기자] 서경대가 무한한 상상력으로 기존의 것을 혁신하거나 세상에 없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 학생들이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고 자아 실현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도록 돕는 창의융합형 학습·탐구 공간을 조성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경대는 학생들의 자유롭고 활발한 참여를 통해 창의성과 융합적 사고를 키워주는 ‘SKU-이노베이션 샌드박스(SKU-Innovation Sandbox)’를 지난해 설치하고 다양한 교육프로그램과 리소스를 구축했다고 26일 발표했다.서경대는 공간 설계 및 배치, 개방적인 교류가 가능한 학습자 중심의 맞춤형 공간인 ‘SKU-이노베이션 샌드박스’ 설치를 통해 개방화, 자율화, 복합화를 기반으로 학생들의 창의성과 융합적 사고를 키워주고 있다. 서경대 유담관 CLC존과 유담관 L층에 설치되어 있는 ‘SKU-이노베이션 샌드박스’는 공감하기, 문제 정의하기, 아이디어 내기, 모델 만들기, 실험하기 등의 5단계 운영원칙을 구현할 수 있도록 △공감하기(Empathize) 스페이스 △문제 정의하기(Define) 스페이스 △아이디어 내기(Ideate) 스페이스 △모델 만들기(Prototype) 스페이스 △실험하기(Test) 스페이스 등 5개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공감하기(Empathize) 스페이스’는 구성원들이 저마다 자신의 생각이나 구상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공유함으로써 소통과 공감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문제 정의하기(Define) 스페이스&

    2021.01.28 18:05:19

    서경대, 창의융합형 학습·탐구 공간 ‘SKU-이노베이션 샌드박스’ 구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