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 속에서 한 끝의 디테일로 만들어 낸 변주…‘트렌드’의 비밀
세대를 아우르는 ‘힙플레이스’ 어니언 광장시장점
‘힙스터’, ‘힙플레이스’, ‘힙하다’ 등 ‘힙’이 붙는 신조어는 이제 식상해진 수준이다. 유행을 선도하는 셀러브리티라는 의미로도 쓰지만 이 단어는 1940년대 미국 재즈 문화에서 왔다. 당시 재즈는 흑인의 전유물이었다. 흑인의 전유물이었던 서브 컬처인 재즈에 심취한 백인을 부르던 말이라고 한다.
힙스터들은 개인의 취향과 차별성으로 주류와 자신을 구분 짓는다. 2000년대 들어서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2030세대가 자본주의적 소비주의에 반해 가치 지향의 소비를 추구하는 것도 일종의 ‘힙스터’ 문화라고 볼 수 있다. 반주류 문화라는 기원에서 역설적으로 그들의 비주류 문화가 유행이 되기도 하는데 이를 힙스터 패러독스라고 한다.

아이덴티티가 뚜렷한 공간은 마니아들에게는 ‘덕질(어떤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해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파고드는 일)’의 요소가 되지만 그렇지 않은, 웬만하고 평범한 취향을 가진 사람에게는 불편한 감정을 일으키기도 한다. 사람도 자기 개성이 뚜렷할수록 타인과 어우러지기 어렵지 않은가(그만의 매력이 있지만). 요즘 세대 감성에 묶이지 않는 20대나 나머지 기성세대들은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지나치게 뚜렷한’ 공간에서 그들의 힙스러움이 어색해 어쩔 줄 몰라 한다. ‘힙’은 어쩌면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전유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다다른다.
패브리커의 공간 철학이 뚜렷하고 이전까지의 카페 어니언을 봤을 때 수요층과 그들이 기대하는 요소들을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었기 때문에 광장시장의 어니언도 비슷한 느낌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곳은 원래 60년 동안 이어 온 금은방 보신당이었다. 옛 공간을 살리고 향수를 일으키려는 기획이 들어갔다. 어니언의 원두는 지점마다 다른데 광장시장점의 원두는 이름도 ‘노스탤지아’다. 의도한 일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인 페이스트리 피자도 어릴 적 즐겨 먹던 엄마 손 파이가 생각나는 맛이다. 헤이즐넛 시럽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얼마나 또 정성스러운지 매일 아침 시장에서 두부를 만드는 것만큼 수고롭다. 어니언 베이커리팀에서 견과류를 볶아 광장시장점으로 가져다주면 직원이 설탕과 물을 따뜻한 물에 녹여 볶은 콩과 함께 숙성한다. 그다음 믹서기에 넣고 간다. 그렇게 병에 담으면 층이 분리가 되면서 위에는 헤이즐넛 견과류가, 아래에는 시럽이 남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헤이즐넛 시럽을 넣어 헤이즐넛 라떼를 만든다. 라떼의 우유는 선호에 따라 귀리 우유로도 바꿀 수 있다.

윤제나 한경무크팀 기자 ze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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