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크리에이터가 만든 복합 문화 공간…MZ세대의 보물섬 되다
부산 영도에는 ‘영도 사람이 영도를 떠나면 영도할매의 미움을 산다’는 말이 전해진다. 평소 주민들을 지키는 데 지극정성인 영도할매가 영도를 떠나는 이에겐 심술을 부린다는 설화다. 행정구역상 부산이지만 섬이라는 폐쇄성을 가진 영도의 특성을 잘 나타내는 대목이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수산업이 쇠락하며 사람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그 자리에는 빈집과 낡은 컨테이너만이 남았다. 이런 영도가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위한 ‘보물섬’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한 것은 5년여 전쯤의 일이다. 부산항에 늘어선 빛바랜 폐공장은 독특한 콘셉트와 커피 맛을 갖춘 복합 문화 공간으로 변신했다. 해안가 절벽을 따라 공·폐가가 가득하던 흰 여울길에는 저마다의 오션 뷰를 자랑하는 카페가 들어섰다. 이들의 공통점은 부산의 정체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맛과 풍경,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데 있다.
로컬 크리에이터는 다르다. 지역 고유의 특성에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더해 쇠락한 지역 공간을 힙하고 젊은 이미지로 바꾸는 데 주력한다. 이들에게 도시 재생은 딱딱한 사업이 아니라 자신들의 라이프스타일을 투영하는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시장의 반응 역시 확실하다. 대량 생산된 공산품보다 ‘마이크로 트렌드(micro-trend)’에 열광하는 MZ세대는 맞춤형 취향,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에 열광한다. 로컬 크리에이터가 만들어 낸 고유의 지역성·문화성은 극세분화된 타깃에 적중했고 이들은 지역 사회의 새로운 동력이자 도시 재생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정해지지 않은 일상의 기록’이라는 이름에 담긴 것처럼 머무르는 사람에 따라 각각 다른 장소로 기억됐으면 해요.” 오 대표의 바람대로 무명일기는 음식과 디자인, 문화가 있는 복합 공간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작은 세미나·간담회부터 정부 주최 토론회까지 치러낸 데 이어 2022 우수 관광 벤처 시상식에서 예비 관광 벤처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무명일기
부산 영도구 봉래나루로 178
박소윤 한경무크팀 기자 sos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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