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인사이드]
5년 새 30배 성장…타임폴리오·라임·유경PSG ‘강남 부자들’ 입소문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13.4%.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사모펀드의 최근 3년간 평균 수익률이다. 같은 기관 공모펀드의 수익률은 7.8%에 그쳤다. 높은 수익률을 따라 시중의 ‘뭉칫돈’이 사모펀드로 흘러들고 있다. 2016년 12월을 기준으로 금융투자협회(이하 금투협)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사모펀드 순자산 총액은 253조8063억원으로 공모펀드 순자산 220조5378억원을 앞질렀다.‘사모펀드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활약 돋보이는 ‘한국형 헤지펀드’

‘최소 투자금액 1억원 이상, 투자자 49인 이하.’ 사모펀드를 구분하는 기준이다. 소수의 투자자들로부터 거액의 투자 자금을 받아 운용하는 펀드인 만큼 사모펀드의 특징 중 하나는 폐쇄성이다.

은행이나 증권사의 프라이빗 뱅커(PB)들을 통해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비밀스럽게 상품 정보가 공유된다. 흔히 사모펀드를 일컬어 ‘부자들만의 투자 리그’라고 말하는 이유다.

2016년 이후 국내 사모펀드 시장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전문 투자형 사모펀드(한국형 헤지펀드) 운용사들의 활약이 컸다. 이는 사모펀드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금융 당국의 정책이 뒷받침된 결과다.

금융 당국은 2015년 10월 25일부터 ‘자본시장법 개정법’을 통해 전문사모집합투자업(한국형 헤지펀드) 진입 요건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변경했다. 이와 함께 자기자본 20억원과 전문 인력 3명 이상으로 등록 요건 또한 완화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자산 운용사는 모두 165개로 전년 대비 72개가 증가했는데, 새로 등록된 72개가 모두 전문사모집합투자업자다. 그중 40개는 신설됐고 32개는 투자 자문사에서 전환한 곳이다.

현재 전체 사모펀드 250조원의 운용 금액 중 전문 투자형 사모펀드 운용 금액은 7조원 정도로, 국내에 전문 투자형 사모펀드가 처음 도입된 2011년 말 3000억원과 비교하면 5년 사이에 30배 가까이 성장한 셈이다. 여기에 지난해 8월부터 증권사들도 전문사모집합투자업에 진출할 수 있어 사모펀드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상황이다.

◆황성환·원종준·강대권 ‘돌풍의 주역’

사모펀드 시장의 규모가 커질수록 독특한 운용 전략이나 특화된 전문 분야를 앞세워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신생 운용사들이 적지 않다.
‘헤지펀드 전성시대’ 이끄는 3인방
최근 가장 잘나가는 전문 투자형 사모펀드 운용사를 꼽으라면 단연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하 타임폴리오)이다. 2008년 7월 투자 자문사로 금융투자업계에 발을 들인 타임폴리오는 지난해 4월 전문 투자형 사모펀드 운용사로 변신했다.

설립 1년밖에 안 된 신생 자산 운용사지만 그 돌풍이 만만치 않다. 지난해 7688억원의 자금을 그러모으며 업계에서 단숨에 자산 운용 규모 2위로 뛰어올랐다. 삼성자산운용(1조488억원)과 미래에셋자산운용(5823억원)의 ‘양강 체제’였던 전문 투자형 사모펀드 시장에 균열을 가져온 셈이다.

이 회사에서 지난해 5월 처음으로 설정한 전문 투자형 사모펀드 상품인 ‘타임폴리오 더 타임(The Time)-M’과 ‘타임폴리오 더 타임(The Time)-H’를 포함해 6개 헤지펀드 모두 지난 3월 15일을 기준으로 누적 수익률 1.76~7.46%, 연 환산 수익률 5.88~9.20%를 기록 중이다. 이는 전체 전문 투자형 사모펀드의 누적 수익률 2%와 비교해도 큰 폭으로 앞서는 수치다.

짧은 기간 동안 타임폴리오에 이처럼 많은 투자 자금이 유입된 데는 2003년 설정된 ‘타임사모펀드’의 영향이 컸다. 이 펀드는 6개월 단위로 수익금을 결산했는데 13년간 단 한 번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지 않았다. 이 때문에 강남 재력가들 사이에서는 타임폴리오 펀드 가입 열풍이 불기도 했다.

이 운용사를 이끌고 있는 황성환 대표는 군 전역 후 서울대 주식 투자 동아리에서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코스닥에 투자하며 큰 수익을 거둔 것으로 유명하다. 이후 미래에셋대우(당시 대우증권) 특채로 2년간 경력을 쌓은 뒤 투자 자문업에 뛰어들어 지금에 이르렀다.

라임자산운용(이하 라임)도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267억원의 운용 자금을 굴리고 있는 라임은 2012년 투자 자문사로 시작해 지난해 12월 전문 투자형 사모펀드 운용사로 전환했다.

주식 롱쇼트, 대체 투자, 해외투자 등 멀티 전략(multi strategy)을 구사하며 전문 투자형 사모펀드 시장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국내 최초의 행동주의 전문 투자형 사모펀드 상품인 ‘라임 데모크라시’를 출시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는 일정 지분율 확보로 경영에 적극 관여함으로써 기업과 보유 주식의 가치 상승을 추구하는 상품으로, 미국의 ‘기업 사냥꾼’으로 불리는 칼 아이칸이 대표적이다.

라임은 현재 16개 상품을 운용 중인데, 주식 롱쇼트 비율이 높은 ‘모히토’와 대체 투자 비율이 높은 ‘새턴’은 지난 2월 28일 기준으로 각각 설정 후 10.93%, 7.04%의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
원종준 라임 대표는 2005년 우리은행의 자기자산을 운용하는 증권운용부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트러스톤자산운용·브레인자산운용 등 대표적인 1세대 헤지펀드 운용사들에서 경력을 쌓은 실력파다.

2170억원의 자금을 운용하는 유경PSG자산운용(이하 유경PSG)도 ‘가치 투자’를 접목한 신생 운용사로 강남 자산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1999년 설립된 드림자산운용은 2014년 파인스트릿그룹(PSG)이 지분 9.1%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대주주인 유경산업의 이름을 따 유경PSG자산운용으로 사명을 바꾸고 새롭게 출발했다.

일반적으로 사모펀드는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한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지만 유경PSG는 가치 투자를 기반으로 절대 수익을 추구한다.

대표적으로 2015년 12월 1일 설정된 ‘유경PSG헤리티지밸류전문투자형사모혼합자산투자신탁1호’는 매달 1% 정도씩 꾸준한 수익을 내며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유경PSG의 변화를 이끌어 낸 주인공은 2014년 회사가 새 출발을 하는 과정에서 합류한 강대권 최고투자책임자(CIO)다. 1980년생으로 자산운용업계 최연소 CIO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에서 9년간 펀드매니저로 경험을 쌓은 그는 국내 가치 투자자로 유명한 ‘이채원 키즈’로 불린다. 강 CIO를 포함한 5명의 펀드매니저들이 현재 유경PSG의 주식 운용을 책임지고 있는데, 이들 모두 서울대 주식 투자 동아리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