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1206호 (2019년 01월 09일)

‘외주 금지’는 산업 안전 해법이 될 수 없다

[경제 돋보기]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솔직해져야 한다.’

새해 한국 경제의 다짐이다. 위선적인 정책이 경제를 내부로부터 무너뜨리고 있다. 저임금 계층의 소득을 높인다면서 과도하게 인상한 최저임금은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다.

작년 연말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도 중대한 허점을 갖고 있다. 법 개정의 취지는 안전사고의 원인을 비정규직 문제로 돌리는 노동계의 주장에 따라 외주를 금지하는 것이다.

법 개정으로 기업이 유해·위험 작업에 대해 외주를 줄 수 없고 원청 사업주는 모든 안전사고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며 법 위반에 대한 형사처분 수위가 강화됐다.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 금지는 모순이다. 문제의 본질은 외주 때문이 아니라 안전 관리가 소홀해 사고가 난다는 것이다. 유해·위험 작업은 숙련과 전문성이 요구된다.

유해·위험 작업이 상시적으로 있는 기업이 아니라면 이 일을 맡는 별도의 조직을 두기 어렵다. 이때 외주를 줘야 사고를 피할 수 있다. 정규직이더라도 숙달되지 않으면 대형 사고가 나기 십상이다. 안전 관리 전문 기업에 외주를 줌으로써 위험을 진단하고 안전 훈련을 독려하는 것이 노사 모두에 이익이다.

이 때문에 사고가 적은 선진국은 안전 관리 서비스산업이 발전하고 여기에 종사하는 고숙련·고임금 노동자도 많다.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안전사고가 많다는 주장도 모순이다. 문제의 본질은 정규직이 유해·위험한 일을 기피해 경험이 없는 비정규직이 맡을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안전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문제가 생기면 업자를 불러 일 시키면 된다는 인식이 노사 모두에 깔려 있다. 기업은 비용을 줄이고 노동조합은 임금을 올릴 수 있으니 비정규직을 활용한다. 이런 점에서 비정규직의 안전사고는 노동조합과 사업주의 담합 결과라고 볼 수도 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꾼다고 안전사고를 줄일 수는 없다. 안전 관리는 구성원 모두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사고를 줄인다.

안전사고에 대한 사업주의 책임과 처벌을 강화한다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처벌이 아닌 사고 예방에 목적이 있다. 본말이 전도된 법은 민간 기업이 사고 위험이 아니라 처벌 위험 때문에 사업을 포기하게 만들기 십상이다. 사고 발생 가능성이 낮아도 처벌 강도가 세면 사업을 하지 않는 것이 이익이다. 이렇게 되면 사고가 줄어든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산업과 일자리가 사라진다.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다.   

공기업은 최종적인 사업주가 정부다. 사고가 나면 정치 논리로 피해 가서 그런지 민간 기업보다 산업 안전에 대한 인식이 오히려 낮다.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이나 서부발전 태안 사고처럼 공기업에 안전사고가 유달리 많은 이유다.

공기업은 민간 기업에 비해 책임 소재가 복잡하고 노동조합의 힘이 강하다. 또한 공기업에는 관리자가 많고 현장에서 안전 작업을 수행할 인력이 부족한 문제도 있다.

KT 아현지사 화재로 인한 통신 재난 복구에 시간이 오래 걸렸던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다. 위험의 외주화 문제를 촉발했던 구의역 사고는 서울교통공사 위에 서울시가 있고 노동계의 입김이 강한 서울시는 사고를 비정규직 문제로 화살을 돌리면서 책임을 피해 갔다.

정부부터 솔직해야 안전 사회를 만들 수 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6호(2019.01.07 ~ 2019.01.1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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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9-01-08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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