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네이버 VS 카카오]
- ‘1세대 IT 전문가’ 한성숙- 서비스의 여민수·디자인의 조수용 역할 분리
네이버와 카카오를 이끄는 전문 경영인 누구?
[한경비즈니스 = 이홍표 기자] 네이버와 카카오는 현재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있다. 각 분야는 전문성 있는 리더들이 이끌고 있다.
현재 네이버를 맡고 전문 경영인은 한성숙 사장이다. 한 사장은 1세대 정보기술(IT) 분야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1967년생인 한 사장은 숙명여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민컴에서 잡지사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나눔기술과 PC라인에서 일했다.
이후 엠파스에 창업 멤버로 합류해 검색사업본부장을 맡았다. 당시 다른 포털의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검색 결과까지 보여주는 ‘열린검색’을 선보였다. 엠파스가 SK커뮤니케이션즈에 매각되자 2007년 네이버의 전신인 NHN으로 자리를 옮겼다. NHN에서 검색품질센터장·서비스본부장을 역임하며 서비스 전반을 총괄했다.
한 사장은 2009년부터 네이버 대표이사를 맡아 온 김상헌 전 사장이 물러나면서 2016년 10월 네이버 대표이사 사장에 내정됐다. 이후 2017년 3월 주주 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공식 취임했다. 당시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도 이사회 의장 자리에서 김 전 사장과 함께 물러났고 변대규 휴맥스홀딩스 회장이 이사회 의장에 선임됐다. 이를 통해 네이버는 현재의 변대규-한성숙 체제로 이어지고 있다.
한 사장은 합리적이고 열정적 성격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엠파스에 근무할 때 일벌레로 유명했다. 엠파스에 합류한 후 처음 5년 동안 1년에 4~5일을 쉬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스스로에게 엄격한 일벌레지만 부하 직원들에게는 관대한 상사라고도 전해진다. 또 한때 네이버 직원들의 이름을 거의 모두 기억할 만큼 소통을 강조하고 직원들의 고민 상담도 자주 해주는 ‘왕언니’라는 평도 듣는다. NHN 합류 당시 엠파스에서 같이 일했던 이준호 NHN엔터테인먼트 회장이 이해진 GIO에게 강력하게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인 키운 일본인, 이데자와 다케시 사장
현재 네이버의 큰 축 중 하나는 일본 자회사 라인이다. 라인은 이데자와 다케시 사장과 신중호 대표가 4월부터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이데자와 사장은 2015년 4월부터 라인의 대표이사를 맡아 회사를 키워 왔다. 이데자와 사장은 일본 보험회사 출신이다. 그를 라인의 대표이사에 앉힌 것도 금융 사업을 키우겠다는 네이버의 명확한 방향성을 보여준다. 1973년생인 이데자와 사장은 1996년 와세다대를 졸업한 뒤 아사히 생명보험에서 회사 생활을 시작했다. 2013년 4월 라인 이사와 2014년 1월 라인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거쳤다.
이데자와 사장은 COO를 맡은 후 약 1년 동안 라인을 이용자들의 생활 인프라로 확장하는 ‘라인 라이프 플랫폼 전략’을 집중적으로 추진했다. 라인은 그 사이 O2O, 결제,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영역의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며 이용자의 생활과 더욱 밀착한 서비스로 거듭났다. 이데자와 사장의 최종 목표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스마트 포털화’다. 그는 라인 안에서 이용자가 모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스마트 포털을 조성하겠다는 큰 그림 아래 라인의 금융 서비스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신중호 대표는 올해 4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신 대표는 카이스트 전산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오즈테크놀로지·네오위즈게임즈에서 재직한 뒤 2005년 검색 사이트 ‘첫눈(1noon)’을 창업했다. 첫눈이 네이버에 인수된 뒤 2008년 네이버재팬 기획본부장에 취임해 일본에서 검색 관련 사업을 이끌었고 2013년 라인의 한국 법인인 라인플러스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후 라인 최고글로벌책임자(CGO)·최고서비스책임자(CSO)·고객감동책임자(CWO)를 거쳤다.
카카오는 여민수 대표와 조수용 대표가 공동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여 대표와 조 대표는 카카오페이·모빌리티·인공지능(AI) 등 새 사업들의 수익화에 속도를 내는 한편 콘텐츠 등 지식재산권을 바탕으로 카카오의 글로벌 매출을 확대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여 대표는 1969년생으로 고려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오리콤과 LG애드 등 광고업계에서 일하다 2000년 네이버의 전신인 NHN으로 이직했다. 이후 네이버에서 검색사업부장·e비즈본부장 등 검색 사업을 총괄했다.
2009년까지 NHN에서 일하다 그해 10월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옥션으로 이직했다. 그는 또 LG전자로 자리를 옮겨 글로벌마케팅부문 상무를 지낸 뒤 2016년 카카오 광고사업부문 총괄부사장으로 카카오에 합류했다. 2018년 3월부터 조 대표와 공동대표에 선임됐다.
여 대표는 네이버의 핵심 수익 모델인 광고 사업 성장을 이끈 인물로 꼽힌다. 저돌적 추진력을 지녀 업계에서는 ‘싸움닭’으로 불린다.
네이버와 카카오를 이끄는 전문 경영인 누구?
◆카카오뱅크도 ‘공동 대표’ 시스템 갖춰
여 대표가 서비스와 광고 전문가라면 조 대표는 디자인과 마케팅 전문가다. 조 대표는 1974년생으로 프리챌 디자인센터 센터장을 거쳐 NHN에서 마케팅과 디자인 총괄 부문장을 맡았다. NHN 퇴사 후 디자인 기업 제이오에이치(JOH)를 설립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브랜드 다큐멘터리 잡지인 매거진B를 발행했다. 카카오에서 브랜드 디자인 총괄 부사장과 공동브랜드센터 센터장을 지낸 뒤 여 대표와 함께 2018년 3월부터 카카오 공동대표에 선임됐다.
조 대표는 다양한 분야에 호기심이 많고 특히 디자인과 브랜드 감각이 탁월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조 대표는 NHN에 근무하던 시절 네이버의 초록색 검색창을 디자인했다. NHN 사옥 그린 팩토리 등의 디자인도 총괄한 것으로 유명하다. JOH를 통해 공간 임대 사업과 ‘일호식’, ‘세컨드키친’ 등 식당도 운영했다. 현재 JOH는 카카오가 인수했다.
카카오뱅크(한국카카오은행)는 카카오의 미래를 이끌 한 축이다. 카카오뱅크 역시 공동 대표 체제다. 이용우 대표와 윤호영 대표가 2018년 출범 당시부터 함께 회사를 이끌고 있다.
윤 대표는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업계를 두루 거쳤다. 1971년생으로 한양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대한화재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해 에르고다음다이렉트와 카카오를 거쳐 카카오뱅크 공동대표에 선임됐다.
그는 카카오뱅크 설립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시작으로 카카오뱅크의 준비부터 출범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챙겼다. 카카오뱅크 설립 컨소시엄이 다른 1세대 인터넷 전문은행 컨소시엄보다 더 이르게 결정되는 등 사업을 앞서 준비할 수 있었던 것도 윤 대표의 역량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12월 3일 공식 출범한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백상엽 대표가 이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AI 기술을 활용한 통합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설립된 카카오의 ‘비밀 병기’다.
백 대표는 지난 5월 카카오에 합류했다. 1966년생인 백 대표는 서울대를 졸업한 후 LG CNS에 입사, 24년간 LG에서 근무한 정통 LG맨이다. LG CNS 공공사업부·사업이행본부를 거쳐 LG 사업개발팀·시너지팀·에너지TFT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2017년에는 LG CNS 미래전략사업부장 사장을 맡아 LG그룹의 미래 먹거리 발굴을 도맡았다.
특히 백 대표가 이끈 미래전략사업부는 LG CNS가 성장 사업의 역량 강화를 위해 스마트에너지사업부와 미래신사업부를 합쳐 개편한 조직이다. 이 조직은 스마트에너지·AI·빅데이터 사업 등 성장 사업을 총괄, 사업 모델 구축 및 신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백 대표는 카카오로 자리를 옮긴 후 카카오의 사내 독립 기업(CIC)인 AI 랩의 대표를 맡아 왔다. hawlli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4호(2019.12.09 ~ 2019.12.1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