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브랜드 왜 인기인가

마케팅·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미치 조엘은 ‘미래를 지배하는 식스 픽셀’에서 새롭게 부상하는 트렌드로 개인 브랜드의 부상을 강조한다. 미래에는 누구나 자신의 메시지를 세상에 전할 수 있으며 기술의 발달로 누구나 빠르고 저렴하게 디자인을 제품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소비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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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브랜드 성공 전략’의 저자 신병철 또한 심화되는 경쟁 체제 속에서 살아남는 수단으로 개인 브랜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자기 계발의 시대는 갔다. 이제는 개인 브랜드의 시대다. 너 자신을 브랜딩하라”가 핵심 메시지다.

이 같은 책 속의 주장이 현실이 되고 있다. 재능 있는 개인들이 자신의 콘텐츠를 상품화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며 ‘빅 브랜드’와 어깨를 견주는 사례가 속속 생기고 있는 것. 제일모직의 헥사바이구호·준지, 코오롱의 쿠론·슈콤마보니·쟈뎅 드 슈에뜨, 더베이직하우스의 겸비, 신세계인터내셔널의 비디비치, 삼성전기의 엘도라반…. 모두 개인이 씨앗을 심고 키워 대기업이 부러워할만한 브랜드로 키워 냈다. 평균 연 매출 두 배 가격에 인수돼 이제는 짱짱한 기업의 지원 아래 더 넓은 무대로 진출하고 있다.

브랜딩은 이제 기업에만 중요한 개념이 아니다. 창의적인 아이템, 개성 있는 콘텐츠로 ‘온리 원’ 브랜드를 만드는 개인들도 여러 경로를 통해 ‘빅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개인 브랜드 중요성은 이미 2000년대 초·중반 여러 연구를 통해 주장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개인 브랜드가 각광받는 데는 새롭게 떠오르는 트렌드가 자리하고 있다.

첫 번째는 ‘허물어지는 경계’다. 예전에는 기업에 소비자가 거래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소비자와 함께 디자인하고 만들고 파는 관계로 재설정되고 있다. 한근태 한스컨설팅 소장은 “완구 회사 레고는 ‘쿠슈’라는 소비자 협업 개발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들의 아이디어를 상시 제공받고 있고 디자인을 올린 사람은 판매가의 1%를 받는다”고 설명한다.


‘와이즈 쇼핑’ 선호하는 소비자
제조와 유통의 경계도 허물어지고 있다. 대형 마트가 자체 브랜드(Private Brand·Private Label)를 대폭 늘리고 있고 유통사와 제조사가 공동 개발하는 PNB(PB+NB(제조업체 브랜드))가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제조사 브랜드를 그대로 활용하는 PNB는 개인 브랜드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와 같이 모호해지는 경계 속에 개개인이 소비자이면서 생산자로 참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무엇보다 이전과 달리 누구나 자신의 콘텐츠를 상품화하고 알릴 수 있는 장이 커지고 있다. 재능이 곧 돈이 되는 재능 오픈 마켓이 대표적으로, 재능 오픈 마켓 ‘크몽’에는 디자인·마케팅·문서·비즈니스·컴퓨터·음악·영상·생활서비스·핸드메이드 등의 카테고리에서 5000개가 넘는 재능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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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를 넘어 해외에까지 자신의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도 기회 요인이다. 심플렉스인터넷의 카페24는 올해부터 개인 브랜드의 글로벌 브랜딩을 본격적으로 지원하고 있는데, 상반기에만 2000여 개 개인 브랜드가 해외로 진출해 2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현명한 소비가 불황의 키워드로 떠오르며 ‘와이즈 쇼핑 시대’가 열리고 이에 따른 지식 쇼핑, 소셜 쇼핑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도 짚어볼만한 변화다. 최근 소비 트렌드 중 하나는 소비자들의 성향이 ‘사회적 기준’에서 ‘개인의 기준’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타인의 시선이 아닌 자신의 ‘본심’을 보이며 소비하고자 하는 경향이 짙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황선아 인터패션플래닝 책임연구원은 “소비자의 다양한 테이스트가 표출되면서 남들과 다른 것을 찾게 되고 이러한 소비 현상이 유니크한 개인 브랜드를 찾게 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본다”고 말했다.

개인 브랜드가 성장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동대문 작은 가게에서 출발하는 경우 도매 매장에서 입소문을 타고 가로수길·홍대 편집 숍으로 진출한 뒤 온라인 유통을 통해 본격적으로 고객에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시작한다. 이와 같이 인지도가 쌓이면 브랜드들은 따로 매장을 내거나 백화점이나 유명 편집매장에 입점하고 이를 통해 ‘고급’이미지를 더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기존 빅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 하기도 한다. LG패션의 TNGT가 슈즈서리 브랜드 지니킴과 손을 잡았던 것처럼 말이다. 또는 홈쇼핑으로 진출할 수도 있다. 볼륨 비즈니스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한편에선 불황에 빠진 패션 업계에서 보다 손쉽게 신규 브랜드를 론칭하기 위해 트렌드세터에게 입소문이 난 디자이너 브랜드에 러브콜을 보낸다. 최근 패션 업계는 신규 브랜드를 론칭하는 데 부담감을 느껴 기존 브랜드의 세컨드 브랜드를 선호하는 편이다. 빈폴이 빈폴 아웃도어를 내는 식이다. 인기 있는 개인 브랜드를 인수할 경우 비용 절감, 활용도 등에서 더욱 이익이기 때문에 최근 코오롱FnC·제일모직 등에서 이 방법을 선호하고 있다. 무엇보다 해외 진출에 사활을 거는 패션 업계로선 이미 해외에서 인지도를 갖춘 브랜드를 선택하려는 경향이 있다. 홍콩에서 이름을 알린 슈콤마보니, 파리에서 인지도를 넓힌 준지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문 활짝 여는 빅 브랜드들
과거 개인 브랜드의 한계로 지적되는 것은 마켓 규모였다. 대중화가 어렵다는 것이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최근 유통업계에서 개인 브랜드에 문을 활짝 열며 신규 아이템 발굴에 공을 들이고 있는 등 환경이 달라졌다.

차별화가 핵심 과제인 백화점에선 개인 브랜드 발굴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이 대표적이다. 롯데백화점은 자체 개발이나 조인트 벤처 등을 위해 19명 팀원으로 별도의 팀을 꾸렸다. 첫 작품은 마조앤새디로 정철연 웹툰 작가의 브랜드를 의류에 접목해 최근 10월 초 백화점 내 정식 매장을 오픈했다. 안채우 롯데백화점 PB팀 과장은 “차별화된 브랜드 개발은 백화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고 이를 위해 팝업스토어를 매장 내 가장 좋은 자리에 개설해 여러 개인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며 “감성과 개성이 살아 있는 개인 브랜드들을 발굴하는 데 사활을 걸 예정”이라고 말했다.

홈쇼핑 업계에서도 개인 브랜드와의 협업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GS샵은 지난 9월달 앤디앤뎁(ANDY&DEBB)의 김석원·윤원정 디자이너의 ‘디온더레이블(D ONTHE LABEL)’을 시작으로 홍혜진·한상혁·김재환·이재환·주효순·젬마홍·조성경·박성철 등 디자이너 10명과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신규 브랜드를 잇달아 론칭하고 있다. 또한 뷰티 부문에서도 청담동 유명 살롱의 헤어 및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브랜드를 선보인다. 조성아·이경민·태양·제니하우스·이순철·재클린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살롱과의 협업으로 자체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CJ오쇼핑은 패션 브랜드 50개 개발을 목표로 개인 브랜드 50명을 지원하고 독점 브랜드를 론칭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 몰에서도 단순히 상품 판매를 올리는 데서 브랜드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쪽으로 마케팅이 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옥션은 ‘파지’라는 용어를 자체적으로 만들어 흠집이 난 과일이나 건어물 등을 판매하는 ‘못난이농산물’ 브랜드를 지원하고 기획적은 여는 등 2년간 꾸준히 프로모션을 하고 있다.

패션 업계, 유통업계의 적극적인 러브콜에 힘입어 앞으로 개인 브랜드의 인기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섣부른 긍정은 피해야 한다고 말한다. 브랜드 컨설팅 업계의 한 전문가는 “개인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은 단기간에 되는 일이 아니다”며 “대기업이 손짓할 만큼 매력적인 브랜드로 키우는 데는 그만큼 차별화된 콘텐츠와 철저한 품질관리 등이 자리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개인 브랜드는 성격상 ‘니치 마켓’에 더 적합하며 처음부터 메이저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은 자칫 득보다 실이 더 많은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