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호스피탤리티·사회적기업 등 대학별 특성화·세분화

경영전문대학원(MBA)은 기본적으로 주간(풀타임)과 직장인을 위한 야간(파트타임) 그리고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이그제큐티브 과정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최근 각 대학의 강점에 따라 MBA 과정을 특성화·세분화하고 있고 다른 여러 학문과 경영학을 융합한 새로운 과정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우선 대표적인 특성화로 가장 먼저 분화한 과정은 글로벌 MBA다. 글로벌 MBA의 가장 큰 특징은 100% 영어 강의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고려대의 ‘글로벌 MBA’, ‘S³ MBA’, 동국대 ‘제너럴 MBA’,서울대의 ‘글로벌 MBA’, 성균관대 ‘SKK GSB’, 연세대 ‘글로벌 MBA’, 전남대 ‘글로벌 MBA’, 중앙대 ‘글로벌 MBA’, 한양대 ‘컨버전스 경영 MBA’, 인하대 ‘글로벌 물류 MBA’ 등이 있다.

글로벌 MBA는 해외 유학을 가지 않더라도 국내에서 영어로 경영학을 공부할 수 있고 해외 유명 MBA의 외국인 교수로부터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이 과정은 대부분이 해외 대학과의 교류를 통해 복수·공동학위제를 운영하고 있어 국내에서 1년 공부한 후 해외 대학에서 나머지 학점을 이수하고 2곳의 대학으로부터 학위를 받을 수 있다. 물론 글로벌 MBA의 수업에 따라가려면 평균 이상의 영어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학교로서는 글로벌 MBA를 통해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할 수 있어 많은 공을 들이는 과정이다. 글로벌 MBA 중 성공한 케이스로 꼽히는 과정 가운데 하나가 성균관대 SKK GSB다. 올해 영국 경제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 MBA 평가에서 세계 45위를 기록할 만큼 국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SKK GSB의 전체 교수 중 60%(20명 중 12명), 재학생 41%(67명 중 28명)가 외국인으로 구성돼 있으며 주간 MBA 졸업생 중 24%가 해외에서 근무하고 있다.

또한 인기가 높은 과정으로 금융 MBA를 꼽을 수 있다. MBA 지원자들의 공통된 목적이 경력 전환 및 연봉 상승이다. 다른 업종에 비해 연봉 수준이 높은 금융계 진입의 교두보가 될 수 있어 금융 MBA를 많은 이들이 선호하고 있다. 금융 MBA를 두고 있는 대학은 카이스트 경영대학과 한양대·이화여대·연세대·고려대 등이 있다.

금융 MBA 과정은 금융시장, 금융 산업, 금융 상품 등 금융과 관련된 전 영역에 걸친 전문적 지식과 최신 지식을 제공해 이론적 기반과 실무 지식을 완비한 금융 전문 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금융계 진입 목적이 아니더라도 국내 여러 금융사 종사자 중에서도 회사의 지원을 받거나 스스로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금융 MBA에 많이 지원하고 있다. 카이스트 경영대학의 금융 MBA는 최근 국제 경영대학 평가 기관인 에듀니버설이 발표한 MBA 랭킹의 ‘파이낸셜 마켓’ 부문에서 세계 17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국내 대학 중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금융·기술 MBA에 지원자 몰려
MBA에 중요한 축 중 다른 하나는 기술 경영이다. MBA의 지원자들의 절반 정도가 이공계 출신이다.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직급이 올라갈수록 경영학 지식에 목말라 한 끝에 MBA에 지원하는 사례가 많다. 경영 전략과 회계, 재무관리, 마케팅 등 일반 경영 과정은 물론이고 품질 경영, 신제품 개발 관리, 기술 전략 등 기술 경영에 특화된 과정들을 교육함으로써 경영 현장 지식뿐만 아니라 기술 관련 전문 내용까지 모두 겸비한 융합형 인재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한양대·건국대·성균관대·카이스트·전남대 등 이공계 연구 중심 대학은 강점을 살려 분석 능력과 통합 사고를 바탕으로 기술과 경영을 모두 이해하는 리더를 양성하고 있다. 이공계 출신 MBA 학생들은 인문계 출신과 달리 실무 활용도가 높은 과학적 방법론을 경영학에 도입하는 독특한 경영학을 형성하기도 한다.

건국대 주간 MBA 과정인 MOT (Management of Technology)는 이공계 인력을 중심으로 기술 경영에 특화한 이뤄진 풀타임 교육과정이 대표적이다. 최근 한양대는 정보통신기술(ICT)과 미디어 융합 과정인 ‘컨버전스 경영 MBA’를 출범했다. 이 과정은 인터넷·모바일 등 ICT와 방송 등 미디어의 융·복합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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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도 적극적으로 경영학과 결합해 MBA 과정으로 태어났다. 의료 경영 MBA는 헬스 케어 산업의 미래 가치 증가로 의료 경영 전문 인력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최근 뜨는 과정이다. 이화여대 ‘헬스케어 MBA’, 한양대 ‘글로벌 의료 경영 MBA’, 동국대 ‘팜(pharm) MBA’ 등이 이 영역에 속한다. 2012년 2학기에 신설된 이화여대 헬스케어 MBA는 재학생의 80% 정도가 간호사·약사이거나 의료기기 회사 등의 종사자다. 이들은 의료 경영 MBA 과정을 마치고 의료 서비스산업, 바이오산업, 의료기기 산업, 의료 관광 산업, 노인 요양 산업, 민영 의료보험 산업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예정이다.

또한 의약 산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하는 동국대 팜 MBA는 약학과 경영학의 융합을 시도한 프로그램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보건복지부와 기타 국공립 기관에 근무하고 있는 공무원은 물론 제약·화장품·의료기기 회사와 의료기관, 약국 근무자들이 주로 지원한다.


글로벌 인재 유치 놓고 해외 MBA와 경쟁
이 밖에 그곳에 가야만 수학할 수 있는 독보적인 MBA 과정도 눈에 띈다. 인하대의 물류 MBA는 물류·교통 및 사회간접자본(SOC) 분야 전문 인력을 양성해 온 인하대의 물류전문대학원이 물류 MBA 과정으로 전환돼 만들어졌다. 물류 경영, 국제 물류, 물류 산업 및 정책, 물류 관리 과목 등으로 구성돼 있다.

서비스도 경영학을 만났다. 2007년 3월 개원한 숙명여대 숙명 호스피탤리티 MBA는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서비스 전문 과정이다. 호텔 레스토랑 여행부터 여객 운송 문화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일반 기업 서비스 경영까지 호스피탤리티 산업 관련 종사자나 서비스 경영 분야 전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한 특성화 교육 프로그램이다. 세계적인 호스피탤리티 교육기관 ‘르 코르동 블루’와 제휴해 커리큘럼을 마련했다.

최근 카이스트 경영대학은 사회적 기업가 MBA와 녹색 경영 MBA라는 독특한 과정을 개설했다. 사회적 기업가 MBA는 세계 최초 사회적 기업가 양성을 위한 MBA로 SK그룹과 카이스트 경영대학이 협력해 2013년 신설한 과정이다. 이 과정의 목표는 지속 가능한 사회적 기업 사업 모델을 발굴하고 사회적 기업을 인큐베이팅해 창업을 돕는 것이다. 그리고 카이스트 경영대학의 녹색 경영 MBA는 녹색 국제기구인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녹색기후기금(GCF)·녹색기술센터(GTC)와 협력해 녹색 성장의 국제적 리더십을 가진 인재를 양성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대학의 명성만을 의존하는 MBA는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국내 MBA는 해외의 내로라하는 MBA뿐만 아니라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중국·싱가포르·홍콩 등 아시아의 MBA와도 글로벌 인재 유치를 놓고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MBA 과정의 특성화·세분화는 어쩌면 한국형 MBA가 생존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볼 수도 있다. 각 분야 최고 전문가 및 리더를 양성한다는 MBA의 존재 이유에 맞춰 특화 과정은 더 다양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