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 대상 기업군 통해 시장가격 판단…성과·보상 연계 강화 추세

국내 경영진의 높은 보상 수준이 요즘 많은 화제가 되고 있다. 임원 보상을 결정하는 산정 기준 가운데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기준은 마켓 대비 경쟁력과 성과 대비 적절성이다. 이를 바탕으로 이러한 기준을 제대로 작동하게 하는 정교한 보상 제도 설계와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보상 결정 프로세스 역시 매우 중요하다.

보상 수준의 결정은 시장, 즉 비교 대상 기업군이 어느 정도 수준의 보상을 지급하는지에 따라 많이 좌우된다. 여기서 비교 대상 기업을 어떻게 결정할지가 문제로 대두된다. 이때 한 개의 비교 대상 그룹이 아닌 다수의 비교 대상 기업군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한데, ▷직접 경쟁사(좁은 의미의 비교 대상 기업군으로, 자사의 성과를 비교할 때 참고하는 경쟁사들) ▷동종 업계(넓은 의미의 비교 대상 기업군으로, 유사한 산업적 특성을 보이는 기업들) ▷일반 산업군과 같이 구분해 비교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임원이라는 핵심 인재에 대한 능력 대결(talent war)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큰 그림에서 임원 보상의 트렌드를 살펴보고 임원들에게 지나치게 높거나 낮은 보상을 지급하게 되는 위험을 피할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해당 기업이 인재 풀을 어디로 보고 있는지에 대해 인사 전략적으로 고민하고 방향을 잡는 역할도 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2013년 인텔의 위임장권유신고서(Proxy Statement:기업들이 연봉 공개를 설명하는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에 해당)를 보면 아마존닷컴·애플·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정보기술(IT) 기업들을 비교 대상 기업으로 공시하고 있고 화이자나 머크 같은 고성과 제약회사, 제너럴일렉트릭(GE)이나 UPS 같은 일반 산업군의 기업들 역시 비교 대상 기업으로 삼고 있다. 인텔이 임원진을 영입할 때 IT 기업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고성과 기업들의 임원들 역시 인재 풀(pool)로 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북미 임원 보너스, 순이익 1.9% 수준
비교 대상 기업을 결정한 후에는 보상 수준을 비교 결정해야 하는데, 이때에도 다양한 정보 소스를 활용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임원 보상 수준에 대한 서베이 리포트다. 서베이 리포트는 한 개는 메인 소스로 활용하고 다른 한 개는 추가 소스로 메인 소스의 보상 수준 결과 치를 보강하고 검증해 오차를 줄여야 한다. 또한 여기에 더해 공시 자료 등을 활용, 정확도를 높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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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 수준의 결정은 비교 대상 기업(마켓) 수준 대비 어느 정도 수준으로 지급할 것인지에 대한 것인데, 마켓 대비 평균 정도 수준으로 지급할지, 아니면 평균보다 높거나 혹은 낮게 지급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다. 이 결정에 따라 회사가 마켓에서 어느 정도 수준의 인재를 확보할 수 있을지가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기본급만 봤을 때에는 마켓 평균 수준으로 지급하지만 성과에 따라 지급되는 인센티브를 더한 보수 총액은 마켓 평균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을 목표점으로 삼는다면 회사의 고정 인건비 부담이 줄어들면서도 경쟁력 있는 성과에 대해 경쟁력 있는 보수 지급이라는 회사의 인사 철학을 반영, 우수 임원 확보 및 동기부여를 꾀할 수 있다.

보상 수준을 결정할 때 주요하게 고려하게 되는 또 다른 요소는 성과 수준이다. 성과는 높은데 보상이 낮거나 성과가 낮음에도 높은 보상을 지급하는 불균형을 피하기 위해서는 성과·보상 정합성 분석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즉, 앞서 결정한 비교 대상 기업들의 성과 수준에 대한 순위와 임원의 보상 수준에 대한 순위를 매긴 후 도표상 우리 회사가 어느 위치에 매핑되는지 분석함으로써 과소 보상이나 과대 보상이 되지 않고 성과와의 정합성이 있는 수준으로 보상이 책정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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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와 보상 간의 관계에서 임원들에게 지급되는 보상의 합이 매출이나 이익 대비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지 역시 또 하나의 기준이 된다. 2010년 타워스왓슨이 북미 지역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임원들에게 지급한 보너스의 총합은 순이익 대비 1.9%, 매출액 대비 0.12%였다. 이와 같은 조사 결과를 벤치마킹해 자사의 임원 보상 수준이 적절한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주의할 점은 산업구조나 조직 구조, 사업 전략 등에 따라 임원 숫자가 많은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이 있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비교하면 곤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임원에 대한 정의 역시 기업마다 조금씩 다르게 내리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주의 역시 필요하다.


객관적 의사결정 프로세스 필요
임원에 대한 성과급은 앞서 설명했듯이 임원들, 특히 고위 임원일수록 전체 보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통해 성과와 보상의 강력한 연계를 추구할 수 있다. 이때 주의할 점은 회사나 임원들이 리스크를 어느 정도 감내할 수 있을지인데, 이는 회사가 처한 환경이나 문화적 특성 역시 고려해야 하며 마켓 프랙티스 역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다만 마켓 프랙티스를 참고는 하되 무작정 따라가는 것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또한 성과급 비중은 국가별로도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글로벌 기업의 모델을 한국 기업들이 바로 그대로 따라가기에는 어려운 면이 있다.

성과의 정의에 해당하는 평가 지표는 임원들의 영향력 행사 정도와 회사 가치 향상 간의 균형을 찾아 선정해야 한다. 회사의 전략과 연계된 지표를 선정해 매년 측정 가능하도록 일관성이 있어야 하며 동시에 임원들에게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표가 됨으로써 동기부여가 가능한 지표가 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보상 수준에 대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기업 지배 구조 측면의 고려가 필요하다. 이사회 내 보수위원회를 설치·운영, 해당 위원회로 하여금 임원 보상 의사결정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묻고 임원 보상 제도에 대한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위원회는 임원 보상과 관련된 경험이나 지식이 있는 인사들로 구성하도록 하고 이들은 임원 보상 철학의 점검 및 회사 전체 인사 철학과의 연계 리뷰, 마켓 프랙티스와의 정합성 점검,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임원들의 성과 리뷰, 적절 보상 수준 결정 등을 해야 한다. 위원회 구성원들은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어야 하며 동시에 구성원들끼리 자주 만나 의견 교환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위해 최선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개별 임원의 보수가 공개됨에 따라 이미 오랜 기간에 걸쳐 임원 보수 개별 공시가 보편화돼 있는 선진국의 기업들이 겪었던 비슷한 상황을 한국 기업들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보상 수준의 변화, 특히 보상 수준이 낮은 기업들이 보수 인상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보상 구조의 선진화, 즉 고정급 위주의 보상에서 성과급과 고정급의 균형 있는 구성을 통해 임원들에 대한 성과주의 강화 움직임이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마지막으로 보상 결정 프로세스의 체계화와 합리화다. 어떤 기준과 어떤 과정을 거쳐 임원들의 보상 수준이 결정되는지가 좀 더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변화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태연 타워스왓슨코리아 임원 보상 부문 리더 및 부사장
Toby.kim@towerswats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