탭조이서 100여 개 업체 제치고 낙점, 모바일 데이터 분석 최강자 도전

[실리콘밸리가 반한 한국의 스타트업] 포럼 옆자리서 행운…M&A로 ‘날개’
연혁
2010년 9월 아블라컴퍼니 설립
2013년 6월 ‘파이브락스’사명 변경, 이창수 대표 선임
2013년 6월 한국 클로즈드 베타 시작
2013년 8월 일본 글로벌브레인으로부터 25억5000만 원 투자 유치
2013년 9월 일본 클로즈드 베타 시작
2014년 4월 파이브락스 정식 서비스 시작
2014년 8월 미국 탭조이에 인수·합병


지난 8월 6일 국내 스타트업 파이브락스가 미국 톱 모바일 광고 업체 탭조이에 인수돼 화제가 됐다. 인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수백억 원으로 추정된다. 설립 1년밖에 안 됐고 직원도 22명뿐인 한국 스타트업이 굴지의 해외 기업에 인수된 사례는 드물 뿐만 아니라 기업 가치도 매우 높게 평가받아 주목받았다. 이번 인수 건을 두고 당연히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부러움의 시선이 가득하다.

미국의 모바일 광고 기술 및 수익화 플랫폼 선도 기업으로 글로벌 4억5000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탭조이가 한국의 파이브락스를 주목한 이유는 다름 아닌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인정했기 때문이었다. 탭조이는 스마트 디바이스 보급률이 높아지고 모바일 광고 시장이 커지면서 함께 성장할 회사를 1년 전부터 발굴하기 시작했다. 탭조이는 파이브락스 인수 전 100여 개 스타트업과 접촉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개발력·팀워크·제품 우수성이라는 탭조이가 기대하는 3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는 회사를 찾지 못하던 중 파이브락스를 발견한 것이다.

파이브락스의 기술 개발에서 피인수까지의 비화를 들여다보면 극적인 전개의 연속이었다. 파이브락스의 전신은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회사 아블라컴퍼니다. 아블라컴퍼니는 카이스트 경영공학과 출신 해커로 유명한 노정석 대표가 학교 후배인 이창수 앱 개발자를 영입해 2010년 설립한 벤처회사였다. 아블라컴퍼니는 지역 기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저스팟’, 인증 샷 전용 앱 ‘픽쏘’, 레스토랑 자동 예약 앱 ‘예약왕 포잉’ 등을 개발해 서비스했다. 여러 개발 앱 중 이렇다 할 정도로 수익과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그중 2012년 출시한 ‘포잉’에 대한 반응이 좋은 편이었다. 포잉은 이용자가 스마트폰을 통해 주변의 레스토랑을 검색하고 클릭만으로 예약할 수 있도록 한 앱이다.


“5분만 서비스 설명할 기회 달라”
아블라컴퍼니는 ‘포잉’의 서비스 개선을 위해 이용자 분석 솔루션 자체 개발에 나섰고 이창수 현 파이브락스 대표가 주축이 돼 6개월 만에 보다 정교한 이용자 분석이 가능한 툴을 만들어 냈다. 기존 이용자 분석 툴이 있었지만 대부분이 광고 유입 경로 정도를 파악할 뿐이었다면 아블라컴퍼니의 분석 툴은 사용자의 모바일 기기별 분석이었다. 따라서 모바일 앱 이용자 개개인에 대한 데이터 분석, 더 나아가 미래 행동을 예측할 수 있었다. 앱 이용에 재미를 느끼고 안정적인 유저부터 1주일 안에 이탈할 이용자까지 행태별로 4가지로 분류하고 이에 따라 운영 전략을 수립한 후 실시간으로 사용자 대상의 이벤트, 광고, 앱 운영까지 수행할 수 있다. 즉, 게임 개발 회사 등 다양한 앱 개발사들에는 매우 구미가 당기는 기술인 것이다.

역시나 이용자 분석 솔루션에 대해 전해들은 일부 모바일 게임 제조사들이 이용을 요청해 왔고 아블라컴퍼니는 2012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개발에 나서 2013년 6월 클로즈드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선데이토즈·게임빌·로켓오즈·링크투모로우·모모 등 유수의 모바일 게임 업체들이 이용하기 시작했다. 이때 기업명도 ‘파이브락스’로 바꿨고 대표도 기존 노정석 체제에서 이창수 개발자로 바꿔 힘을 실었다. 이미나 파이브락스 이사는 “내부적으로 이용할 분석 툴을 만들다가 갑작스럽게 주력 서비스가 됐다”며 “생각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에 조직과 회사명을 바꿔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파이브락스 기술은 입소문을 타고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까지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그리고 일본 벤처 투자사로부터 25억5000만 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호재도 이어졌다. 사실 당시 아블라컴퍼니는 뚜렷한 수익 모델이 없어 재정상 힘겨워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파이브락스가 클로즈드 베타 서비스를 시작하기 한 달 전인 2013년 5월 국내 스타트업 콘퍼런스 ‘비론치’ 행사에서 연사로 참석한 이 대표의 옆자리에는 일본의 벤처 투자 업체 글로벌브레인의 야쓰히코 유리모토 대표가 앉게 됐다. 그를 알아본 이 대표는 좋은 기회라고 여기고 “5분만 파이브락스의 서비스를 설명할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표는 일본 교환학생, 파견 근무 등으로 일본어가 유창한 덕분에 직접 모바일 이용자 기술에 대한 설명을 아쓰히코 대표에게 어필했다. 야쓰히코 대표는 설명을 듣자마자 관심을 크게 보였고 “내일 당장 만나 논의하자”고 말했다.

일본 글로벌브레인으로부터 관계자들이 실사를 나오고 시장성을 조사하는 등 빠르게 투자 논의가 진척됐다. 결국 2013년 8월 글로벌브레인으로부터 투자가 결정됐고 이는 또한 일본 시장 진출의 매개체가 됐다. 파이브락스는 곧바로 일본 진출을 추진해 투자 유치 1개월 후에 뮤테이션 스튜디오, 포케라보, 크라브 등 일본 게임 제조사를 대상으로 클로즈드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리고 업계에 파이브락스에 대한 입소문은 빠르게 퍼져 첫 클로즈드 베타 서비스 이후 4개월 만에 전 세계 모바일 앱 개발 업체 700곳에 서비스를 하게 됐다. 파이브락스 측은 “최근 모바일 이용자 분석에 대한 니즈가 커지고 있었는데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개발 역량이 적중했다”며 “업계에서 성공적인 피보팅(사업 변경) 모델로 평가되고 있다”고 말한다.

인수 후에도 경영권·팀 그대로 유지
그리고 탭조이와의 인수 건은 2014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파이브락스는 당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게임 개발자 회의(GDC)에 부스를 설치하고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이때부터 클로즈드 베타 서비스가 아닌 해외 기업을 대상으로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GDC에서 이 대표는 수많은 기업들과 미팅을 진행했다. 그리고 탭조이와의 특별한 인연도 이곳에서 시작됐다.

이 대표는 본 행사 후에 열린 탭조이의 파티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파이브락스의 클라이언트인 핀란드의 한 게임 업체 관계자가 이 대표를 알아보고 “파이브락스의 서비스는 놀랄 수준”이라고 소개했고 거기서 공개적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이는 다음 날 탭조이 관계자들과의 미팅을 수월하게 풀 수 있는 윤활제가 됐고 제휴 논의에서 더 나아가 인수·합병이라는 제안으로 발전했다.

5월에 탭조이의 경영진 10명이 내한해 파이브락스의 개발진과 만났고 탭조이의 인수 절차를 지난 8월 마무리 지었다. 탭조이는 파이브락스의 지분 100%를 인수했지만 기존 경영권 및 개발·운영 시스템 그리고 팀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 대표는 파이브락스의 대표직을 유지하며 탭조이 본사의 데이터 분석 총괄 부사장이라는 직함을 얻게 됐다. 파이브락스의 직원들은 모두 탭조이 기준으로 재계약하고 연봉도 크게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브락스의 직원들은 모두 네이버·엔씨소프트·구글 등 다양한 경력을 가진 유능한 개발자들로 구성돼 있다.
인수·합병(M&A) 발표 후 약 2주가 지난 현재 이 대표는 미국 본사와 엔진 통합 작업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에 체류하고 있다. 파이브락스의 개발자들은 차례대로 샌프란시스코의 본사에 일정 기간 머무르며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들은 스타트업의 메카로 일컬어지는 실리콘밸리에 당당히 입성, 이제는 글로벌 단위의 플레이어로 활약할 것을 꿈꾸고 있다. 파이브락스는 초기 시장에 내놓은 앱이 반응이 없어 좌절감에 빠지기도 했기 때문에 지금의 글로벌 수준의 대박이 더욱 소중하게 여겨진다.

이 대표는 “탭조이 엔지니어들과 이야기하면서 두 서비스가 상당히 비슷하고 결합한다면 높은 시너지를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서로 다르게 설계된 두 서비스를 합치는 것이 사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파이브락스가 해외 사업을 넓혀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고 가장 적합한 상대가 탭조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바일 데이터 분석의 세계 최고 회사를 꿈꾸고 있다. 이번 인수 건은 분명 그의 꿈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 틀림없다. 모바일 산업 발전 과정에서 한국 토종 스타트업 파이브락스의 활약이 기대된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