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진 화면으로 소비자 욕구 만족, 내년엔 ‘갤럭시 노트4’ 주목

[올해의 히트 상품 30] 아이폰6·6플러스…패블릿 시장의 새 강자
3.5인치, 커봐야 4인치 정도였던 아이폰의 정체성은 2014년 9월 6일 들어 깨졌다. 아이폰6와 6플러스를 통해서다. 애플의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였던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삼성전자 등 경쟁사의 ‘패블릿(폰과 태블릿의 합성어로 대화면 스마트폰을 이름)’ 전략을 비난하며 ‘한손으로 조작할 수 있는 사이즈’를 고수한 것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애플이 종교처럼 신봉해 왔던 이 같은 전략은 그의 사후 팀 쿡 CEO 체제로 전환되면서 수정됐다. 그 결과 세상에 나온 첫 작품이 바로 아이폰6와 6플러스다.

아이폰6는 4.7인치로 아이폰 특유의 작은 화면에 불만을 품던 이용자들을 만족시키는 수준이다. 이보다 상위 버전인 6플러스는 5.5인치 대화면을 채용했다. 경쟁사의 패블릿 수준이다. 두께도 얇아졌다. 아이폰5는 6.9mm로 이전 버전인 아이폰5보다 0.7mm가 얇아졌다. 6플러스는 7.1mm인데, 역시 전작보다 얇다.
[올해의 히트 상품 30] 아이폰6·6플러스…패블릿 시장의 새 강자
불법 보조금 대란 해프닝까지 벌어져
‘정체성을 버렸다’는 마니아들의 비판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애플의 전략 수정은 성공적이었다. KGI리서치는 아이폰6와 6플러스의 올 4분기 판매량이 각각 4165만 대, 1510만 대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에선 지난 10월 31일 출시됐는데, 불법 보조금 대란이 이어지면서 개통 취소와 기기 회수 같은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번 ‘올해의 히트 상품30’ 조사에서도 아이폰6와 6플러스는 1635점의 높은 종합 점수로 전자기기 부문 1위에 올랐다. 아이폰 6 시리즈는 진보성(392점), 대중 영향력(556점), 성장세(395점), 신규성(291점) 등 모든 평가 항목에서 1위를 달렸다. 특히 대중 영향력과 성장세의 높은 평가가 눈에 띈다. 아이폰6 시리즈의 대중 영향력 점수는 556점으로 2위를 차지한 삼성 갤럭시 노트4·엣지(340)에 비해 216점이나 앞섰다. 애플은 ‘앱등이(애플 추종자)’이란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고객 충성도가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 비즈니스인사이더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영국·호주 지역 아이폰 사용자의 재구매율은 76%에 달했다. 기존 아이폰 사용자 4명 중 3명이 다음에도 아이폰을 구매한다는 뜻이다.

성장세 항목에서도 395점으로 2위의 갤럭시 노트4·엣지를 112점 차이로 따돌렸다. 하지만 시장의 예상은 이 같은 결과와 조금 다르다. 애플 전문가로 알려진 궈밍치 KGI리서치 애널리스트는 “내년 1분기에는 전체 아이폰 판매가 크게 줄어 전 분기 대비 31% 감소한 4940만 대 판매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제품인 아이폰6 시리즈의 판매 부진이 애플의 전체 스마트폰 실적 부진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아이폰6 시리즈의 흥행세가 예상보다 빨리 식으면서 대항마인 갤럭시 노트4·엣지가 주목받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도 갤럭시 노트4·엣지는 진보성(335점)과 신규성(242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며 아이폰6 시리즈를 이을 차세대 흥행 주자의 면모를 보였다.

특히 아이폰의 점유율이 10%에 못 미치는 국내시장에선 갤럭시 노트4·엣지가 11월 한 달에만 25만 대가 넘게 팔렸다. 이 같은 실적은 삼성의 스마트폰 판매량이 최정점을 찍었던 갤럭시 노트3와 맞먹는 수준이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