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1060호 (2016년 03월 23일)

종이책의 부활? 미국서 매출 반등…전자책은 감소

젊은층도 종이책 더 선호, 개인 서점도 증가 추세

{젊은층도 종이책 더 선호, 개인 서점도 증가 추세}

[한경비즈니스=김병화 기자] “종이책은 사라질 것이다.”
전자책이 종이책의 종말을 가져올 것이라는 예언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세계 각국의 대학생(20대)들과 청소년(10대)들은 전자책보다 종이책을 선호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전자책 매출이 감소한 반면 종이책 매출이 상승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벼랑 끝으로 내몰렸던 서점들도 꽉 막혔던 숨통이 트였다. ‘종이책 부활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이유다.

종이책 12.5% 늘고, 전자책 10.3% 줄고

종이책 부활의 선봉에 선 것은 젊은 세대다. 워싱턴 D.C.의 아메리칸대 나오미 바론 언어학 교수가 최근 실시한 연구 조사에 따르면 미국·슬로바키아·일본·독일의 대학생 중 92%가 노트북·휴대전화·태블릿 등 전자 단말기를 사용해 읽는 전자책(e-book)보다 종이책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전자책은 종이책에 비해 저렴하고 교수와 상호작용도 가능하지만 아직 익숙하지 않아 집중이 안 된다는 것이 기피 이유로 꼽혔다. 전자책 스크린에서 나오는 빛 때문에 두통이 유발되고 눈의 피로감이 심하다는 불만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사의 대상인 대학생들이 종이책을 읽고 자란 세대인 만큼 전체 젊은 세대의 추세를 대변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10대들의 선호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통계 조사 전문 업체인 닐슨이 2014년 12월 발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연령대별 전자책 구입 비율은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10대나 20대보다 30대가 더 높았다. 30대(30~44세)의 전자책 구매 비율이 25%인 반면 20대(18~29세)는 23%, 10대는 20%였다.

특히 10대는 20대나 30대보다 오히려 종이책을 더 많이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닐슨은 이와 관련해 “책을 구입하기보다 빌려 돌려 보는 10대들의 성향이 반영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미국출판협회(AAP)도 종이책의 부활을 알리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2015년 1월부터 6월까지 미국의 전자책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3% 정도 감소한 반면 종이책 매출은 12.5% 늘었다는 내용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종이책 매출 증가에 힘입어 미국의 서점 시장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2010년 1660개 지역 1410개 점포였던 미국의 개인 서점은 2015년 2227개 지역 1712개 점포로 불어났다. 매출 상승을 이끈 주역은 어린이·청소년용 서적이었다.

종이책의 교육적·정서적 효과가 강조되면서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미국의 출판 업계는 전자책의 침체와 종이책의 강세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인쇄 시설을 늘리고 배급망을 확충하는 등 종이책에 대한 투자도 재개하고 있다.

영국의 상황도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형 서점 워터스톤스는 2014년 12월 책 판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5% 늘었다고 밝혔다. 영국의 또 다른 서점인 포일스도 같은 기간 판매량이 8%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워터스톤스와 포일스의 12월 판매량 증가와 관련해 영국 출판 업계는 젊은 세대의 종이책 선호도가 중·장년층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각국에서 종이책 부활론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대학생들부터 종이책을 잘 읽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지난 3월 14일 발간한 ‘대학 도서관 통계 분석 자료집’을 살펴보면 2015년 전국 4년제 대학과 전문대 391개의 대학 도서관 409곳에서 학생 1인당 평균 7.4권의 책을 대출했다.

2011년(10.3권), 2012년(9.6권), 2013년(8.7권), 2014년(7.8권)에 이어 5년째 감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자책이나 전자 자료를 이용하는 학생이 늘어 대출 건수가 감소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책을 읽는 사람 자체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도 종이책 시장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1월 발표한 ‘2015 국민 독서 실태 조사’ 결과 성인 독서율은 역대 최저치인 65.3%를 기록했다. 100명 중 35명이 1년 동안 책 한 권도 읽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동 출판 시장서 기회 찾아야”

2015년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서적 구입비는 1만6623원으로 2014년 1만8154원보다 8.4% 감소했다고 통계청은 밝혔다. 이 또한 사상 최저치다. 2014년 11월 21일부터 지난해 10월 31일까지 발행된 신간 단행본의 평균 정가가 1만7916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구가 한 달에 책 한 권도 사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종이책을 판매하는 국내 서점 업계는 살얼음판이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지난 3월 10일 공개한 ‘출판 산업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매출 실적이 있는 오프라인 서점은 1756개로 전년(2354개) 대비 25.4% 감소했고 온라인 서점도 119개로 전년보다 6% 줄었다.

또한 국내에 신고된 출판사는 총 4만2698개이지만 2014년 연간 매출 실적이 있는 출판사는 3614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3933개)보다 8.1% 감소한 것으로, 폐업 신고를 하지 않은 출판사가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한 인터넷 서점 관계자는 “경기 침체 여파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독서율이 감소하고 있다”며 “서적 구입비 감소는 종이책 수요가 전자책(콘텐츠 구입비로 분류돼 서적 구입비에 포함되지 않음)으로 옮겨간 것도 한몫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국내 전자책 시장은 소폭 성장세를 이어 가고 있다. 전자책 출판 업체는 2014년 기준 531개로 전년 대비 2.6% 증가했고 전자책 시장 규모는 1004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통신사와 포털을 포함하면 1200억원대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하향세를 이어 가는 종이책보다 전자책에서 활로를 찾으려는 업체가 늘고 있지만 종이책의 부활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자책 시장의 성장과 동시에 미국이나 영국처럼 종이책 시장도 부활해야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국내 서점들이 기사회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용구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이사(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 자녀에게 집중하는 저출산 시대인 만큼 아동 출판 시장을 중심으로 종이책 부활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구조적으로 책 판매량이 감소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새로운 책이 꾸준히 나온다면 신제품 개발처럼 혁신적인 무엇(종이책 부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kb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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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6-05-25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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