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팅 활용 사례]
{특허 만료로 제품가 하락… ‘맞춤 제작’ 시대 현실로}
‘책상 위의 공장’ 항공기 부품서 초콜릿까지 ‘척척’
(사진) 3D 프린터로 제작된 뉴발란스 맞춤형 런닝화. /AFP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김태헌 기자] 3D 프린터는 1988년 첫 출시됐지만 기술 특허 때문에 가격이 비싸 대중화에 걸림돌이 됐었다.

하지만 최근 대부분의 3D 프린터 특허 기간이 만료되며 제품 가격이 인하됐고 다양한 곳에서 이를 응용한 기술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제2의 도약을 위한 발판이 마련됐다. 이 때문에 전 세계가 3D 프린터를 또다시 주목하고 있다.

◆패션·자동차 분야 가장 활발해

3D 프린터의 원리는 흔히 가정에서 사용되는 일반적 잉크젯 프린터와 유사하다. 잉크젯 프린터는 종이 위에 2D로 글이나 그림을 써 내려 가지만 3D 프린터는 CAD(컴퓨터 지원 설계) 등 컴퓨터 프로그램 등으로 설계도를 구성한 뒤 잉크 대신 플라스틱, 세라믹, 나노 복합 소재, 식품 원료, 금속 합금 분말 등을 통해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는 차이를 가진다.

3D 프린터는 주변에서 아직 흔히 접할 수 있는 제품은 아니다. 가격이 많이 내리긴 했지만 여전히 고가인데다 3D 프린터를 사용하기 위해 필수적인 프로그램 설계도 일반인이 접근하기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3D 프린터는 여전히 일상생활보다 기업 등 산업계에서 더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3D 프린터를 활용한 산업 중 우리 실생활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진 분야는 의류·신발·액세서리 등 패션 부문이다. 이미 3D 프린터를 이용해 만든 반지와 목걸이 등은 인터넷이나 귀금속 상점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또 차량 주차 시 사용하는 전화번호 판이나 3D 스캐너를 활용한 전신 캐릭터 상품도 등장했다.

특히 개성이 강한 이들을 위한 전 세계에 단 한 벌뿐인 ‘나만의 옷’을 제작해 입을 날도 머지않았다. 3D 스캐너를 활용하면 기존 맞춤옷보다 더 정확한 치수의 옷을 만들 수 있다.
‘책상 위의 공장’ 항공기 부품서 초콜릿까지 ‘척척’
(사진) 3D 프린터로 제작된 기타. /AFP연합뉴스

원리는 간단해 줄자 등으로 신체 치수를 잴 필요 없이 3D 스캐너로 전신을 스캔하고 이를 3D 프린터로 출력하기만 하면 된다. 더욱이 3D 프린터로 만든 옷은 이음새가 없어 별도의 바느질이 필요 없기 때문에 물살의 저항 등에 민감한 수영복 등 특수 의류에서는 곧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2012 SS 오트 쿠튀르(Haute Couture) 패션쇼에서는 디자이너 아이리스 반 헤르펜이 3D 프린터를 이용해 기존에 불가능했던 예술 패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또 프링글 오브 스코틀랜드는 2014 런던 패션 위크에서 기존의 섬유처럼 유연한 3D 프린팅 섬유로 의류를 만들어 소개하기도 했다.

의류보다 신발은 실생활에 좀 더 밀접히 다가와 있다. 의류에서는 기존에 사용되던 면이나 폴리에스터 등의 촉감과 특성을 3D 프린터로 출력한 의류가 따라가지 못한다. 반면 신발은 외부를 고무 등 합성 소재로 만들더라도 안감만 면 등으로 도포하면 일상의 신발과 차이가 없다.

이 때문에 3D 프린터로 최종 제품을 생산하려는 시도도 활발하다. 특히 발에 정교하게 맞아야 하는 기능성 스포츠화 분야는 이미 밑창 등의 제작에 3D 프린터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책상 위의 공장’ 항공기 부품서 초콜릿까지 ‘척척’
(사진) 3D 프린터로 제작된 쿠기. /AFP연합뉴스

◆ NASA, 우주정거장에서 활용 실험

리복은 신제품 개발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시제품 제작에 3D 프린터를 도입했고 뉴발란스는 자사 후원 선수를 대상으로 맞춤형 러닝화를 제공 중이다. 나이키 역시 2013년 전미 미식축구 리그에서 기능성 미식축구화를 내놓기도 했다.

또 2013년 6월 창업한 솔스(SOLS)는 개인별 맞춤 신발 안창을 내놓았다. 이 업체는 고객이 자신의 발을 찍어 보내면 3D 프린터로 안창을 제작해 주고 있고 지금까지 1만 개의 제품을 판매했다.

항공 장비 등을 제작하는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은 2005년부터 금속 3D 프린터 기술을 자체 연구해 2011년 3D 프린터 기술과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는 연구소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2020년까지 10만 개의 부품을 3D 프린터로 제작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2013년부터 3D 프린터로 출력한 부품을 실제 항공 엔진에 적용하는 실험도 시작해 엔진 보호용 부품과 연료 노즐을 실제 항공기 등에 이용하고 있다. 2015년 3D 프린터로 출력한 엔진 보호용 부품은 미국 연방항공국의 승인을 얻어 현재 약 400대의 항공기 엔진에 사용되고 있고 연료 노즐의 불필요한 조립 과정을 줄여 부품 제작비를 75% 감축하기도 했다.

영국에서는 3D 프린터를 이용해 소형 비행기 제작에 성공한 이들도 있다. 영국 사우스햄턴대 연구진은 1주일 만에 3D 프린터를 이용해 소형 무인정찰기를 만들고 비행까지 성공시켰다.

미국 국방부는 전쟁 발생 시 필요한 무기와 도구 등을 신속하게 공급하기 위해 대형 3D 프린터를 개발 중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국제 우주정거장에서 3D 프린터로 우주에서 필요한 장비를 직접 생산할 수 있는지 실험 중이다.

그뿐만 아니라 건설사들이 긴장해야 할 소식도 있다. 이미 중국에서는 3D 프린터를 이용한 건물이 등장했다. 영국의 러프버러대는 건물을 프린트할 수 있는 3층 높이의 3D 프린터를 제작하기도 했다.

이 프린터의 원료는 콘크리트이기 때문에 실제 집과 거의 같은 모습을 가진 건물을 지을 수 있다. 물론 철근이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이 역시 시간문제일 뿐 곧 철근까지 포함할 수 있는 3D 프린터 기술 개발도 머지않았다.

이뿐만 아니라 음식을 찍어 낼 수 있는 3D 푸드 프린터는 우리가 지금까지 가졌던 ‘요리’와 ‘음식’에 대한 생각마저 바꿔 놓았다. 영국 엑세터대와 브루넬대는 공동으로 ‘초코 크리에이터’라는 프린터를 개발해 디자인한 모양 그대로 초콜릿을 만들어 주는 기술을 개발했다.
‘책상 위의 공장’ 항공기 부품서 초콜릿까지 ‘척척’
(사진) 3D 프린터로 제작된 항공기 부품. /AFP연합뉴스

◆3D 프린팅 기술의 ‘양날’

약국에서만 구할 수 있었던 의약품도 이제 가정에서 제조할 수 있는 날이 다가오는 듯하다. 영국 글래스고대 연구진은 프린터에 압출기 역할을 하는 주사기 등을 달아 약물과 촉매 물질을 넣어 원하는 약을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고,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와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는 3D 프린터로 약을 제조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 기술이 불과 5~10년 뒤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 같이 긍정적 활용이 많은 3D 프린터지만 부정적 효과도 분명 있다. 3D 스캐너와 프린터만 있으면 웬만한 제품은 모두 그대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텍사스대 로스쿨에 재학 중인 코디 윌슨은 이런 3D 프린터의 장점을 활용해 불법 총기를 만들었다. 그가 만든 ‘디펜스 디스트리뷰티드’라는 단체는 AK소총을 만들고 실제 실험까지 했고 이 설계 파일을 인터넷에 공유해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k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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