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코오롱 등은 ‘오너’가 핵심 타깃?…대우조선해양엔 특별수사단 투입}

[한경비즈니스 이홍표 기자] 정부가 사정의 칼을 겨누고 있는 기업은 한두 곳이 아니다. 검찰의 대대적인 사정 활동은 결과적으로 집권 4년 차 박근혜 정부의 레임덕을 최소화 내지 지연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4·13 총선 이후 여소야대의 국회가 꾸려지고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도가 하락한 상황에서 검찰의 ‘부패와의 전쟁’은 국면 전환의 효과와 함께 임기 후반 정부의 국정 운영 동력을 유지하는 데 효과적 수단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이로 인해 기업 활동의 위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6년 들어 첫 사정의 대상이 된 기업은 부영이다. 국세청은 지난 4월 18일 이중근 회장과 부영주택 법인을 조세 포탈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국세청의 중수부’라고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해 말부터 서울 중구 부영그룹 본사에서 세무조사를 진행했다.
[기업 사정 어디까지] 검찰·국세청이 ‘총대’…기업 ‘초비상’
(사진)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최은영 한진해운 전회장이 지난 6월 8일 오전 조사를 받기 위해 양천구 서울남부자방검찰청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전방위 조사' 나선 국세청
검찰은 국세청이 고발한 탈세 의혹을 중심으로 수사할 방침이다. 부영그룹이 정부 지원이 많이 투입되는 공공 임대주택 사업에 10년 이상 꾸준히 참여하면서 안정된 수익을 창출했고 이런 과정에서 조세를 포탈한 게 아닌지 의심하는 것이다.

특히 사건 배당이 국세청 고발 사건을 전담하는 공정거래조세조사부가 아닌 대형 비리 사건 등을 담당하는 특수1부에서 이뤄진 것도 눈에 띈다. 검찰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보면 공정거래조세조사부에 가는 상당한 사안”이라면서도 “현재 해당 부서에는 입찰 담합 비리 등 사건이 많아 업무를 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특수부 배당에 대해 ‘업무 분담’이라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국세청 고발 내용을 바탕으로 수사를 확대하기 위한 ‘전략적 배당’이라는 관측이 많다.

다만 6월 현재 부영 수사는 별 진전이 없다. 특수1부가 최근 정운호 게이트 수사를 맡게 됐기 때문에 고발인 측 조사만 이뤄진 상태에서 수사가 멈춰 있다. 이 회장에 대한 검찰의 조사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운호 게이트 수사에 연루된 사람이 많고 조사할 양이 엄청나 다른 조사를 할 여력이 없다는 게 검찰 측의 설명이다.

◆오너의 상속 문제 ‘집중’ 조사 중

코오롱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도 예사롭지 않다. 국세청은 부영이 마무리되자마자 코오롱그룹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를 시작했다. 원래 코오롱그룹 세무조사 관할은 중부지방국세청이다. 하지만 이번 조사 역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진행하고 있다.

코오롱그룹 주변에서는 코오롱그룹에 대한 세무조사가 검찰 등 사정 기관 조사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서울청 조사4국은 최근 경기 과천 코오롱인더스트리 사무실에서 회계장부와 컴퓨터 등 관련 자료 일체를 압수했다. 조사 대상 기업은 코오롱그룹 지주사인 (주)코오롱과 코오롱인더스트리 등 2곳으로 알려졌다.

코오롱그룹은 2009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하나의 회사를 순수 지주회사인 (주)코오롱과 산업소재·화학·의류 업체인 코오롱인더스트리로 분할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코오롱그룹 핵심 계열사로, 경영 승계를 앞둔 이웅열 코오롱 회장의 장남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 상무보가 경영 수업을 받아 온 곳이다.

국세청 주변에서는 코오롱의 상속세 등에 문제가 불거졌다는 말도 나온다.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이 2014년 말 별세한 후 이 명예회장 보유 지분이 이웅열 회장 등 자녀들에게 상속되는 과정에서 상속세 문제가 드러났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미국 화학 업체 듀퐁과의 소송 합의금과 벌금이 회계에 제대로 반영됐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진다. 이를 두고도 재계에선 여러 관측이 쏟아진다. 국세청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들춰 볼 것으로 알려졌다. 코오롱은 첨단 소재인 아라미드를 두고 듀퐁과 6년간 소송 공방을 진행해 왔다. 지난해 합의로 소송은 마무리됐다.

코오롱은 2013년 이미 세무조사를 받았다. 코오롱 계열사 코오롱글로벌은 2007~2010년분 법인세 세무조사에 따라 393억원 정도의 추징금을 부과받았다. 하지만 지금 분위기는 이를 넘어서고 있다.

당시는 일반적인 정기 세무조사 형태였지만 현재는 조사4국의 특별 조사인데다 조사 내용도 코오롱 오너 일가의 자금 부분에 집중돼 있어 단순한 추징금 부과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SK그룹 일부 계열사와 대림코퍼레이션 등도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국세청은 싱가포르법인 버가야 인터내셔널과 SK해운에 대해 집중적으로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여기에 조세 회피처인 케이맨제도에 세운 32개의 법인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일부 법인은 설립 과정이 복잡하고 작년에 18개 법인이 620억원의 손실을 냈다. 이 밖에 카카오·하나투어·이랜드·이마트·효성·대상·포스코·CJ E&M·대우조선해양·농심·LG화학 등이 최근 서울청 조사4국의 세무조사를 받았다.

◆‘제2중수부’의 첫 수사, 대우조선

대림코퍼레이션은 정기 세무조사이긴 하다. 다만 대림코퍼레이션은 이준용 회장과 이해욱 부회장 등 특수 관계인이 핵심 주주인 회사로, 그룹 내 최대 계열사인 대림산업 지분 21.67%를 보유한 것을 비롯해 사실상 대림그룹을 지배하는 회사다.

대림산업 외에도 대림에너지(지분율 30%) 및 이바이오텍(19.8%)과 중국 이편세무역유한공사, 대림베트남 등 해외 자회사 지분 100%를 별도로 갖고 있다.

또 최은영 한진해운 전 회장(현 유수홀딩스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도 있었다. 최 전 회장은 지난 4월 한진해운의 자율 협약 신청이 발표되기 직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장녀·차녀 등과 함께 보유한 한진해운 주식 총 96만7927주(발행주식 0.39%)를 약 27억원에 전부 팔아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피한 혐의를 받았다. 회피한 손실액은 1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앞선 다른 기업과는 사안이 좀 다르지만 대우조선해양의 ‘총체적 부실’에 대한 집중 감사 및 수사가 진행되는 중이다. 앞선 기업들에 대한 사정의 칼날이 ‘오너’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KDB산업은행이 최대 주주인 대우조선해양은 방만 경영을 비롯해 전·현직 임원의 비리에 이르기까지 ‘전 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의 수사를 맡은 곳이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란 것도 눈에 띈다. 올 1월 발족한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은 김수남 검찰총장이 부임하면서 부활시킨 이른바 ‘제2의 중수부’다. 검찰 내 최고의 특수통들이 모인 총장 직할의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맡은 첫 수사가 대우조선해양이라는 점은 사안이 수사의 강도가 어느 정도일지를 짐작하게 한다.

먼저 감사원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집중 감사를 벌였다. 이번 감사를 통해 적발한 분식회계 규모는 1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KDB산업은행의 관리·감독 시스템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고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은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문어발식 경영’으로 피해를 눈덩이처럼 키웠다.

감사원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해양 플랜트 40개 사업의 총 예정 원가를 2013년 5700억원, 2014년 2조187억원 낮추는 방식으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높게 부풀렸다. 영업이익 기준으로 1조5342억원의 분식회계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또 이 과정에서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은 경영 개선을 위해 대우조선해양에 지시했던 사항마저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문어발식’ 경영도 확인됐다. 대우조선해양은 조선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 자회사 17곳에 투자해 모두 9021억원의 손실을 봤다. 심지어 플로팅 호텔 등 5개 사업은 이사회 보고, 의결 절차도 생략하거나 허위 보고를 한 사실까지 적발됐다.

비리 정황도 포착됐다. 수사 당국은 남상태 대우조선 전 사장으로부터 사업상 특혜를 받는 대가로 수억원의 뒷돈을 준 혐의로 휴맥스해운항공 대표 정모 씨에 대한 구속영장도 청구했다.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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