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 경제 살리기로 국민 대통합을 : 이제는 경제 살리기]
쏟아진 비관론 불구하고 호전된 경기지표…국가 신용 등급 ‘Aa2’ 지켜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최근 들어 우리나라 경제 상황을 설명할 때 ‘조로(早老) 경제’라는 비유가 유독 자주 등장한다.

경제 발전 단계상 한국의 경제는 아직 한창 질주할 시기인데도 불구하고 오래전에 선진국 반열에 오른 국가들처럼 인구구조와 성장률 등이 모두 정체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10위를 기록, 2년 연속 두 자릿수 순위에 머무르며 정체된 흐름을 보여 왔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3각파고(탄핵·사드·트럼프)까지 겹치면서 정치·경제·사회가 전반적으로 불안한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는 쉽게 무너지지 않고 있다. 튼튼한 기초 체력을 바탕으로 중심을 잡고 꿋꿋이 나아가고 있다. 호조세를 보이는 각종 경제지표가 이를 증명하고 국제 신용평가 기관의 판단도 양호하다.

물론 아직 우리 경제가 완연한 회복세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은 살아있는 한국경제 성장의 불씨
◆ 각종 경제지표에 불어오는 ‘봄바람’

특히 우리 경제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수출의 호조는 ‘경기가 최악’이라는 항간의 비관론을 넘어 ‘희망’을 엿보게 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 2월 수출액(통관 기준)은 432억 달러, 수입은 36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2%, 23.3%씩 증가했다. 2월 수출은 1월 11.2%에 이어 두 달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이다.

이는 2011년 9월 이후 5년 5개월 만이다. 특히 2012년 2월 기록한 20.4% 증가율 이후 5년 만에 최대 증가율을 보였다.

전년 동기 대비 조업 일수가 이틀 늘어난 이유도 있지만 일평균 수출액이 전년 동기(18억 달러)보다 9.3% 증가한 19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수출 여건이 질적으로 나아졌다는 평가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인 우리에겐 무엇보다 호재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갖게 만든다.

품목별로는 반도체가 64억 달러(54.2% 증가) 수출로 사상 최대 월간 실적을 기록했고 석유화학도 38억1000만 달러(42.6% 증가)로 28개월 만에 최대 실적을 올렸다.

석유제품·철강·평판디스플레이도 20% 이상 증가하면서 총수출 증가를 주도했고 화장품과 차세대 저장 장치(SS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유망 품목도 두 자릿수 증가율로 수출 품목 다변화에 기여했다.

자동차는 중남미·러시아 등 신흥시장 수출 증가로 2개월 만에 수출 증가로 전환했고 섬유 역시 단가 하락 폭 완화, 베트남 수출 호조 등으로 3개월 만에 수출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뿐만이 아니다. 다른 경기지표들에도 파란불이 들어왔다. 1월 산업 활동 동향을 보면 전산업 생산이 전월보다 1.0% 늘며 3개월 연속 증가세다.

광공업 생산은 3.3% 늘며 작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추락하던 제조업 가동률도 1.7%포인트 반등, 74.3%로 올라섰다. 설비투자는 2.6% 늘며 3개월 연속 증가했고 건설 수주도 전월 대비 7.6% 늘었다.

2100 근처에서 맴도는 코스피지수는 조만간 ‘박스피’를 돌파할 기세다.
아직은 살아있는 한국경제 성장의 불씨
◆ 3각파고에도 버티는 ‘경제구조’

우리 경제는 국제사회의 신임도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국제 신용 평가 기관 무디스는 지난 2월 21일 한국의 국가 신용 등급을 ‘Aa2’로 유지했다. 신용 등급 전망도 ‘안정적’으로 제시했다.

Aa2는 무디스에서 셋째로 높은 등급이다. 한국은 2015년 12월 ‘Aa3’에서 사상 최고인 Aa2로 등급으로 상향된 뒤 14개월 연속 현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한국과 같은 등급을 부여받은 곳은 프랑스다. 중국(Aa3)과 일본(A1)은 한국보다 각각 한 등급, 두 등급이 낮다.

특히 이번 무디스의 평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과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따른 국회의 탄핵안 가결,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각종 정치·사회·외교적 위협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국가 신용 등급을 기존 그대로인 Aa2로 유지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무디스는 한국의 현행 등급이 매우 우수한 경제적·제도적·재정적 강점에서 비롯된다고 평가했다. 특히 한국이 성장률 둔화에 대응해 재정정책을 펴고 국가 부채를 안정적 수준으로 관리해 대외 취약성이 크게 줄었다고 분석했다.

세부 평가 항목별로 보면 한국은 경제 제도가 얼마나 견조한지 나타내는 ‘제도적 강점’ 부문에서 1등급을 받았다. 정책 효율성, 부패 관리, 법의 지배 측면 등에서 모두 높은 평가를 받았다.

경제구조가 얼마나 튼튼한지 보여주는 ‘경제적 강점’과 정부 수입 여건 대비 부채 부담을 뜻하는 ‘재정적 강점’은 각각 2등급을 받았다.

이 밖에 한국 경제를 긍정적으로 볼 요인은 또 있다. 바로 국가별 혁신지수(innovation index) 평가다.

매년 블룸버그통신이 △연구·개발 부문 지출 △제조업 부가가치 △생산성 △첨단기술 부문 기업 수 △고등교육기관 진학자 수 △전문 연구원 수 △특허 활동 등 총 7개 부문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국가별 순위를 매기는데 한국은 올해를 포함해 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블룸버그 평가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 비율은 2015년 기준 4.23%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연구·개발비 절대 규모도 세계 6위다. 상위 5위권에는 독일(83.92)·스위스(83.64)·핀란드(83.26)가 이름을 올렸다. 이어 싱가포르(83.22)·일본(82.64)·덴마크(81.93)·미국(81.44)·이스라엘(81.23)·프랑스(80.99) 순이었다.

물론 우리 경제가 가야 할 길은 멀었다. 소매 판매가 3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소비 심리는 여전히 부진하다. 기업경기실사지수(BSI) 같은 주관적 경기지표들도 마찬가지다.

고용 시장에도 아직 찬바람이 불고 있어 경기가 완연한 회복세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각종 객관적 경기지표들이 온갖 경기 비관론을 뚫고 호조를 나타내고 있고 대외적인 평가에서도 긍정적인 점이 부각되고 있어 경기 회복에 대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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