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핵심 기술① - 스마트 팩토리
- IT로 다품종 대량생산 가능…‘맞춤형 개인 생산’ 특화한 3D 프린터도 각광
스마트 팩토리, 부품·설비끼리 소통하는 ‘차세대 생산 시스템’
[한경비즈니스 = 이홍표 기자] 글로벌 금융 위기 후 세계적으로 저성장·고실업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제조업의 혁신을 통해 이를 극복하는 노력이 생겨났다. 바로 4차 산업혁명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중 하나는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다.

스마트 팩토리는 제조업 생산 과정에서 중앙 통제를 없애 부품·기계설비·물류·소비자들이 스스로 분권적으로 소통하게 만드는 개인 맞춤형 생산 프로세스다.

언뜻 보면 ‘스마트 팩토리’는 공장 자동화와 비슷하다. 공장 자동화는 효율적인 대량생산을 목적으로 중앙에서 컴퓨터와 로봇 같은 장비를 이용해 공장 전체의 무인화와 생산 과정의 자동화를 꾀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스마트 팩토리는 단순히 사람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공장 자동화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센서와 기기들로부터 축적된 정보, 즉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공장 스스로 공정 최적화나 생산 스케줄 수립 같은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 제조 과정에는 관련 물품 조달, 물류, 소비자 등 다양한 객체가 존재한다. 스마트 팩토리는 이 객체에 각각 지능을 부여하고 이를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해 자율적으로 데이터를 연결·수집·분석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스마트 팩토리의 교본은 ‘지멘스’

스마트 팩토리의 핵심 기반은 사이버 물리 시스템(CPS : Cyber Physical Systems)이다. 이는 물리적 현실 세계가 사이버 세계처럼 움직일 수 있도록 인간이 의도대로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이 기술은 생산 제조 과정을 혁명적으로 스마트하게 진화시킨다. 대량생산 비용으로 개별 주문 생산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스마트 팩토리가 CPS 기술 발전에 기반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과 IoT는 CPS 발전을 지원해 주는 역할을 한다. 컨베이어벨트에선 기계 설비가 주체가 돼 객체인 부품과 제품을 만들지만 이 시스템에선 부품과 제품이 주체가 돼 객체인 기계 설비의 서비스를 받으며 스스로 생산 과정을 거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된다.

한 발짝 더 나아가면 모든 요소들이 주체로 변화하는 분권화가 실현된다. 중앙 통제가 사라지고 부품과 기계 설비들이 스스로 의사소통하면서 작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인간의 노동력도 거의 필요로 하지 않게 된다.

독일·미국·일본 등은 스마트 팩토리에서 선두로 나서고 있다. 독일은 정부 주도하에 산·학·연 연계를 통해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미국은 IoT를 통한 대기업 주도의 시장 기반 스마트 팩토리 구축을 진행한다. 일본은 AI 솔루션 중심의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역시 2015년 ‘중국 제조 2025’ 정책을 발표하며 정부 주도의 강력한 스마트 팩토리 구축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밖에 인도·중동·아프리카·동남아시아 등의 신생 제조업들이 스마트 팩토리를 연구하고 있다.

독일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키워드를 처음 만든 곳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키워드는 독일의 스마트 팩토리에서 탄생했다.

독일의 스마트 팩토리는 자동차와 기계, 관련 부품 산업 등 독일이 강점을 갖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차세대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컨베이어 벨트의 제거, 설비와 공장의 연결, 가상과 현실의 결합, 인간과 기계의 협업 등으로 다품종 대량생산이라는 방식을 추구한다.

독일 스마트 팩토리 중심에는 지멘스가 있다. 독일 암베르크 지멘스 공장 EWA(Electronics Works Amberg)는 하루에 수집되는 5000만 건의 정보를 통해 제조 공정마다 자동으로 실시간 작업을 지시한다. 생산된 제품의 불량률은 0.0012%에 불과하다.

모든 시스템이 자동화된 공장은 1000여 종의 제품을 연간 약 1200만 개 생산한다. 초당 1개를 생산하며 24시간 안에 모든 공정을 완료한다. 공정의 75%가 자동화로 진행되며 기계 설비는 네트워크로 연결돼 직원들의 노동시간은 평균 35시간으로 최고의 생산성을 보여준다. 에너지 소비 역시 기존 공장 대비 30% 낮다. 지멘스 공장은 이런 기술을 통해 다품종 대량생산과 최고의 생산 품질, 생산성을 모두 달성해 스마트 팩토리의 교본으로 불리고 있다.

아디다스의 스피드 팩토리 역시 스마트 팩토리의 교본으로 꼽힌다. 아디다스는 2016년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해 해외에서 아웃소싱하던 운동화를 독일에서 생산하기 시작했다. 주단위로 걸리던 운동화 1켤레의 생산 시간을 5시간으로 축소해 아디다스는 공장을 ‘스피드 팩토리’라고 부른다. 기존의 노동집약적인 신발 제조업을 아디다스는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해 해외 공장을 독일로 다시 불러들인 것이다.
스마트 팩토리, 부품·설비끼리 소통하는 ‘차세대 생산 시스템’
급성장하는 ‘협동 로봇’ 시장

스마트 팩토리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술 중 하나는 로봇이다. 로봇 역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중 하나다. 현재 로봇이 가장 많이 활용되는 부문은 산업용이다. 2016년 기준 산업 로봇의 글로벌 판매량은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국제로봇협회(IFR)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0년 사이 로봇의 판매량은 연 15% 이상 급증할 전망이다.

현재 로봇은 주로 산업용으로 활용된다. 산업용 로봇 중 가장 주목받는 로봇은 ‘협동 로봇’이다. 협동 로봇은 쉽게 말해 사람과 함께 일할 수 있는 로봇이다. 협동 로봇은 기존 산업 로봇보다 섬세한 움직임이 가능하다. 안전 펜스 없이도 사람 옆에 배치될 수 있다. 품목이 변경될 때는 생산 라인을 수정할 필요 없이 재배치할 수 있다. 다양한 공정에 쉽고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게 사람과 큰 차이점이다. 고객별 맞춤형 주문 생산을 위한 다품종 소량생산 시스템에 유리하다.

미국 벤처캐피털 루프벤처스에 따르면 협동 로봇 세계시장 규모는 연평균 약 68%씩 고속 성장 중이다. 2022년이면 약 6조5660억원이 될 전망이다. 현재 협동 로봇의 시장점유율은 전체 산업용 로봇 시장의 2.1% 수준이다. 그런데 이 비율이 4년 뒤에는 28.6%로 뛰어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과 미국 등 로봇 강국은 수년 전부터 다양한 모델을 출시해 협동 로봇 시장 선점에 나섰다. 미국 리싱크 로보틱스의 박스터, 일본 화낙의 CR-35iA 등이 대표적이다.

세계 4위 로봇 생산국인 한국도 협동 로봇 시장에 발을 들였다. 두산은 2년 연구·개발을 통해 협동 로봇 4개 모델 생산 기술을 확보하고 지난해 양산에 돌입했다. 한화테크윈도 지난해 협동 로봇 HCR-5를 출시했다.

글로벌 서비스용 로봇 시장의 성장도 매우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 IFR은 2020년까지 전문 서비스용 로봇, 개인 서비스용 로봇(가사), 개인 서비스용 로봇(오락)이 매년 각각 20→25%, 30→35%, 20→25%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스마트 팩토리의 필수 아이템인 무인 운반차(AGV)를 비롯한 물류 로봇, 수술·치료용 의료 로봇 및 고객 가이드나 정보 제공용 홍보 로봇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스마트 팩토리, 부품·설비끼리 소통하는 ‘차세대 생산 시스템’
3D 프린터, 전 세계가 육성 발 벗고 나서

최근 정부는 2022년까지 서울특별시교육청 소속 500개 학교에 3D 프린터를 공급하고 전국 교육청과 협력해 지방 학교에도 단계적 보급을 결정했다. 정부는 2020년까지 세계적 선도 기업 5곳을 육성해 세계 3D 프린터 시장 15% 점유율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3D 프린터는 기존 프린터가 활자 혹은 그림을 인쇄하듯 도면에 따라 물품을 만들어 내는 기계다. 무인 비행기, 인간과 동물을 위한 인공관절, 단종된 제품의 부품 등 사용자가 원하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 스마트 팩토리가 다품종 대량생산을 한다면 3D 프린터는 개인 맞춤형 특화 생산이 가능하다

이미 의료 분야에서는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교통사고를 당해 두개골의 절반을 잃은 영국의 한 모델은 3D 프린터로 만들어진 머리뼈를 이식받고 일상생활에 복귀했다. 또 미국에서는 사고로 등딱지를 잃은 붉은바다거북을 위해 등딱지를 3D 프린터로 제작해 거북에게 새 등딱지를 이식했다. 국내에서도 3D 프린터가 점차 대중화되고 있다. 최근 울산광역시 울주군은 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의 실물 모형을 최첨단 3D 프린팅 기술로 제작, 청량면 신청사 1층 로비에 선보였다.

3D 프린터가 보다 발전한다면 현재의 제조업 체계는 크게 변화될 수밖에 없다. 과거 공장에서 대량생산해 유통 과정을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됐다면 이제는 소비자가 설계 도면만 구입하거나 다운로드 받아 집에서 제품을 생산해 내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3D 프린팅 기술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미국이다. 현재 미국은 3D 프린팅 기술에서 전 세계 3D 프린팅 시장의 40%를 차지하는 등 이미 월등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2016년에는 3D 프린터로 출력한 유탄발사기 시험 발사에 성공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3D 프린팅 기술의 중용성에 대해선 공감하고 있다. 다만 아직 국내의 3D 프린터 사업은 걸음마 수준이다. 2015년 기준 국내 3D 프린팅 기업은 총 208곳으로 집계됐고 이 중 최근 6년 이내 설립된 신생 기업은 68%에 달했다. 게다가 연간 매출 10억원 미만 사업장은 90%에 육박했다. 대부분이 스타트업이어서 보유한 고급 기술도 전무한 실정이다. 실제로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지난해 조사한 ‘3D 프린팅 산업 기술 수준 조사’에서도 한국의 3D 프린팅 기술 수준은 미국의 66% 수준에 불과했고 기술 격차는 2.9년 벌어져 있었다.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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