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크라우드 펀딩으로 본 소비 트렌드 10]
- 신혜성 와디즈 대표… “2019년에도 펀딩 금액 두 배 성장 자신”
“‘핀테크 기업 1호 상장’ 목표…‘진심’을 담은 ‘신뢰’가 성공 열쇠죠”
[한경비즈니스 = 이홍표 기자] 크라우드 펀딩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8년을 기준으로 크라우드 펀딩에 몰린 돈은 1000억원이 훌쩍 넘는다. 성장의 주역은 업계 1위인 와디즈다. 와디즈가 2018년 성사시킨 펀딩 금액은 601억원이다. 2017년 성사시킨 282억원의 2배가 훌쩍 넘는다. 펀딩 건수는 3500건으로 2017년(1200건)의 약 3배에 달했다. 와디즈는 크게 두 축으로 운영된다. 하나는 기업이 제품을 생산하기 전에 선주문을 받는 ‘리워드형’이고 다른 하나는 기업에 지분 투자를 할 수 있는 ‘증권형’이다.

와디즈는 국내 최초로 2012년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만들면서 스타트업과 벤처기업들의 구원투수를 자처했다. 이후 와디즈는 한국에서 초기 단계 기업들이 가장 신뢰하는 플랫폼 중 하나로 성장했다. 은행·증권사·투자은행(IB)·비정부기구(NGO)·소셜커머스 등 이색 경력을 가진 인재들을 포함해 현재 와디즈의 총직원은 114명에 달한다. 창업자인 신혜성 대표를 만나 와디즈의 성장 비결을 들었다.

와디즈를 창업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회생활의 시작은 현대차에서 했습니다. 이후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를 거쳐 산업은행으로 직장을 옮겼죠. 일을 하다 보니 제 천직이 ‘금융업’이더군요. 증권사와 은행의 기업금융 부서에서 재미있게 일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허전한 마음이 생겼습니다. 금융의 역할은 정말 필요한 곳에 돈이 가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증권업이나 은행업이나 모두 그 역할을 100% 잘 수행하고 있다고 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보였습니다. 그러면 어떤 대안이 있을까. 그 대안을 내가 만들어 보자. 이런 고민에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시작했습니다. 사실 처음엔 딱히 아이템이 떠오르지 않아 무조건 구글링부터 했습니다. 일단 ‘메가트렌드’를 예상한 책을 여러 권 읽고 공통적으로 나오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와 P2P에 대한 내용을 자세히 검색했습니다. 여기에 기존의 관심사인 ‘파이낸스’란 단어를 더해보니 크라우드 펀딩이 나오더군요. 그래서 해외 유명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조파닷컴과 킥스타터 등을 찾았고 이들을 분석하며 본격적으로 사업을 구상했습니다. 2010년 시작해 2년여의 준비를 거쳐 2012년 창업했습니다.”

몇 명이서 시작하셨나요.
“3명이었어요. 원래 친하게 지내던 후배들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분이 몇 달 안 돼 그만두고 다른 분이 조인한 후 체계가 좀 생겼죠. 한 분이 개발을, 한 분이 경영을 그리고 제가 전체적인 판을 짜는 식으로요.”

사실 스타트업을 만나면 제일 궁금한 게 경영 실적입니다.
“일단 연간 영업이익은 아직 적자입니다. 그런데 고무적인 게 월간 기준으로 2016년 12월부터 흑자로 돌아섰어요. 스타트업이 흑자를 내는 것은 쉽지 않죠. 플랫폼인 와디즈는 거래액이 가장 중요한데 작년엔 601억원을 거래했어요. 올 들어선 1월 한 달에만 100억원이 거래됐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작년 대비 두 배 정도인 1200억원 수준으로 거래액이 늘어날 것 같습니다. 물론 우리가 추진하는 여러 가지 새 전략들이 성공한다면 한 해 2000억원까지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크라우드 펀딩 투자의 장점은 뭔가요.
“기업인의 관점과 투자자의 시각으로 나눠 볼 수 있죠. 규모가 있는 기업은 투자를 받기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은 투자받는 게 정말 어렵죠. 저도 스타트업을 하다 보니 투자 받는 것이 ‘인연’을 만나는 수준이 돼야 합니다. 내 상품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투자자들에게 장점을 설명하고 그들의 투자가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까지 주는 것은 정말 힘든 작업입니다. 하지만 크라우드 펀딩의 투자자들이 적어도 해당 상품이나 비즈니스에 대해 이해가 깊은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기업인의 관점에선 투자자를 설득하는데 대한 에너지를 줄이고 이 에너지를 상품 개발과 경영 활동에 투자할 수 있게 됩니다. 특히 크라우드 펀딩의 투자자들은 기업의 서포터이기도 합니다. 홍보의 역할까지 같이 해주는 것이죠.”

투자자로서는 어떻습니까.
“기관투자가나 고액 자산가가 아니어도 스타트업 투자가 가능합니다.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면서 이제 주식 투자로 수십 배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시대는 갔습니다. 그렇다고 섣불리 창업을 할 수도 없죠. 현실적으로 높은 투자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좋은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또 와디즈에는 ‘시장에 없는 물건과 아이디어’가 넘쳐납니다. 잘만 선택하면 질 좋고 개성 있는 물건을 매우 싼값에 구입할 수도 있죠.”

크라우드 펀딩 시장이 커지면서 소비자 혹은 투자자 피해 사례도 좀 나옵니다. 이를테면 리워드로 받은 제품의 질이 생각보다 좋지 않다든가 하는 것들이요.
“그래서 내부에서 ‘심사’에 무엇보다 주의를 기울입니다. 투자형은 투자심사위원회를 두고 깐깐하게 심사합니다. 또 와디즈 직원이 아닌 투자자들이 직접 검증하는 ‘마스터’라는 제도도 있습니다. 투자 희망자들이 기업인과 직접 질의응답을 하며 궁금증을 풀도록 하는 게시판도 마련해 뒀습니다. 그리고 투자형은 반드시 오프라인 공개 기업설명회도 열어야 합니다. 리워드형도 비슷합니다. 특히 리워드형 중 고객 불만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영역은 정보기술(IT) 기기입니다. 그래서 우린 아예 전자 상거래가 가능한 라이선스를 받았습니다. 국가 규격에 부합하는 상품만 취급하기 위해서죠. 또한 시연 동영상을 반드시 업로드하도록 합니다. 물론 우리는 기존 금융회사와 달라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증권과 은행은 회사에 투자할 때 얼마를 벌 수 있을지 가장 많이 고민합니다. 또 상환 가능성을 중시합니다. 반면 와디즈는 이 회사가 얼마나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있느냐를 먼저 봅니다. 그리고 상환 가능성보다 경영진의 ‘상환 의지’를 중시합니다. 작지만 큰 차이죠.”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은 와디즈 외에도 많이 생겼습니다. 그럼에도 와디즈가 업계 1위를 지켜온 데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요.
“우리 회사엔 미션이 있습니다. ‘올바른 생각이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하는 세상을 만든다’는 미션입니다. 좀 진부해 보이지만 와디즈 구성원은 비즈니스를 할 때 항상 이 미션을 중심에 두고 일을 합니다. 저는 기업인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신용도’가 아닌 ‘신뢰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기존 금융은 신뢰도만 보고 투자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와디즈를 만들었습니다. 그 이후 신뢰 있는 기업인들이 좋은 물건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세상에 내놓은 데 도움을 주는 것만 생각하고 사업을 키워 왔습니다. 와디즈와 같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은 기업인과 소비자 모두가 고객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들 두 사람이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에만 집중했습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니라 직원들도 모두 이 비전을 염두에 두고 일합니다. 어떤 때는 와디즈 직원들이 지나치게 자신이 맡은 기업에 전력을 다해 걱정이 될 때도 있습니다. 결국 이 같은 ‘진심’은 부실률 1%라는 수치로 나타났죠. 돌아보면 업의 본질을 지키는 데 가장 힘쓴 게 성공 비결 아닐까 합니다.”

와디즈의 새 성장 전략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급합니다.
“크게 다섯 가지 정도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먼저 와디즈 트레이더스입니다. 와디즈가 현지의 유통 기업과 파트너를 맺고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업무입니다. 현재 동남아 지역의 바이어와 네트워크를 만들고 있습니다. 와디즈스페이스도 있습니다. 일종의 쇼룸 개념입니다. 와디즈에서 펀딩하는 상품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물론 현장 판매도 합니다. 와디즈 얼라이언스도 진행 중입니다. 항공사의 얼라이언스처럼 미국의 인디고고, 일본의 마쿠아케와 연합해 투자와 상품을 소싱하는 겁니다. 이를테면 와디즈에서 심사를 통과한 상품은 인디고고에서도 바로 업로드될 수 있습니다. 그 반대도 가능하고요. 한국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성과를 빠르게 키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 W9 멤버십도 추진 중입니다. 사모펀드(PEF)가 최대 49인까지 가능하다는 데서 착안했습니다. 투자가 PEF 형태로 이뤄지기 때문에 고액 투자도 가능합니다. 마지막으로 와디즈가 기업에 직접 투자도 시작합니다. 현재 한국성장금융에서 55억원을 펀딩 받아 PEF를 만들었고 이를 통해 성장성 있는 기업에 투자할 계획입니다. 이미 관련 부서는 세팅을 마치고 1분기 중 본격적으로 투자에 나설 생각입니다.”

창업 후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였습니까.
“그렇게 ‘힘들다’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말씀 드린 것처럼 사업을 하면서 ‘올바른 생각이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하는 세상을 만든다’는 원칙을 세웠고 어떤 일이 생기든 이 원칙에 따라 일을 처리했습니다. 사회인이라면 누구라도 받는 정도의 스트레스는 있었겠지만 이 원칙을 지켰기 때문에 오히려 편하게 일했던 것 같습니다. 다만 최근 들어 회사가 성장하면서 생기는 ‘사람 문제’가 좀 힘듭니다. 회사의 성장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는 직원들이 좀 생기더군요. 사람 대 사람으로는 친밀하지만 그 속도에 맞추지 못해 미래를 함께하기 힘들게 되니 개인적으로 힘들었습니다. 성장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크라우드 펀딩이 진짜 성공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든 때는 언제입니까.
“솔직히 작년 중순쯤입니다. 사실 그전에는 제가 와디즈에 업로드되는 물건이나 투자 상품의 트렌드를 어느 정도 그려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외부에서 ‘요즈음 크라우드 펀딩의 트렌드가 무엇입니까’라고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작년 중순쯤부턴 대답을 잘 못하겠더군요. 와디즈의 저변이 한두 사람의 인사이트로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거죠. 실제로 유튜브 같은 업체도 그랬다고 합니다. 처음엔 몇몇 핵심 콘텐츠들의 조회 수가 성장을 이끌었지만 지금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유튜브에 담겨 있다고 합니다. 요즈음엔 저도 와디즈에 올라오는 프로젝트들을 ‘눈팅’하는 게 너무 재미있을 정도입니다. 분명 좋은 흐름입니다.”

코스닥시장 상장 계획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앞으로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올해 말쯤 심사를 신청해 내년 정도에 상장할 계획입니다. 물론 증시 여건에 따라 조금 변동이 있을 수 있겠죠. 그럼에도 우리는 ‘핀테크 기업 1호 상장’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로보어드바이저, 해외 송금, P2P 투자 등 다양한 핀테크 업종이 있지만 ‘온라인 소액투자 중개업’이라는 형태로 자본시장법에 따라 라이선스를 획득한 핀테크 업종은 크라우드 펀딩이 유일합니다. 그간 크라우드 펀딩의 제도화를 위해, 핀테크의 제도화를 위해 가장 앞장서 노력해 온 만큼 상장 1호라는 타이틀은 꼭 와디즈가 차지하고 싶습니다.”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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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1호(2019.02.11 ~ 2019.02.1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