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헤지펀드 전성시대 이끄는 ‘젊은 스타들’]-2015년부터 매년 2배씩 성장…30~40대 ‘젊은 피’들이 시장에 새바람
[편집자주]큰손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헤지펀드 시장이 변화하고 있다. 변동성이 커진 장세에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의 진가가 발휘된 덕분이다. ‘패시브’ 중심으로 바뀐 공모펀드 시장에서 이탈한 투자자들이 몰린 것도 한 이유다. 국내 헤지펀드 시장 규모는 2015년 이후 해마다 두 배씩 불어나고 있다. 현재 헤지펀드의 전성시대를 이끄는 중심은 ‘30~40대의 젊은 리더’들이다. 주식·채권·파생상품·대체투자 등 각자의 개성에 따라 다양한 운용 전략을 활용하며 업계에 새로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헤지펀드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젊은 리더들의 ‘불꽃 경쟁’은 지금부터 본격적인 시작이다.
뭉칫돈 몰리는 헤지펀드, 2019년 ‘판 더 커진다’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국내 펀드 시장의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암흑기를 맞은 공모펀드, 전성기를 맞은 사모펀드’다. 2014년 말 기준으로 174조원이었던 사모펀드 설정액은 2019월 2월 11일 기준 339조원까지 불어났다. 5년 새 덩치가 2배로 불었다. 이에 비해 공모펀드 설정액은 같은 기간 204조원에서 220조원으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중에서도 한국형 헤지펀드의 질주가 두드러진다. 2018년 말 기준 국내 헤지펀드 설정액은 약 24조원으로, 2017년 설정액이 12조3699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1년 만에 이와 맞먹는 12조원의 자금이 새롭게 유입된 것이다. 2015년 3조원대에 불과했던 헤지펀드 설정액은 2016년 6조원, 2017년 12조원으로 해마다 두 배씩 확대되며 빠른 성장세를 이어 가고 있다. 특히 30~40대의 젊은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헤지펀드 전성시대’를 이끌고 있다. 주식 외에 채권·파생상품·대체투자 등 다양한 운용 전략을 활용해 높은 수익률을 보여주며 투자자들의 ‘뭉칫돈’을 끌어들이고 있다.
◆“액티브 펀드의 빈자리, 헤지펀드가 채운다”

국내 펀드 시장에서 사모펀드의 시장 규모가 공모펀드를 처음 넘어선 것은 2016년이다. 2015년 말 기준으로 국내 사모펀드 설정액은 200조원, 공모펀드는 221조원이었다. 하지만 2016년 말 기준으로 사모펀드 설정액은 전년 대비 25% 증가한 249조원을 기록한 반면 공모펀드는 219조원으로 정체되며 역전에 성공한 이후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는 추세다. 2018년을 기준으로 두 시장 규모의 격차는 100조원을 넘어섰다.
뭉칫돈 몰리는 헤지펀드, 2019년 ‘판 더 커진다’
현재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사모펀드는 크게 경영 참여형 사모펀드(PEF)와 전문 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로 분류돼 있다. PEF는 인수·합병(M&A)으로 회사 경영권을 얻고 기업 가치를 높인 후 매각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펀드다. 헤지펀드는 상장주식·채권·통화 등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것을 목적으로 운용된다. 주식을 중심으로 채권·파생상품·대체투자 등 다양한 투자 전략을 통해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절대 수익률을 추구하는 펀드다. 요즘과 같은 변동성 장세에서 ‘헤지펀드’가 주목받는 이유다.

한국형 헤지펀드는 2011년 12월 금융 당국이 기존 사모펀드의 운용 규제를 완화하면서 탄생했다. 하지만 초창기만 해도 헤지펀드 시장의 성장세는 지지부진했다. ‘사모펀드’는 투자자 수가 49인 이하로 제한돼 있다. ‘문턱’이 높은 만큼 부자들과 기관투자가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기 때문이다. 소수의 투자자들로부터 거액의 투자 자금을 받아 운용되기 때문에 은행이나 증권사의 프라이빗 뱅커(PB)를 통해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비밀스럽게 상품 정보가 공유된다.

전환점이 된 것은 2015년이다. 금융위원회가 사모펀드를 활성화하기 위해 사모펀드의 ‘최소 투자 금액’을 5억원에서 1억원 이상으로 낮췄다. 정부 정책도 뒷받침됐다. 당시 금융 당국은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한국형 헤지펀드의 진입 요건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변경했다. 등록 요건 또한 완화했다. 자기자본 20억원과 전문 인력 3명 이상이면 등록할 수 있다. 신생 운용사의 진입이 용이해지면서 이후 국내 운용되는 헤지펀드의 수가 크게 늘었다. 2018년 말 기준 155개의 운용사가 1872개의 헤지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헤지펀드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는 사실 공모펀드의 부진과도 무관하지 않다. 현재 국내 공모펀드 시장은 ‘액티브 펀드’에서 ‘패시브 펀드’로 빠르게 자금이 옮겨 가는 중이다. 액티브 펀드는 시장 수익률을 초과하는 수익을 올리기 위해 펀드매니저들이 적극적으로 운용 전략을 펴는 펀드를 말한다. 패시브 펀드는 주가지수 상승률만큼의 수익률을 추구하는 소극적인 투자 상품으로, 상장지수펀드(ETF)가 대표적이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공모펀드 시장에서 액티브 펀드가 감소하면서 액티브의 투자성향을 지닌 투자자들 중 일부가 헤지펀드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헤지펀드 ‘춘추전국시대’
하지만 헤지펀드에 이처럼 돈이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수익률’ 때문이다. 2011년 이후 2017년까지 국내 헤지펀드의 연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로 떨어진 적이 없다. 2018년 말 미·중 무역 분쟁과 금리 상승 등으로 국내 주식시장이 하락장을 겪으며 처음으로 연평균 수익률이 마이너스 0.33%를 기록했다. 그나마 지난 한 해 코스피지수가 17.3%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비교적 양호한 성적이다. 지난해 주식형 공모펀드의 연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15.93%를 기록했다.

헤지펀드는 공모펀드와 비교해 비교적 운용 규제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전통적인 주식 롱쇼트 외에도 기업공개(IPO)·메자닌 등 화려한 전략을 구사하며 수익률을 올린다. 주식 롱쇼트 전략은 자산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저평가 종목을 매수(롱)하고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고평가 종목은 매도(쇼트)하는 전략을 말한다. 메자닌은 주식과 채권의 중간에 있는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교환사채(EB)를 의미한다.
뭉칫돈 몰리는 헤지펀드, 2019년 ‘판 더 커진다’
실제로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독특한 운용 전략이나 특화된 전문 분야를 앞세워 두각을 나타내는 운용사들이 적지 않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하 타임폴리오)와 라임자산운용은 이미 국내 헤지펀드 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선두 주자로 입지를 굳혔다.
1조6000억원대의 자금을 굴리는 타임폴리오를 이끌고 있는 황성환 대표는 1976년생이다.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95학번으로, 최근 금융 투자업계의 신인맥으로 떠오르고 있는 서울대 주식 투자 동아리 ‘스믹(SMIC : SNU Midas Investment Club)’ 1기 출신이다. 대학 시절부터 각종 투자 대회를 휩쓸었던 황 대표는 2004년 대학 졸업 후 미래에셋대우(당시 대우증권)에 특채로 입사했다. 2년 뒤인 2008년 타임폴리오를 설립하며 투자 자문업에 뛰어들었고 이후 2016년 투자 자문사에서 헤지펀드 운용사로 변신했다. 황 대표는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인 2008년 연 140%가 넘는 수익을 올리며 강남 재력가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탔다. 타임폴리오는 6개월 단위로 수익률을 집계한 결과 2003년 이후 2018년 상반기까지 한 번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10월 급락장의 영향으로 15년 만에 반기 기준으로 첫 마이너스 수익률을 냈다. 운용 중인 10개 펀드가 4~5% 정도의 손실을 봤다. 하지만 연간으로는 평균 4.29%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헤지펀드 강자’다운 면모를 입증했다.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고 있는 라임자산운용은 또 다른 돌풍의 주역이다. 라임자산운용을 이끌고 있는 원종준 대표는 1979년생이다. 원 대표는 연세대 재무연구학회인 ‘YFL(Yonsei Financial Leaders)’ 출신이다. 대학 2학년 때부터 주식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된 원 대표는 YFL을 통해 파생상품·채권·부동산 등 금융 투자시장 전반에 대한 이해를 넓혔다. 브레인자문·트러스톤운용 등을 거쳐 2012년 투자 자문사를 차렸다. 2016년 12월 헤지펀드 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으로 전환했다. 대체 투자 특화 상품인 새턴 시리즈를 비롯해 멀티 전략 펀드에 강점을 갖고 있는 라임자산운용은 2018년 연평균 수익률 3.68%를 기록했다.

1980년생인 이재완 대표가 이끄는 타이거자산운용도 소리 없는 강자다.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인 이 대표도 대학 주식 동아리 출신이다. 고려대 주식 동아리 RISK(Real Investment Society of Korea)에서 활동했다. 2013년 투자 자문사 설립 이후 마찬가지로 2016년 헤지펀드 운용사로 전환했다. 타이거자산운용은 자문사 시절부터 중소형주 전문 하우스로 정평이 나 있다.
새롭게 떠오르는 스타 매니저들도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특히 공모펀드 시장에서 이름을 날리던 스타 펀드매니저들이 헤지펀드 시장에 속속 진출하며 이들을 따라 자산가들의 자금이 대거 유입되는 흐름도 보이고 있다. 2017년 12월 빌리언폴드자산운용에 합류한 안형진 대표는 타임폴리오에서 운용 능력을 검증 받은 라이징 스타다. 1983년생으로 2014년 타임폴리오에 운용팀 대리로 입사한 이후 운용 성과를 인정받아 2016년 헤지펀드운용본부장으로 초고속 승진하며 주목받았다.

2017년 설립된 씨앗자산운용도 지난해 두 자릿수 수익률로 신생 운용사 중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고 있다. 씨앗자산운용의 박현준 대표는 1974년생으로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한국투자네이게이터펀드’를 맡아 1조원대로 키운 대표적인 공모펀드 출신 스타 매니저다. 특히 지난해에는 박 대표의 배우자인 박인희 신영자산운용 배당가치본부장이 씨앗자산운용의 부사장으로 합류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박 부사장 또한 국내 최대의 주식형 펀드인 ‘신영밸류고배당증권자투자신탁(주식)’을 맡아 유명세를 떨쳤던 인물이다.

한국형 헤지펀드의 전성시대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 당국이 한국형 헤지펀드를 포함한 사모펀드를 육성하기 위해 잇따라 규제를 완화하는 등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
◆헤지펀드 규제 완화, ‘문턱’ 낮아진다

금융위원회는 2017년 사모재간접펀드를 도입하며 일반 투자자들도 헤지펀드 등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사모재간접펀드는 일종의 ‘펀드 오브 펀즈’ 형태로, 전문운용사를 통해 헤지펀드 등에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상품이다.

2015년 규제 완화를 통해 사모펀드의 문턱을 낮췄다고는 하지만 ‘최소 투자 금액 1억원’ 이상으로 제한돼 있는 사모펀드는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여전히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모재간접펀드는 가입 금액이 최소 500만원으로도 투자가 가능하다. 비교적 소액으로 여러 헤지펀드에 분산투자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어 최근 들어 개인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 시장 변동성이 커지며 사모재간접 펀드에 더욱 많은 자금이 몰리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에만 1334억원이 새롭게 유입됐다. 현재 국내에서는 4개의 운용사가 사모재간접펀드를 운용 중이다. 2017년 9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국내 1호 사모재간접펀드를 내놓은 데 이어 삼성자산운용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이 잇따라 사모재간접 공모펀드를 출시했다. KB자산운용은 국내외 사모 헤지펀드에 재간접 투자하는 ‘KB헤지펀드솔루션’ 펀드를 1월 출시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9월 발표한 ‘사모펀드 활성화 계획’도 향후 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경영 참여형(PEF)과 전문 투자형(헤지펀드)으로 이원화된 운용 규제를 일원화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투자자 수 제한을 ‘49명 이하’에서 ‘100명 이하’로 확대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일반 투자자와 전문 투자자 그리고 기관투자가를 합쳐 100인 이하다. 이때 일반 투자자는 여전히 49인 이하로 제한된다. 다만 아직 법 개정이 이뤄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인 반영 시기는 아직 모른다. 개정안은 이르면 올해 상반기 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다양한 투자 전략으로 수익률을 추구하는 헤지펀드에 자금이 몰리는 분위기에서 이와 같은 규제 완화로 국내 헤지펀드 시장의 판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특히 향후 공모 재간접 헤지펀드의 라인업이 다양해질수록 ‘부자들의 전유물’이라는 기존의 이미지를 벗고 더 많은 투자자들이 헤지펀드에 관심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뭉칫돈 몰리는 헤지펀드, 2019년 ‘판 더 커진다’

◆용어 정리
1)사모펀드=소수의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운용하는 펀드로, 한국 투자신탁업법에서는 100인 이하의 투자자,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은 49인 이하(50인 미만)의 특정한 소수로부터 자금을 모아 운용하는 펀드라고 정의한다. 국제적으로 사모펀드는 대부분 헤지펀드를 의미한다.
2)경영 참여형 사모펀드(PEF)=소수의 투자자가 자금을 마련해 부실한 기업이나 경영 성과가 부실한 기업을 인수, 구조조정 등을 통해 경영을 정상화하고 가치를 높인 후 경영권을 판매해 수익을 얻는 펀드와 그 운용 주체를 말한다. PEF는 일반적으로 3~10년 정도로 투자 기간이 길다는 것과 투자자가 직접 경영에 관여하는 등의 특징이 있다.
3)전문 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주식·채권·파생상품·실물자산 등 다양한 상품에 투자해 목표 수익을 달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펀드다. 현물과 선물을 결합한 다양한 투자 전략을 사용하며 목표 이상의 수익을 내면 펀드 운용사가 높은 수준의 성과급을 챙긴다.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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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2호(2019.02.18 ~ 2019.02.2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