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PEF의 제왕들]-‘칼라일 출신’ 김병주 회장, 자신의 이름 걸고 설립…투자 기업 총매출액 47조원, 10대 그룹과 견줘
롯데카드 손에 넣은 ‘역전의 명수’…MBK, 아시아 최대 PEF로 ‘우뚝’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국내를 넘어 아시아 최대 규모의 사모펀드(PEF)로 성장한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은 국내 PEF업계의 ‘전설’이다. 현재 국내를 포함해 중국·홍콩·일본에서 운용 중인 자산 규모만 150억 달러(약 17조원)를 넘어선다.
코웨이·오렌지라이프· 홈플러스 등 굵직굵직한 딜을 성공시키며 ‘투자의 귀재’로 명성을 쌓아 온 김 회장은 최근에도 또다시 화제에 올랐다. 2019년 5월 ‘막판 뒤집기’를 통해 롯데카드 인수전에서 최종 승자가 됐다. 롯데지주는 당초 한앤컴퍼니를 롯데카드의 매각 우선협상자로 선정했지만 한앤컴퍼니의 검찰 조사로 리스크가 부각되자 우선협상대상자를 MBK파트너스와 우리은행 컨소시엄으로 급선회했다. 김 회장이 롯데카드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뒤에도 포기하지 않고 롯데지주 측에 더 좋은 조건의 인수 제안서를 다시 제출하는 등 끝까지 설득에 나선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승부사’다운 그의 기질이 십분 발휘된 결과다.
◆국내 토종 사모펀드의 살아있는 ‘성공 신화’

MBK파트너스가 ‘막판 뒤집기’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3년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 인수전이 대표적이다. 당시 매각자였던 ING그룹은 보고펀드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MBK파트너스는 차순위 협상자였다. 하지만 김 회장은 2조원 정도의 인수 가격을 제시했던 보고펀드보다 더 좋은 조건인 1조8400억원을 제시하며 ‘막판 역전극’에 성공했다.

2012년 코웨이 인수전에서도 역전 드라마가 펼쳐졌다. 웅진그룹은 KTB프라이빗에쿼티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택했지만 자금 조달 계획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면서 지주사와의 합작사 설립에 지지부진한 태도를 보였다. 김 회장은 놓치지 않고 그 틈을 파고들었다. 신용 등급 강등을 막기 위해 자금 확보가 시급했던 웅진을 설득하는 데 성공하며 최종적으로 1조2000억원에 코웨이를 품에 안았다.

2016년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사업부 인수전에서는 당시 우선협상대상자였던 스탠다드차타드 프리이빗에쿼티(SC PE)를 제치고 1조1300억원에 최종 승자로 이름을 올렸다. 두산과 SC PE의 협상 과정에서 자금 조달 계획 등에 의견 차이를 보이는 틈을 타 김 회장이 두산 측에 보다 구체적인 인수금융 계획을 제시한 것이 주효했다.

MBK파트너스가 막판 뒤집기에 성공한 이들 사례는 거래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서는 대형 딜이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사모펀드로 ‘탄탄한 자금력’이 뒷받침돼 있기에 가능한 전략이다.

MBK파트너스는 ‘김 회장이 곧 투심위’라고 할 정도로 투자를 결정하는 데 김 회장의 영향력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냉철하게 시장을 읽어내는 통찰력은 물론 투자 타이밍을 판단하는 데도 동물적인 감각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다. 김 회장은 1963년생(56세)으로 10대에 미국으로 하버포드칼리지 영문과를 졸업하고 미국의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에서 2년간 재직했다. 이후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밟은 뒤 다시 골드만삭스에서 근무했다. 김 회장은 이 시절을 “밤 새우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 시절”이었다고 말한다. 그만큼 고생이 많았지만 그와 같은 경험을 통해 돈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회상한다.
이후 살로먼스미스바니(SSB, 현 씨티그룹) 아시아·태평양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거쳐 글로벌 사모펀드사인 칼라일그룹에 입사했다. 그는 36세의 젊은 나이인 1999년 칼라일의 한국 대표직을 맡았는데, 당시 한미은행 인수를 성사시키고 3년 뒤 7000여억원의 차익을 남기고 매각에 성공하며 국내에 이름을 알렸다. 2005년 자신의 영어 이름(마이클 병주 김)의 영문 이니셜을 딴 MBK파트너스를 설립했다. 김 회장은 박태준 포스코 전 명예회장의 넷째 사위로도 잘 알려져 있다.

김 회장만큼이나 파트너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현재 MBK파트너스의 한·중·일 전체 파트너 수는 총 12명이다. 이 중 서울사무소에 소속된 파트너는 모두 5명이다. 그중 윤종하 부회장과 부재훈 대표는 김 회장과 칼라일그룹에서 재직하며 연을 맺고 2005년 MBK파트너스를 시작한 창립 멤버다. 김광일 파트너와 박태현 파트너는 모두 법무법인 김앤장에서 인수·합병(M&A) 전문 변호사로 활약했던 인물들이다. 김광일 파트너는 회계사 자격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진하 파트너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베인앤드컴퍼니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2013년 MBK에 합류해 오렌지라이프 등 금융사 투자를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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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자 약정 10조원 시대 코앞

그야말로 ‘사람’이 경쟁력인 PEF업계에서 최고의 인재들로 무장한 MBK파트너스는 코웨이·ING생명 등 대형 딜을 독식하다시피하며 거침없는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MBK의 존재감을 가장 잘 보여준 딜은 단연 ‘홈플러스’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영국의 테스코그룹에서 총 7조3000억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국내 PEF의 기업 M&A 규모로는 사상 최대다.

이 밖에 MBK파트너스에서 현재 운용 중인 기업은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 케이블 업체인 딜라이브(전 C&M), 가스 제조·엔지니어링 생산 업체인 대성산업가스와 공작기게 제조업체인 두산공작기계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있다. 금융감독원이 9월 1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6월 말을 기준으로 MBK파트너스의 PEF 출자 약정액은 9조7078억원이다. 출자 약정 ‘10조원 시대’가 머지않았다. 운용하고 있는 PEF만 17개에 이른다. MBK파트너스의 국내외 투자 기업 총매출액은 약 47조원(403억 달러)에 달한다. 매출액 기준으로 국내 10대 그룹 수준이다.

MBK파트너스는 1조원 이상의 대형 딜에 주로 베팅하는 성향으로 ‘규모의 경제’를 중시한다. 실제로 MBK파트너스는 인수한 뒤 ‘기업 가치’를 키울 수 있다는 판단이 선다면 시장의 컨센서스와 무관하게 망설이지 않고 베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인수 후에는 과감한 인력과 사업부 구조조정 작업 등을 거쳐 기업 가치를 밸류 업 한다. 이 때문에 인수 후 노조와의 충돌이 격렬한 편이다. 오렌지라이프와 홈플러스 모두 인수 후 노조와 심각한 갈등 상황으로 치닫기도 했다. 2014년 1조8400억원에 인수한 오렌지라이프는 임직원 구조조정 등을 통해 고정비를 줄이고 정문국 사장을 새로운 수장으로 영입해 3년간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성공, 지난 1월 신한금융그룹에 매각하는 데 성공하며 2조원이 넘는 차익을 남겼다.
2013년 인수한 코웨이는 지난 6월 말 웅진그룹에 재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그 6년 동안 MBK파트너스는 2013년 당시 시가총액 3조원대 규모였던 코웨이를 시가총액 7조원이 넘는 회사로 키우며 총 1조원이 넘는 수익을 거뒀다. MBK파트너스는 제품의 질과 서비스를 유지하면서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해외 사업 등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을 공략하는 데 집중했다. 룩센트 인코포레이티드의 컨설팅을 받아 코웨이 임직원으로 구성된 밸류 업 프로젝트 태스크포스팀(TFT)을 가동했고 기업 체질 개선을 위한 실험을 적극적으로 시행했다. 그 결과 2012년 1조9928억원이었던 코웨이 매출액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조7073억원을 기록하며 35.9% 증가했다.

오렌지라이프와 코웨이를 포함해 특히 올 들어 주요 투자 기업들의 연이은 엑시트에 성공한 김 회장은 올해 포브스 선정 ‘한국 50대 부자’ 순위에서 23위에 이름을 올렸다. PEF 운용사 대표가 국내 30대 부호에 이름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MBK파트너스의 ‘아픈 손가락’으로 거론되는 홈플러스는 ‘리츠 상장’을 통해 엑시트를 꾀했지만 지난 3월 상장을 철회하며 뼈아픈 실패를 맛봤다. 해외 투자자들의 공모 흥행 부진이 이유였다. 하지만 최근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를 주축으로 홈플러스의 전국 매장을 온라인 물류센터로 전환하는 등 새로운 기업 가치를 창출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와 함께 MBK파트너스가 최근 손에 넣은 롯데카드도 홈플러스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롯데카드 사용자들의 빅데이터가 기반이 된다면 이를 바탕으로 한 홈플러스의 유통 혁신이 가능해진다. 그러면 두 회사 모두 기업 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를 바탕으로 MBK파트너스 측에서도 시기는 특정하지 않고 있지만 홈플러스 리츠의 재상장을 추진할 계획이어서 향후에도 ‘홈플러스 리츠’의 화력이 쉽게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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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3호(2019.09.23 ~ 2019.09.2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