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반갑다, 집콕 식품업계 ‘왕좌의 게임’]
-‘비비고’·‘고메’ 등 브랜드 파워 앞서는 CJ제일제당…업계 2위 등극한 풀무원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확찐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일상생활의 패턴이 변화하면서 체중이 증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현상을 희화화한 표현이다. 집 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자연스레 군것질도 늘어난다. 코로나19로 인해 식품 소비액이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특히 냉동 만두·피자와 같은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호황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내 냉동 HMR 시장의 절대 강자는 CJ제일제당이다. 전체 냉동 HMR 시장에서 약 34%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마냥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최근 냉동 HMR 시장의 신흥 강자로 떠오른 풀무원의 공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현재 풀무원의 시장점유율은 약 11% 정도다. 아직은 1위인 CJ제일제당과 2위인 풀무원의 점유율 차이가 상당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빠르게 점유율을 높여 가며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확찐자’의 필수품 된 냉동 HMR…절대 강자 CJ·신흥 강자 풀무원 ‘격돌’

◆CJ제일제당, 매출 7000억원 목표

국내 냉동 HMR 시장의 ‘확고한 1위’를 유지하고 있는 CJ제일제당의 힘은 강력한 브랜드 파워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냉동 만두 시장의 브랜드 강자인 ‘비비고’와 핫도그·돈카츠 등 조리 냉동 대표 브랜드인 ‘고메’ 를 기반으로 국내 HMR 시장의 성장을 주도하며 식문화 변화를 이끌어 가고 있다. 2019년 기준 CJ제일제당의 국내 냉동 HMR 제품은 6620억원을 기록했는데 2015년(3490억원)과 비교하면 4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성장한 셈이다. 냉동 만두와 조리 냉동 모두 고르게 성장했는데 최근 5개년 연평균 성장률은 각각 15.4%, 19.3%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만두는 국내 냉동 만두 시장점유율 43.9%를 차지하고 있다. ‘비비고’ 브랜드는 2010년 탄생해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패스트푸드처럼 즐기는 한식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처음으로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브랜드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직접 작명했다고 알려져 있다.
‘확찐자’의 필수품 된 냉동 HMR…절대 강자 CJ·신흥 강자 풀무원 ‘격돌’
‘한식의 세계화’라는 글로벌 브랜드 비비고의 지향점과 딱 맞아떨어지는 품목이 냉동 만두였다. 그 시작이 된 제품이 2010년 미국에서 먼저 출시된 뒤 2013년 국내에 선보인 ‘비비고 왕교자’다. 냉동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만연하던 때였지만 비비고 왕교자는 고급화 전략으로 승부했다. 돼지고기·부추·대파 등 채소를 큼직하게 썰어 넣어 소비자들이 어떤 재료가 들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했고 출시 1년 만인 2014년 국내 냉동 만두 시장 1위에 올라섰다. 이후 ‘한섬만두’, ‘군교자’, ‘수제만둣집 맛 만두’ 등을 선보이며 만두 시장의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HMR 브랜드인 ‘고메’는 미식가(gourmet)라는 뜻이다. ‘특별한 미식의 경험을 제공한다’는 목표로 2015년 12월 고메 브랜드를 선보였다. 고메 브랜드를 사용한 첫 제품이었던 ‘고메 치킨’을 시작으로 2016년 스테이크와 핫도그, 2017년 피자 제품군을 추가했다. 이후에도 빠르게 변화는 소비 트렌드와 소비자 니즈에 맞춰 차별화된 연구·개발력을 적용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며 소비자의 입맛을 공략하고 있다. 최근에는 에어프라이어 보급률이 확대되며 튀김 요리를 보다 편하게 즐길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새롭게 선보인 ‘고메 돈카츠’, ‘고메 치킨박스’ 등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올해인 2020년 ‘비비고’와 ‘고메’ 브랜드를 바탕으로 냉동 HMR에서만 7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냉동 만두는 ‘한식 만두 프리미엄화’ 전략을 강화한다. 평양냉면집 접시만두의 촉촉하고 담백한 맛을 구현해 최근 출시한 ‘비비고 평양만두’가 대표적이다. 또 만둣국·비빔만두·만두볶이 등 메뉴를 편의형 제품으로 확장해 독보적인 1위 시장 지위를 확고히 하겠다는 방침이다.

조리 냉동은 에어프라이어 열풍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치킨·돈카츠·핫도그 등 프라잉 스낵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계획이다. 또 프리미엄급 제품도 선보여 매출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다.
‘확찐자’의 필수품 된 냉동 HMR…절대 강자 CJ·신흥 강자 풀무원 ‘격돌’

◆풀무원, 1년 만에 ‘냉동 HMR’ 강자로


두부·콩나물·달걀 등 신선식품의 전통적 강자였던 풀무원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간편식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워 가고 있다. 2019년 1분기까지 풀무원의 국내 냉동 HMR 점유율은 수년간 6~7%대로 5위 수준에 머물렀다. 그런데 불과 1년이 채 안 된 2019년 8월 풀무원의 냉동 HMR 점유율은 11%대로 CJ제일제당에 이어 업계 2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짧은 기간에 풀무원의 점유율 급상승을 이끈 것은 다름 아닌 ‘냉동 HMR 3대 혁신 제품’의 출시였다. 2019년 3월 ‘얄피만두’ 출시 후 점유율은 9%까지 치솟았고 같은 해 8월 말 ‘황금밥알' 출시 이후 점유율은 다시 한 번 11%까지 뛰었다. 마지막으로 12월 초 출시된 냉동 피자 또한 제품 출시 두 달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 개를 돌파하는 등 좋은 성적을 거두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냉동 HMR 시장의 신흥 강자로 부상한 풀무원의 뒤에는 2017년부터 가동된 ‘냉동 HMR 프로젝트’가 자리하고 있다. 풀무원은 냉동 HMR 시장의 성장성에 주목하고 이때부터 내부에 별도로 ‘혁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본격적인 신제품 연구·개발(R&D)에 돌입했다.

그 첫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얇은피꽉찬속 만두(얄피만두)’는 만두피를 기존 냉동 만두피 두께의 절반 수준(0.7mm)으로 줄이면서 만두소와의 가장 맛있는 배합을 맞췄다. 국내 냉동 만두 시장의 트렌드를 ‘교자’에서 ‘얇은 피’로 완전히 바꿔 놓은 이 제품은 출시 7개월 만인 10월 누적 판매량 1000만 봉지를 돌파한 데 이어 출시 1년 만인 2020년 3월 기준 누적 2114만 봉지를 기록했다. 풀무원의 만두 시장점유율은 2018년 10%대로 4위에 머물러 있었지만 얄피만두 이후 점유율을 20.8%(2019년 9월 기준)까지 늘리며 2위로 올라섰다.
‘확찐자’의 필수품 된 냉동 HMR…절대 강자 CJ·신흥 강자 풀무원 ‘격돌’
둘째로 선보인 풀무원의 프리미엄 볶음밥 ‘황금밥알 200℃’는 전문점 방식대로 웍(wok)에 기름을 두르고 밥과 달걀 등 재료를 함께 볶아낸 제품이다. 고슬고슬한 식감을 위해 밥에 신선한 계란을 부어 함께 볶아 내는 ‘밥알 계란 코팅’ 기술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현재 ‘포크&스크램블’과 ‘새우&갈릭’ 2종을 판매 중인데, 2020년 누적 판매량 200만 봉지를 넘어섰다.

마지막으로 풀무원의 첫 냉동 피자 제품인 ‘노엣지·크러스트 피자’는 해외의 앞선 설비들을 도입해 기존 냉동 피자의 단점을 크게 개선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에어프라이어 트렌드에 맞춰 에어프라이어 조리에 최적화했다는 점에서도 호평 받고 있다. 그 결과 출시 두 달 만인 2020년 2월 이미 누적 판매 100만 판을 넘어섰고 예상을 뛰어넘는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다. 올해 목표 매출액도 15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풀무원의 HMR 차별화 전략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프레시&청키(Fresh & Chunky)’는 풀무원이 신선식품으로 출발한 회사인 만큼 HMR도 신선한 식재료 교유의 맛을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둘째, ‘외식의 내식화’로 맛집이나 전문점에 가야 맛볼 수 있었던 메뉴를 HMR 제품으로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매년 R&D 투자를 늘려 가며 품질 높은 HMR 제품들을 생산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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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8호(2020.05.23 ~ 2020.05.2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