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남 삼성자산운용 ETF팀장

[투자 고수의 레슨] “편리성과 투명성이 ETF의 장점”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나면 보통 ‘요즘 뭐하고 지내냐’고 묻잖아요. ‘어, 나 요즘 ETF쪽에서 일해’라고 대답하면 ‘ETF? 그게 뭔데?’라고 묻는 친구들이 지금도 적지 않아요. 알고 보면 ETF만큼 괜찮은 상품도 없는데 아직 모르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김두남 삼성자산운용 ETF 팀장은 업계에서 손꼽히는 ‘상장지수펀드(ETF) 고수’다. 전문가일 뿐만 아니라 ‘ETF 예찬론자’이기도 하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워낙 좋은 상품’이 바로 ETF다. 하지만 ‘품질’에 비해 일반인들에겐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상품이기도 하다.

ETF(Exchange Trade Fund)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주식시장에 상장된 인덱스 펀드’라고 할 수 있다. 보통 투자자가 펀드에 투자하려면, 즉 펀드를 매입하려면 은행이나 증권사를 직접 방문해 펀드 투자를 위한 별도의 계좌를 만들어야 한다.

이에 비해 ETF를 통한 펀드 투자의 경우 기존에 증권거래 계좌를 보유한 투자자라면 보통의 주식을 사는 것과 똑같이 매매할 수 있다. 일반 펀드는 거래소에서 주식처럼 사고팔 수 없지만 ETF는 펀드임에도 불구하고 거래소에서 주식과 마찬가지로 사고파는 것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소액으로 위험 줄이는 분산 투자 가능

김 팀장이 꼽는 ETF의 장점은 무엇보다 편리하고 투명하다는 것이다.

“ETF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만 갖춘 주식 투자자라면 누구나 수월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은행이나 증권사를 방문해야 하는 펀드보다 훨씬 편하죠.

그리고 매일매일 운용 내역이 공시를 통해 발표되기 때문에 매우 투명합니다. 바로바로 매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펀드보다 환금성도 뛰어납니다.”

ETF의 경우 단 한 주를 매입하더라도 해당 ETF와 연동된 지수에 속한 종목군 전체에 투자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가 있다. 소액으로 위험을 줄이는 분산 투자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예컨대 Kodex200 ETF라는 종목을 한 주에 2만2000원에 매입했다면 코스피200 지수에 투자한 수익률과 같은 투자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뜻이다.

ETF의 장점은 또 있다. 낮은 수수료다. 일반 주식형 펀드의 수수료는 보통 2.5% 전후이며 3% 이상인 펀드도 적지 않다. 하지만 ETF의 경우 적게는 0.2~0.5% 수준으로 매우 저렴한 편이다.

‘ETF 전도사’답게 김 팀장이 직접 개발해 내놓은 상품도 적지 않다. 지난해 9월 국내 시장에 처음 선보인 인버스 ETF와 올 2월 나온 레버리지 ETF가 모두 김 팀장의 ‘작품’이다.

변화하는 투자 트렌드에 적합
[투자 고수의 레슨] “편리성과 투명성이 ETF의 장점”
인버스 ETF는 한마디로 시장과 거꾸로 가는 상품이다. 하루 동안 지수가 1% 하락했다면 ETF의 가격은 1%가 상승한다.

레버리지 ETF는 지렛대의 원리처럼 오를 때는 2배로 오르고 내릴 때는 2배로 내리는 ‘화끈한’ 상품이다. 지수가 1% 오르면 레버리지가 2배인 ETF의 경우 2%가 상승한다. 반대로 지수가 1% 하락하면 ETF는 2%가 떨어진다.

“목돈이 생겼을 때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면서 정확하게 알지도 못하는 코스닥 종목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보기보다 레버리지 ETF에 투자하는 게 현명한 전략입니다. 또 장기적으로는 오를 것으로 보지만 단기적으로 주가가 떨어질 것 같을 때 위험 회피 수단으로 인버스 ETF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하지만 이러한 인버스 ETF와 레버리지 ETF에 투자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명심해야 할 사항이 있다.

“이러한 수익률은 일별(日別)로만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등락이 반복되는 시장 상황 속에서는 누적 수익률이 어떻게 될지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흔히 인버스 상품은 장이 내려가면 무조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단기적으로 봤을 땐 가능할지 몰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그렇지 않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어야 합니다.”

투자자들이 주의해야 할 점이 있긴 하지만 김 팀장의 말을 종합하면 ETF는 괜찮은 ‘물건’이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아직 ETF가 보편화된 금융 상품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김 팀장은 ‘투자 패러다임’의 문제에서 원인을 찾았다.

“그동안 한국 증권사나 은행은 수수료 중심의 보상 체계로 운영돼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ETF가 시장의 관심을 끌기 어려웠지요. 하지만 앞으로는 수수료 중심의 보상 체계가 바뀔 것입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객의 수익과 자산 관리에 포커스를 두는 쪽으로 투자의 패러다임이 전환될 것이라는 말입니다. ETF는 변화하는 투자 트렌드에 가장 적합한 상품이라고 감히 저는 추천합니다.”


ETF의 종류


● 시장대표지수 ETF = 주식시장의 대표적인 지수를 추적하는 ETF다. 한국 시장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고 있는 삼성 Kodex200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코스피200 지수를 추적한다.

코스피200 지수는 코스피지수를 구성하는 종목들 중 대표주라고 할 수 있는 200종목을 추려내 구성한 것이기 때문에 코스피지수보다 대형주 중심의 지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상위 200종목이 차지하는 시가총액이 코스피지수의 전체 700여 개 종목 시가총액의 95%에 육박하기 때문에 코스피지수와 매우 유사한 수익률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 섹터지수 ETF = 자동차·반도체·정보기술(IT)·조선·은행·증권 등 특정 업종에 소속된 기업에 분산 투자함으로써 개별 종목 투자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설계된 상품이다.

동일 산업에 속한 기업들의 업황, 계절적 수요 등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섹터지수 ETF의 가격 변동성은 주식보다 낮지만 다른 ETF 상품보다 높다. 따라서 다소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평균 이상의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하다.

● 테마 ETF = 투자자들의 요구에 부응해 맞춤형으로 개발된 ETF를 말한다. 2008년 출시된 삼성그룹 ETF의 대상지수인 삼성그룹지수는 특정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한 지수로 삼성그룹 기업 중 시가총액이 큰 종목을 편입한다.

이와 유사한 상품으로 현대차그룹주 등 그룹주에 투자하는 Giant 현대차그룹 ETF가 있다. Kstart 국고채 ETF 등 국내 주식뿐만 아니라 국내 채권에도 투자하는 ETF도 있다.

채권 ETF의 경우 금리 변동에 따른 이익에 채권 이자소득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지수와 반대로 움직이는 인버스 ETF와 두 배의 수익률을 추구하는 레버리지 ETF도 여기에 속한다.

● 해외 ETF = 해외의 주가지수를 추적하는 ETF로 현재 상장돼 있는 대표적인 해외 지수로는 Kodex차이나H·Kodex브라질·Kodex재팬·Tiger브릭스 등이 있다. 저렴하고 손쉽게 해외 펀드를 매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투자자들이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ETF는 특히 국내시장이 침체됐을 때도 대안 상품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한 차원 높은 분산 투자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약력 : 1971년생. 96년 고려대 일어일문학과 졸업. 2003년 KAIST 금융공학 석사. 미 CFA(재무분석사) 자격증 취득. 97~98년 LG투자증권, 98~99년 한화투자신탁운용, 2000~2001년 조흥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팀. 2004년 삼성자산운용 ETF팀장(현).

김재창 기자 cha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