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간 저성장 기조 보였으나 월드컵 계기로 전환 국면 시도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브라질 경제 진단과 국채 투자 매력 분석
최다 우승국(총 5회)인 브라질에서 월드컵이 개최되는 만큼 세계경제와 국제금융 시장에서 브라질 경제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특히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로 투자한 만큼 월드컵 이후 브라질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느냐 아니면 ‘애프터 쇼크’로 침체되느냐 여부가 주목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 면적·인구·국내총생산(GDP) 면에서 남미 대륙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브라질은 석유·철광석 등 각종 광물자원과 커피·대두·원당 등 농산자원이 풍부한 자원 부국이다. 브라질은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국가 중 하나로 2000년대를 전후해 방대한 인구와 자원을 배경으로 빠른 경제성장을 거듭해 왔다.

실제로 브라질은 ▷국가 신용 등급 강등 ▷정정 불안 ▷살인적인 물가 등 암울한 경제지표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은 역설적으로 큰 폭의 상승 곡선을 그려 왔다. 이에 대해 ‘월드컵 특수’ 기대감이라는 분석과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허구의 ‘매트릭스 경제’란 상반된 분석이 나오고 있어 월드컵 이후 향방이 특별히 관심을 끄는 이유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브라질 경제의 매트릭스가 종말의 전조를 보이고 있다며 올해 10월 재선을 노리고 있는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분석했다. 월드컵과 올림픽 개최로 재정지출 및 인프라 투자가 집중될 전망으로 단기적인 경기 부양 효과가 기대되지만 양대 행사 직후 투자 공백 및 재정지출 부담 후유증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브라질 경제가 이번 월드컵과 2016년 올림픽 개최에 따른 경기 부양 효과로 향후 경제성장률이 4.0% 이상의 높은 성장세가 기대된다는 긍정적 분석이 지배적이다. 2009~2016년 동안 경제적 파급효과는 11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올림픽 이후에도 135억 달러의 경제 효과가 기대된다.


허구의 ‘매트릭스 경제’란 비판 종결될까
특히 글로벌 컨설팅사인 언스트앤드영은 이번 월드컵 개최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약 520억 달러로 매우 클 것이라고 추정했다. 올해 월드컵과 2016년 올림픽 등 국제적인 행사 개최로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 힘입어 자동차·소비재·건설·정보기술(IT)·에너지 산업이 유망할 것으로 전망된다.

골드만삭스가 최근 발표한 ‘월드컵과 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월드컵 이후 우승국의 주식시장은 단기적으로라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첫 한 달 동안 우승국의 주식시장은 글로벌 주식시장보다 수익률이 3.5% 정도 웃돌았는데 이 초과 수익률은 3개월이 지나면 대부분이 사라졌다.

1974년 이후 월드컵 우승국들의 주식시장은 한 차례를 제외하고 글로벌 주식시장 수익률을 웃도는 모습을 보였다. 월드컵 이후 증시가 하락했던 2002년은 당시 경기 침체와 통화 위기 등 거시적인 측면의 위기가 우승국으로서의 초과 수익률을 누리지 못하게 한 특수한 사례다.

브라질은 1994년 월드컵에서 승리한 후 국내 주식시장이 한 달 이내에 모건스탠리 세계지수(MSCI world index)보다 21% 웃돌았다. 이번에도 브라질이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면 주식시장이 호황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브라질 경제 진단과 국채 투자 매력 분석
월드컵 개최 이후 더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브라질 경제는 3년 연속 저성장 기조가 지속됐지만 지난해 2분기부터 경기가 회복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11년 이후 낮은 실업률과 실질임금 상승 등으로 민간 소비가 경제를 견인하고 있지만 산업 경쟁력 하락, 국내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3년 연속 3% 이하의 저성장을 지속해 왔다.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던 소비자물가는 지난 몇 년간 중앙은행의 관리 목표 상한선(4.5%+2%) 내외에서 움직이고 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되자 지난해 4월부터 긴축 통화정책으로 선회한 후 약 1년간 9차례 375bp(1bp=0.01% 포인트) 인상해 4월 기준 금리는 11.0%다.


브라질 석유·천연가스 개발에 외국인 투자 몰려
브라질의 경상수지 적자 폭은 상품 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소득 수지가 대규모 적자를 기록, 2008년 6년 만에 적자로 반전된 이후 적자 규모가 커지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외국인 직접 투자(FDI) 유입액으로 충당할 수 있는 상황이고 외와보유액은 세계 6위로 외부 충격에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경제포럼(WEF) 글로벌 경쟁력지수(Global Competitiveness index)를 보면 브라질은 기술 수준에서 브릭스 국가 중 가장 높은 46위를 기록해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금융 산업 평가 부문에서는 금융 상품의 다양성, 양호한 은행 건전성, 증권거래소 규제 등을 반영해 50위를 기록했다.

유엔이 발표한 2013년 세계 투자 동향에 따르면 투자 매력도 세계 10위 안에 포함돼 있다. 브라질 시장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이 투자하는 산업은 석유·천연가스 개발(14.5%), 2위는 자동차 판매를 제외한 상업(12.6%), 3위는 금융 서비스업(6%), 4위는 운송(4.3%), 5위는 부동산 중개업(4.1%), 6위는 보험(3.9%), 7위는 자동차 산업(3.8%)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따르면 브라질 월드컵은 계약에 따라 204개국 250개 채널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월드컵이 종전의 어떤 국제 체육 행사보다 전 세계인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한 각국 기업들이 자사의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경쟁이 치열하다.

그런 만큼 브라질 월드컵이 한국에도 얼마나 경제적 효과를 가져다줄 것인지가 국내 기업을 중심으로 초미의 관심사다. 이번 월드컵 경기는 대부분이 시차 문제로 새벽에 거행되고 세월호 참사 등으로 음식료 판매 등 소비 진작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 팀이 경기를 치르면 치를수록 뒤늦게 소비 심리를 자극하면서 16강에 진출한다면 내수 활성화에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월드컵에 따른 소비 진작 효과는 지난 5월 이후 가전제품 판매가 호조를 보이는 등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브라질 월드컵 참가에 따른 국가 브랜드 홍보 효과 등 간접적인 효과도 매우 클 것으로 기대된다.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 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