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들의 장기 저금리 약속, 신흥국에 우호적 분위기 조성

<YONHAP PHOTO-1792> Mario Draghi, President of the European Central Bank (ECB) , addresses the media during his monthly news conference in Frankfurt, March 7, 2013. Draghi announced that the ECB leaves the interest rates unchanged. REUTERS/Kai Pfaffenbach (GERMANY - Tags: BUSINESS)/2013-03-07 23:4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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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o Draghi, President of the European Central Bank (ECB) , addresses the media during his monthly news conference in Frankfurt, March 7, 2013. Draghi announced that the ECB leaves the interest rates unchanged. REUTERS/Kai Pfaffenbach (GERMANY - Tags: BUSINESS)/2013-03-07 23:49:32/
유럽중앙은행(ECB)이 예고대로 기준 금리를 인하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기준 금리를 0.15%로 0.10% 포인트 인하하면서 현재 수준에서 상당 기간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함께 발표된 정책 패키지의 내용과 강도는 시장의 기대를 소폭 웃돈 것으로 평가된다.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드라기 총재는 “향후 필요하다면 추가적인 통화 완화 정책을 시행할 것이고 저물가가 지속되면 비전통적 정책 수단을 도입하기로 만장일치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ECB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 전망치를 2014년 0.7%, 2015년 1.1%, 2016년 1.4%로 하향 조정했다. 금융시장은 궁극적으로 미국식 양적 완화(QE)가 단행될 때까지 추가적으로 기대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ECB는 예치금에 대한 마이너스 예금 금리 적용과 함께 즉각적인 유동성 및 신용 공급 정책을 동시에 도입함으로써 효과를 극대화했다. 금융회사들이 단기 여유 자금을 하루짜리 만기로 ECB에 예치하는 초단기 수신(deposit facility) 금리를 0%에서 마이너스 0.10%로 0.10% 포인트 인하했다. 또한 마이너스 예금 금리는 은행들이 ECB에 맡긴 초단기 수신뿐만 아니라 필요한 지급준비금(지준) 이상을 예치하는 초과 지준(당좌 잔액-필요 지준)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은행들이 예금을 지급하기 위해 중앙은행에 예탁하는 금액이 지준이다. ?藍막?여유 자금을 ECB에 예치하는 유로존 은행들은 이자를 받기는커녕 0.1% 포인트의 보관료 혹은 세금을 물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한때 8000억 유로에 육박하던 초단기 수신이 현재 400억 유로로 감소하면서 시장에서는 작은 규모 때문에 이번 정책의 실질적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해 왔다. 이에 따라 ECB는 보완적이고 즉각적인 유동성 및 신용 공급 정책들을 함께 도입했다. 국채 매입 프로그램(SMP) 불태화(sterilization)와 장기 대출 프로그램(TLTRO)은 효과 면에서 양적 완화와 같다.

ECB는 2010년 5월 이후 SMP를 통해 남유럽 국채를 매입했다. 이와 함께 국채를 매입하면서 풀린 유동성은 인플레 차단을 위해 ECB가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전액 흡수해 왔다. 그러나 ECB는 이러한 불태화 정책을 중단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번 정책으로 SMP 잔액 1675억 유로만큼의 유동성이 즉시 풀리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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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보완 정책은 TLTRO의 도입이다. TLTRO는 비금융 민간 부문 대출(주택 대출 제외) 확대를 위한 특수목적의 장기 대출(LTRO)로 9월과 12월에 걸쳐 4년 만기(2018년 9월 만기), 4000억 유로 한도로 시행한다. 은행들은 4월 말 기준으로 해당 대출 잔액의 7%까지 기준 금리+0.10% 포인트의 고정 금리로 차입할 수 있다. ECB는 비금융 민간 대출을 기초 자산으로 한 자산담보부증권(ABS) 매입 준비도 함께 시사했다. 한마디로 유로존 내의 중소기업에 돈을 빌려주는 만큼 저리의 장기 자금을 고정 금리로 지원해 주겠다는 의미다.


‘완화 지속’…스탠스 바꾸는 중앙은행들
마이너스 예금 금리의 시행으로 특히 독일이나 북유럽 등 우량 국가들의 은행들은 초과 지준을 최소화하기 위해 밀려드는 예금의 금리를 낮추는 등 소극적 수신 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다. 북유럽과 서유럽 은행의 예금은 유동성이 부족한 남유럽 은행으로 흘러갈 것이다.

또 TLTRO를 통해 마진이 확보된 은행들은 대출을 늘릴 유인도 생겼다. 그러나 민간의 대출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에 중소기업 대출이 늘어나긴 하겠지만 그 속도는 상당히 느릴 것으로 판단된다. 중소기업 대출이 생산적 설비투자 등으로 나타나는지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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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에서 빠져나온 초과 유동성은 1차적으로 독일 등 우량 국가의 단기국채로 몰릴 것으로 판단된다. 무위험 국채인 2년 만기 독일 국채를 사면 아직도 이자를 0.07%나 받을 수 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 2년 금리는 0.07%에 불과한 독일 국채보다 약 0.4~0.5% 포인트의 이자를 더 받을 수 있다. ‘AAA’ 등급의 독일 국채는 ‘BBB’ 등급의 이탈리아나 스페인 국채와 분명히 차이가 있다. 그러나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는 실질적으로 ECB가 보증하는 것과 다름없다. 남유럽 국채를 사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10년 만기 스페인 국채 금리는 금융 위기 이전 수준보다 훨씬 낮아졌다. 버블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 스페인 국채 금리가 아직도 독일 국채 대비로는 1.25% 포인트나 금리가 높기 때문이다. 남유럽 국채 금리 수준보다 독일과의 금리 차이가 중요하다. 남유럽 국채 금리는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기조가 달라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앙은행들의 키워드는 양적 완화 축소, 기준 금리 인상, 유동성 흡수, 긴축 등이었다. 그러나 물가가 예상보다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수요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중앙은행들은 부양책을 조금 더 오래 끌고 가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히고 있다.

미 중앙은행(Fed)이 3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 금리를 올리더라도 천천히, 균형 수준보다 낮게 유지할 것이라며 먼저 포문을 열었다. 달러 약세로 유로와 엔, 파운드가 강해지자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도 자국 통화를 절하하기 위한 경쟁적 추가 통화 완화 혹은 긴축 지연에 나섰다.

ECB가 5월부터 추가 통화 완화를 강력하게 시사한 후 6월에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정책 패키지를 발표했고 영국중앙은행(BOE)은 부동산 버블 우려에도 불구하고 긴축을 최대한 미룰 태세다. 소비세 인상의 여파로 유일하게 물가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일본은 연·기금을 동원해 돈을 풀고 있다. 시장은 결국 일본중앙은행(BOJ)도 추가 통화 완화에 나설 것을 기대하면서 일본 주식의 반등을 이끌어 내는 중이다.

주요 중앙은행들이 경쟁적 통화 완화 내지 긴축 지연 정책을 펼치는 동안 신흥국 통화가치는 강세 압력이 강화되고 있다. 당국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도 달러당 1020원이 깨졌다. 자금 이탈 우려와 신용 위험이 크게 감소한 신흥국으로 자금이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신흥국 통화와 자산 가격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마침 신흥국 주가와 국채 가격은 2012년 이후 넘어서지 못하던 전고점을 뚫고 상승했다. 신흥국 통화 인덱스도 하락 추세선의 상향 돌파를 앞두고 있다. 신흥국 자산 가격은 새로운 모멘텀이 형성되고 있는 중이다.


선진국 vs 신흥국 자산 투자 ‘균형’ 필요
선진국과 신흥국, 국내 주식의 수익률 편차가 축소되고 있다. 과거처럼 압도적으로 선진국 자산의 수익률만 좋아지는 시대는 지났다. 그러나 경제지표의 개선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지 않은 신흥국이 주도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자본 차익이 목적인 주식과 달리 고금리 이자가 목적인 신흥국 국채 투자는 3분기 이후 일부 선행지표들이 돌아서는 것을 확인하고 진입해도 늦지 않다.

주식 자산군 내에서는 선진국과 신흥국, 국내 주식을 고르게 가져가는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가 바람직하다. 유럽을 중심으로 선진국은 펀더멘털이 좋고 신흥국은 12년 이후 전고점을 돌파하며 모멘텀이 발생했다. 저평가됐지만 기업 이익 전망이 하락하며 코스피 지수 2000 안착에 애를 태우고 있는 국내 주식도 하반기로 갈수록 소외 현상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 자산군 내에서는 하이일드와 초장기 채권이 여전히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낮아진 금리의 영향으로 리츠에 대한 기대도 유효하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단기적으로 장기금리의 하락이 혹시 경기 둔화 시그널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중앙은행들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장기 저금리의 확실한 약속’으로 받아들일 경우 중기적으로는 강한 주가 상승으로 연결될 것으로 판단된다.


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자산분석실장 djshin@hanaf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