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촉발한 글로벌 불안 심리…유가 급락하고 환율 요동

10월 중순 이후 완만한 반등을 이어 오던 코스피가 최근 조정 흐름을 보이며 연말 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고 있다. 이는 국제 유가 급락, 환율 변동성 확대에 대한 불안 심리가 지속된 가운데 예상하지 못했던 그리스의 정치적 리스크가 재부각된 영향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그리스 연립 정부는 구제금융 조기 졸업이 무산되자 2015년 2월로 예정돼 있던 대통령 선출을 2개월 앞당겨 12월 17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그리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해서는 12월 17일 예정된 1차 투표에서 300명으로 구성된 의원들의 3분의 2 이상(200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1차 투표에서 부결되면 12월 23일 2차 투표를 실시하게 되고 이마저 통과되지 않는다면 12월 29일 3차 최종 투표를 진행한다. 3차 투표에서도 대통령이 선출되지 않으면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이 이뤄지게 된다. 투자자들은 연립정부가 대통령을 선출해 정국이 안정될 것으로 예상하기보다 긴축 정책에 반대하는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집권해 다시 유로존 재정 위기가 재점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그리스 대선은 3차 대선까지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12월 말 대선 결과가 나오기까지 금융시장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의 맥] 무엇이 코스피의 발목을 붙잡는가
국제 유가 하락이 지속되고 있는 점도 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 국제유가(WTI)는 지난 6월 13일 106.91달러에서 현재 60.94달러로 43% 정도 급락한 상황이다. 국제 유가는 5년 내 최저치를 재차 경신한 것으로 50달러 선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2015년 원유 수요가 올해 평균 수요 2940만 배럴보다 낮은 하루 평균 2890만 배럴에 그치며 12년 만에 최저치를 경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유 수요 감소는 중국·일본·유럽 등 주요국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미국 셰일가스 개발 여파 등에 따른 것이다. 국제 유가의 추가적인 하락 우려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FOMC, 이번에 ‘상당 기간’ 문구 뺄까
이 밖에 연말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확대할 이벤트로는 12월 16~17일 열린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12월 회의다. 지난 10월 회의에서 ‘상당 기간(Considerable time)’이란 표현 유지 여부에 미국 중앙은행(Fed) 위원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Fed가 12월 FOMC에서 ‘상당 기간’ 문구를 수정할 가능성이 있다. 12월 FOMC는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 종료 이후 첫 회의이고 11월 미국 비농업고용이 예상보다 강한 개선세를 나타냈다는 점에서 Fed의 출구전략이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될 가능성이 있어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FOMC 성명서에서 ‘상당 기간’이란 문구가 수정된다면 Fed가 언제든지 기준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 이머징 시장에서 자금 유출 우려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최근 주식시장 상승을 위한 긍정적인 요인보다 부정적인 요인이 두드러지고 있어 연말 랠리에 대한 막연한 기대보다 단기 리스크 관리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정문희 NH농협증권 투자전략팀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