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시작 1년 4개월 만에 조합원 24배 늘어}
직업군인 ‘희망은행’이 된 국방신협
(사진)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 자리한 국방신협. /김기남 기자

[한경비즈니스=조현주 기자] 경남 지역의 모 부대에서 근무하는 A 중사는 가족의 사업 실패로 투자한 돈을 받지 못해 6500여 만원의 빚을 지고 있었다.

4개 대부 업체로부터 빌린 2800만원(이자율 연 34.9%)과 캐피털 회사 등 3개 금융회사 대출금 3700만원(연 15% 수준)의 이자를 갚는 데에만 매월 127여 만원이 나갔다. 원금 상환은 꿈도 꾸지 못했다. 손에 쥐는 월급이 250만원인 처지에서 미래가 암울했다.

실의에 빠졌던 A 중사는 최근 국방신용협동조합(이하 국방신협)으로부터 연 4.9%(상환 기간 5년)로 6500만원을 빌려 기존의 고금리 대출을 갚는 데 사용했다. 국방신협으로부터 대출을 받기 위해 100여 만원의 보증 보험료와 교통비, 3만원의 출자금이 들었을 뿐이다. 앞으로 5년간 매월 122만원의 원리금을 갚아 나가면 부채의 늪에서 해방될 수 있게 됐다.

국방신협은 신용 등급 5~6등급 이하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렵거나 채무를 갚지 못해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조합원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조합원에게는 신용 등급에 관계없이 연 4.9% 금리에 1억원까지 빌려준다. 개인 회생자나 신용 회복자, 급여 압류자 등에게도 연 5.6%에 7000만원까지 대출해 준다. 남은 근무 기간에 받을 수입을 감안해 금액을 결정한다.


◆군인을 위한 ‘착한 금융’ 역할

고금리 대출의 고통에서 벗어난 조합원들은 빚을 성실히 갚고 있다. 보증보험 증서를 받을 수 없는 채무 불이행자에게 빌려준 돈이 전체 대출금(3월 현재 기준) 530억원의 5% 수준이고 이들의 연체율은 2.4%에 불과하다. 조합원들의 직업 안정성이 높은 데다 일대일 심층 면담을 통해 본인의 변제 의지와 능력을 검토하고 빌려줬기 때문이다.

대출 상담을 받기 전에 퇴직 예정일과 대출 희망 금액, 대출 목적, 채무 현황, 채무 원인, 변제 의지 및 상환 계획 등을 제출해야 한다.

국방신협 관계자는 “금융 사기나 주식 투자 실패, 과소비 등으로 자금난에 처해 사채까지 빌리는 직업군인들이 적지 않다”며 “저금리 대출로 이들을 구제하면서 군의 전투력 손실도 예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희망자 100명 중 3~4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대출을 받는다.

2014년 11월 영업을 시작한 국방신협의 성장세는 놀랍다. 자산(수신)은 2014년 11월 19일 창립 당시 5억3500만원에서 4월 12일 현재 800억원으로 급증했다. 조합원도 237명에서 5600명으로 늘어났다.

대출금 상환 방식도 건실하다. 원리금 균등 상환이 전체 대출금의 70%인 359억원에 이른다. 다른 금융회사의 원리금 균등 상환 비율은 통상 15%가 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국방신협 관계자는 “연말 자산 1000억원을 목표로 삼았는데 이보다 훨씬 빨리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예상보다 많은 돈이 들어오고 있어 예금(1년) 금리를 최근 연 2.9%에서 2.5%로 0.4% 포인트 낮췄다”고 말했다. 그는 “대출 희망자에게 반성과 변화가 없다면 실패는 거듭될 것이라고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