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트 아이디어]
금리는 ‘시간의 가치’…고령화로 하락 불가피
금리는 ‘시간의 가치’…고령화로 하락 불가피
[한경비즈니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 시간의 값어치는 얼마일까.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고려하면 상황에 따라 1초의 가격은 매우 달라질 수 있다.

생명이 위급한 상황의 1초는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하지만 직장에서의 1초는 조금이라도 일찍 사라지길 바라는 대상이다.

인간 사회가 고령화될수록 1초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인간의 3대 거짓말 중 하나로 꼽히는 ‘늙으면 죽어야지’에서 나타나는 삶에 대한 집착을 감안해도 100초의 시간이 주어진 사람과 1000초의 시간이 주어진 사람에게 1초의 가치는 다를 수밖에 없다.

시간의 가치를 측정할 수는 없을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가능하다. 사람의 삶이 돈으로 환산되는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시간의 가치는 곧 ‘금리’다. 돈과 자본은 주말에도 일한다는 말이 있다. 공휴일에도 은행 예금에 이자가 붙기 때문이다. 노동자는 주 5일 하루 10시간의 노동을 판매하지만 자본가는 주 7일, 24시간 동안 자본을 굴려 수익을 올리는 형국이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주인공 대사 중 하나였던 “은행 예금 금리가 15%밖에…”는 현재의 저금리 상황과 대조돼 해학적으로 비쳐져 많이 회자됐다. 앞으로 15% 예금 금리 사회가 다시 올 수 있을까. 힘들다. 기대할 수 있는 최고치는 5% 내외일 듯하다. 고령화 때문이다.

한국 핵심 노동인구의 평균연령은 2000년 37.9세에서 현재 40.2세로 높아졌다. 향후 15년간 현 수준에서 유지될 전망이다. 1980년 이후 평균연령과 한국 실질금리 간 상관계수는 마이너스 0.9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실질금리가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연령에 해당하는 실질금리는 0~2%로, 적정 물가 상승률 1~3%를 감안할 때 기대할 수 있는 적정 명목 금리는 1~5% 정도다. 중간값인 3%가 합리적인 명목 금리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간은 ‘금리’다. 고령화는 시간 가치(금리)를 떨어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