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학연금 투자한 ‘미 부동산 펀드’ 주목…‘유럽 대출 투자’ 시장도 눈여겨볼 타이밍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국내 ‘큰손’들의 해외 부동산 사랑이 지속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해외 부동산·임대업에 송금한 투자액은 60억9000만 달러(약 6조8000억원)에 이른다. 역대 최대치다. 2011년 10억3000만 달러와 비교하면 5년 새 그 규모가 6배나 늘어난 셈이다.

해외 부동산 시장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주목받고 있는 곳이 있다. 세계 최대 부동산 전문 자산 운용사 중 하나인 라살자산운용이다. 박준범 라살자산운용 한국지사 대표를 만나 ‘해외 부동산 투자의 트렌드와 전망’에 대해 짚어봤다.
박준범 라살자산운용 한국지사 대표 “글로벌 부동산 호황? 끝나려면 멀었다"
(약력) 박준범 대표는 코넬대에서 부동산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모건스탠리·리먼브러더스 등에서 부동산 분야 경력을 쌓아 왔다. 국내외 부동산 투자 및 자금 유치와 관련해 15년 이상의 경력을 보유한 전문가다. /사진=서범세 기자

◆사학연금 5000만 달러 투자 유치

박 대표는 “5년 전과 비교하면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해외 부동산 시장에 대한 관심과 전문성이 매우 크게 높아지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물류창고·오피스·호텔·임대주택·리테일 등 투자 대상도 점차 다양화되고 있는 추세다.

그중에서도 해외 부동산 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곳이 국내 연기금들이다. 특히 라살자산운용은 최근 사학연금공단의 밸류애드(Value-add) 펀드의 위탁 운용사로 선정되며 주목받기도 했다. 투자 규모만 5000만 달러(약 600억원)에 달한다.

“사학연금은 공모 방식을 통해 해외 부동산 투자를 위탁 운용할 자산운용사를 선정했어요. 아마도 우리뿐만 아니라 굉장히 많은 자산운용사들이 지원했을 겁니다. 그런데 부동산 펀드는 대부분 운용 전략이 비슷해요. 그 가운데서도 라살자산운용이 선정될 수 있었던 강점은 단연 부동산 투자에 특화된 전문성과 글로벌 네트워크의 강점을 높이 평가받은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학연금이 투자를 결정한 ‘라살 인컴그로스 Ⅶ’는 라살자산운용에서 1996년 첫 출시한 후 미국 밸류애드 부동산 펀드 시리즈 중 일곱째 설정 펀드다. 그만큼 오랜 시간 동안을 동일한 전문가들이 동일한 규칙과 운용 전략을 적용해 꾸준히 수익률을 유지해 왔다는 얘기다.

“이번에 사학연금이 투자한 펀드는 블라인드 펀드 방식이에요. 투자 대상을 정해 두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금을 먼저 받아두는 겁니다. 괜찮은 투자 대상이 나타나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에요. 또 그만큼 운용 인력의 전문성도 중요합니다. 라살자산운용은 전 세계에 포진한 700명의 부동산 전문 인력이 해외 부동산 정보를 분석하고 투자 대상을 물색해 줘요. 국내에 우리보다 해외 부동산 시장에 더 전문성을 가진 운용사는 없다고 자신합니다.”

특히 ‘라살 인컴그로스 Ⅶ’는 밸류애드 펀드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글로벌 부동산 투자는 위험수준에 따라 코어(위험성 가장 낮음)·코어플러스·밸류애드·오퍼튜닉스(위험성 가장 높음)로 나뉜다.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의 포트폴리오는 대부분이 ‘코어 오피스’로 꽉 차 있어요. 미국의 샌프란시스코나 뉴욕, 유럽의 파리와 같은 대도시 오피스의 투자수익률이 대체로 3%대 정도거든요. 이번에 사학연금이 투자한 ‘밸류애드’는 말하자면 임대가 꽉 차 있는 빌딩이 아니라 ‘비어 있는 빌딩’에 투자하는 겁니다. 앞으로 임대를 채워야 한다는 점에서는 리스크가 있죠. 하지만 10~15% 정도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유럽 부동산도 ‘기회’

지난 10여 년간 글로벌 부동산 시장은 장기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이슈가 불거지며 글로벌 부동산 시장, 특히 미국 부동산 시장의 다운사이클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져 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부동산 경기 사이클을 보면 대략 10년에 한 번 하락과 상승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런 점에서 보면 글로벌 부동산 경기도 호황이 오래 지속되고 있어 투자자들 역시 ‘언제 상승기가 꺾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다는 건 다시 말해 미국의 경기가 활황이라는 얘기이고 결국 기업들이 많은 수익을 내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기업들이 많이 몰리는 중심 지역이라면 오피스나 부동산 시장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요. 시장에서는 적어도 2~3년 내에는 부동산 시장의 다운사이클이 오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하지만 박 대표가 미국 부동산 시장만큼이나 유망하게 보는 부동산 시장이 또 있다. 다름 아닌 ‘유럽의 부동산 대출 투자’다. 부동산 투자를 하려는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준 뒤 이자를 수익으로 받는 것이다. 투자자로서는 유동성을 확보하면서 글로벌 부동산 호황기에 올라탈 수 있다. 라살자산운용은 2010년 이후 지금까지 약 18억 달러(약 2조6000억원), 총 46건의 부동산 대출 투자를 집행한 바 있다.

유럽은 우려했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영향력이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는 데다 프랑스를 비롯한 주요 국가들에서도 정치적 불확실성이 줄어들며 부동산 시장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다시 힘을 얻고 있는 분위기다.

그중에서도 특히 ‘대출 투자’에 주목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유럽 내 상업용 부동산 대출 시장 규모는 약 2조 달러 이상으로 미국과 유사한 수준으로 파악된다. 다양한 부동산 대출 경로가 열려 있는 미국과 달리 유럽 시장에선 전통적으로 부동산 대출은 은행이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해 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유럽의 은행들은 이와 같은 부동산 대출을 점차 줄여 나가고 있는 추세다. 그만큼 부동산 대출이 필요한 수요자들로서는 비은행권 대출 기관의 필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대출 투자’에 대한 개념 자체가 낯선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지금의 유럽 부동산 대출 시장은 비은행권에는 그야말로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유럽 부동산 대출 펀드는 수익률도 9~11% 정도에요. 현재 국내 7~8개 기관들과 투자 진행을 논의 중입니다.”

그는 지금도 증권사나 보험사 등 플레이어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앞으로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부동산 시장에 대한 관심이 더욱 뜨거워질 것이라고 말한다. 국내 시장만으로는 투자 대상이 한정돼 있기도 하지만 그만큼 높은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대체 투자의 비율이 커져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