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투자 따라잡기⑦]
ETF 백화점 '블랙록·뱅가드'…인버스·레버리지 전문 '디렉시온'도 주목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블랙록·뱅가드·스테이트스트리트글로벌어드바이저.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이름이지만 해외투자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면 한번은 꼭 들어봤을 법한 이름들이다. 현재 전 세계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점유율 1·2·3위 업체로, 해외 증시에 투자할 수 있는 유망 ETF 상품들을 소개할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이름이기 때문이다.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내 돈’을 굴려줄 회사가 어떤 곳인지 알고 넘어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 전 세계 ETF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자산 운용사들을 알아본다.
‘ETF 큰손’ 글로벌 자산 운용사 대해부
◆ ETF 마스터 ‘블랙록’
‘ETF 큰손’ 글로벌 자산 운용사 대해부
전 세계 시장의 돈을 움직이는 글로벌 금융 기업들의 이름을 대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회사의 이름은 씨티그룹이나 JP모간·뱅크오브아메리카 정도일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전 세계의 돈을 움직이는 금융회사는 이들이 아닌 ‘블랙록’이란 조금은 낯선 이름의 회사다. 현재 운용하고 있는 자금만 5조4000억 달러(ETF·뮤추얼펀드 등 모두 포함)에 달하는 전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다.

블랙록을 얘기하며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공동 창업자인 래리 핑크 회장이다. 뉴욕의 대형 투자은행인 퍼스트보스턴에 입사해 채권 부문에서 승승장구하며 두각을 나타내던 그는 1986년 이자율의 방향을 잘못 예측하며 한순간에 회사에 100만 달러 정도의 손실을 입힌다.

이로 인해 퇴사를 결정한 뒤 세계 최대 사모펀드 회사인 블랙스톤으로 자리를 옮긴다. 래리 핑크 회장은 1998년 친한 지인 7명과 함께 블랙스톤의 자회사 형태로 자산 운용 부문을 공동 창업했는데, 그것이 바로 ‘블랙록’의 시작이다.

이후 1995년 모회사와의 갈등으로 블랙스톤으로부터 독립한다. 핑크 회장은 과거 단 한 번의 실수로 거금을 잃었던 투자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철저한 위험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무엇보다 중점을 뒀다. 많이 얻는 것보다 ‘적게 잃는 데’ 중점을 둔 자산 운용 원칙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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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록은 수차례의 인수·합병(M&A)을 통해 규모를 키워 왔는데, 그중 2009년 영국계 상업은행인 바클레이즈 산하의 자산 운용사인 바클레이즈글로벌인베스터스(BGI)를 인수하며 전 세계 ETF 시장의 ‘절대 강자’가 될 수 있었다.

현재 블랙록 ETF의 대표 브랜드인 ‘아이셰어’ 역시 BGI가 운용하던 ETF 브랜드였다. 현재 블랙록은 800개가 넘는 ‘아이셰어 ETF’ 상품을 판매 중이며 운용하는 자금만 해도 1조 달러가 넘는다. 전 세계 ETF 시장의 약 40%에 달하는 시장점유율이다.

그야말로 ‘ETF 만물상’이라고 할 만큼 투자자들이 원하는 거의 모든 형태의 ETF가 존재한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정도다. 수수료는 상품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비교적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도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이다.

◆ 인덱스펀드의 창시자 ‘뱅가드’
‘ETF 큰손’ 글로벌 자산 운용사 대해부
ETF는 말하자면 ‘인덱스펀드’를 증시에 상장해 주식처럼 거래하기 편하게 만든 상품이다. 블랙록 다음으로 ETF 자금 운용 규모가 큰 ‘뱅가드’는 바로 이 인덱스펀드를 처음으로 세상에 내놓은 자산 운용사다. 이 회사의 존 보글 회장은 ‘인덱스펀드의 창시자’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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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뱅가드를 설립하고 1976년 8월 인덱스펀드를 선보였다. 미국 뉴욕 증시 대표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를 추종하는 이 펀드는 지금도 ‘뱅가드500인덱스펀드’라는 이름으로 운용될 만큼 상징성이 크다. 올 1월을 기준으로 뱅가드의 운용 자산은 총 4조480억 달러를 기록하며 블랙록에 이어 자산 운용업계 2위 자리를 굳혔다.

적극적인 투자 전략을 구상하는 액티브 펀드와 달리 인덱스펀드는 대체로 시장 평균 정도의 수익률을 추구하며 안정적이고 저렴한 수수료가 장점이다. 역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인덱스펀드’를 중심으로 성장해 온 뱅가드의 ETF 브랜드인 ‘뱅가드’ 또한 업계 최저 수준에 가까운 저렴한 수수료와 안정적인 수익률이 장점이다. 현재 ETF 시장에서 확고한 업계 규모로, 6838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며 전체 시장의 2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 세계 최초의 ETF 출시 ‘SS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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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월 미국 월스트리트의 ‘황소상’ 앞자리를 차지한 ‘겁 없는 소녀’상이 화제였다. 마치 ‘덤벼보라’는 듯 월스트리트의 상징물인 황소를 향해 한껏 가슴을 펴고 있는 이 소녀상의 제작비를 전액 지원한 곳은 다름 아닌 스테이트스트리트글로벌어드바이저스(SSGA)다.

미국의 글로벌 은행 기업인 스테이트스트리트그룹의 계열사로 1978년 설립된 글로벌 자산 운용사다. 블랙록·뱅가드와 함께 세계 3대 자산 운용사로 꼽힌다. 전 세계에 2조4500억 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뱅가드가 인덱스펀드의 창시자라면 SSGA는 ‘ETF의 창시자’다. 1993년 세계 최초의 ETF라고 할 수 있는 ‘SPDR S&P500’을 출시했다. 대표 ETF 브랜드는 SPDR로 현재 5467억 달러의 자금을 운용하며 전체 ETF 시장에서 20% 정도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SSGA의 SPDR은 ETF 시장에서 ‘원조의 명성’을 유지하며 줄곧 업계 점유율 2위를 유지했지만 올 들어 인기가 주춤하며 뱅가드에 이어 ETF업계 3위로 밀려났다. 여러 이유가 언급되고 있지만 그중 ‘수수료 차이’가 결정적이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SSGA의 ETF 수수료율은 평균 9bp(bp=0.01%포인트)인데 뱅가드와 블랙록은 이보다 싼 4bp다.

◆ 레버리지 전문 ETF ‘디렉시온’
‘ETF 큰손’ 글로벌 자산 운용사 대해부
‘걱정이 많은 사람들을 환영합니다(Worriers Welcome).’ 미국의 자산 운용사인 디렉시온의 홈페이지에 적혀 있는 문구가 도발적이다. ‘저성장, 기술주 부진, 인플레이션, 변동성,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을 걱정하고 있다면 디렉시온은 리스크 헤지 매력이 높은 인버스와 레버리지 ETF 상품을 제공하고 있습니다’는 부가 설명이 붙어 있다. 이 회사의 정체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디렉시온은 ‘레버리지 ETF’와 ‘인버스 ETF’만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자산 운용사다. 1997년 설립됐고 2017년 3월을 기준으로 약 125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그중 ETF 운용 자산 규모가 110억 달러 수준이다. ETF 자산 운용사 중에서는 세계 15위(시장점유율 0.4%) 정도로 규모는 크지 않다. 하지만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으며 ETF 자산 운용사들 중에서도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