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읽는 부동산]
비대위가 조합원에게 보내는 ‘문자 폭탄’에 관한 판시
재건축 비대위의 '문자 폭탄', 업무 방해일까
(사진) 윤성회 법무법인 센트로 변호사

[윤성회 법무법인 센트로 변호사] “조합원은 나쁜 동 저층 배치하고 일반 분양은 로열 동 로열 층 웬 말이냐.” “사업비 수백억원 눈속임 항목 발견.” “조합원님의 재산을 빼돌리기 위해 사업비가 부풀려지고 감춰졌습니다.” “O월 O일자 총회 참석을 거부하셔야 합니다. 사업비를 줄여 반드시 분양가를 낮출 수 있습니다.”

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 소위 비상대책위원회(조합에 대항해 조합의 정비 사업 추진, 조합 운영 등에 관해 감시 내지는 비판적인 견해를 표출하는 집단을 통칭한다, 이하 비대위)가 조합원들에게 종종 발송하는 문자 내용이다.
재건축 비대위의 '문자 폭탄', 업무 방해일까
(사진)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공사 중인 재건축 아파트 단지.(/연합뉴스)

◆여론 형성 위해 활발한 의견 교환해야

이를 받아 본 조합 집행부 중 그 누구도 기분 좋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일단 문자 내용이 사실인지에 관해 조합 사무실에 전화가 빗발칠 것이고 그에 따라 며칠간 업무가 마비될 수 있다.

더욱이 범죄자로 몰고 가는 형국이 기분 좋을 리 만무하다. 처음 몇 번은 참을 수 있다. 하지만 반복되면 누구나 참는 데 한계가 있다. 조합은 비대위의 잦은 문자 발송으로 조합 업무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으므로 그 행위를 금지해 달라고 법원에 업무 방해 금지 가처분을 신청하곤 한다. 경우에 따라 형사 고소까지 하기도 한다.

그러면 위와 같은 비대위 활동 중 어디까지를 조합의 업무를 방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어디까지를 정당한 권리 행사로 볼 수 있을까.

비대위가 ‘허위 사실 유포를 통해 조합의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는 취지의 내용으로 업무 방해 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실제 사건에서 조합은 법원에 다음의 행위들을 금지해 달라고 했다.

‘채권자(조합)의 조합원들에게 다음 각 호의 내용을 포함한 서면, 문자 메시지, 전자우편 등을 발송하거나 유·무선 전화, 방문 면접을 통해 전달하는 행위,

가. 채권자 및 채권자의 임원들이 분양에 있어서 조합원들을 일반 분양 신청자들에게 비해 불리하게 처우하고 있다는 내용, 나. 채권자 및 채권자의 임원들이 사업비를 부풀렸다는 내용,

다. 총회를 거부하라는 내용’ 등이다. 물론 특정 조합이 부각될 우려가 있어 구체적인 취지 내용을 전부 담지는 않았다.

일단 위 사건에 대해서만 살펴보면, 조합이 위와 같은 신청을 하게 된 이유는 비대위가 ‘허위 사실을 유포’하면서 조합 업무를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만일 그 내용을 ‘허위 사실’로 볼 수 없고 단순히 ‘미래에 대한 추측성 주장’이나 ‘의견 개진’에 불과하다면 해당 신청은 이유가 없게 된다.

그래서인지 해당 재판부는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재개발 사업은 조합원 전체의 중대한 이해관계가 걸린 사업으로 공공적 성격을 가지고 있고 주요한 사업 추진 방식이나 내용의 결정, 임원의 선출 및 해임 여부가 조합원들의 의사에 달려 있다.

조합원들이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심사숙고해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정당한 여론 형성 활동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조합의 사업 추진 방식이나 내용에 대해 찬성하는 의견과 반대하는 의견이 자유롭게 조합원들에게 전달될 수 있어야 한다.

(중략) 구체적인 금액 등 일부 세부적인 내용에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이 채권자(조합)의 사업 추진과 관련해 비판적인 의견을 표명하거나 반대 의견을 주장하는 내용에 불과할 뿐 허위 사실을 적시해 정당한 권리 행사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중략) 이에 따라 이 사건 신청은 피보전권리 및 보전의 필요성이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명백히 허위 사실을 적시하는 등 정당한 권리 행사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이지 않으므로 ‘허위 사실 유포’에 의한 업무 방해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합에 대한 정당한 업무 비판은 ‘당연’

위 사건에서는 조합 집행부가 특정 협력 업체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가 포착돼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이 크게 부각돼서인지 허위 사실을 적시해 정당한 권리 행사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이지 않으므로 ‘허위 사실 유포’에 의한 업무 방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물론 허위 사실에 해당하며 정당한 권리 행사의 범위를 벗어난 정도라면 이에 관해 달리 판단됐을 수도 있다.

그 예로 조합장이 ‘조합원 자격이 없다’거나 ‘재건축 사업이 전혀 진행된 바 없다’는 내용 등으로 비대위에서 조합원들에게 문자를 발송한 사안과 관련해 ‘허위 사실 적시’로 ‘정당한 여론 형성 활동의 범주를 벗어났다’고 해 업무 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이 일부 인용된 적도 있다.

다만 “별지3 기각 목록 기재 행위는 미래의 상황에 대한 추측으로서 허위인지 단정하기 어렵고 채무자들이 이 사건 재건축 사업 추진 여부에 관한 여론 형성에 관여하기 위해 이 사건 재건축 사업의 비경제성에 관한 개인적인 의견을 표명한 것에 불과하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 부분 신청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고 했다.

즉 채권자의 신청 취지 중에서 일부 미래 상황에 대한 추측성 주장 또는 의견 표명에 불과한 부분은 인용되지 않았다.

이 밖에 다양한 형태의 업무 방해 또는 권리 행사 방식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모든 사안에서 위 각 결정들이 적용되지는 않는다.

다만, 조합의 사업 진행 방식이나 운영 등에 관해 어디까지나 정당한 업무 비판은 가능한 것이고 용인돼야 한다는 점에서 위 각 결정들이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