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유통에 블록체인 도입 연구중인 IBM과 월마트
'살충제 달걀', 비트코인으로 막을 수 있다
(사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직원들이 8월 15일 경기 화성의 산란계 농장에서 달걀을 수거하고 있다/연합뉴스


[오태민 크립토 비트코인 연구소장, '비트코인은 강했다' 저자] 돼지 한 마리에서는 족발이 몇 개나 나올까? 답은 네 개지만 중국에서라면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멜라민으로 만든 분유, 트럭 배기가스로 발효한 보이차, 쥐고기로 만든 양꼬치, 동물성 폐유가 둔갑한 튀김용 기름, 국제공항 면세점에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가짜 양주와 가짜 녹차, ‘페이크 푸드(fake food)’를 생산하여 전세계로 수출하는 중국에서라면 다른 동물이나 병들어 죽은 돼지의 다리가 족발로 판매되지 말란 법이 없다. 그렇게 되면 어느 시점에서 유통되는 족발의 총수와 도살된 돼지 머릿수의 산술이 어긋나기 마련이다.

셀 수 있는 족발이 이럴 수 있다면 값나가는 부위는 도살된 돼지에 비해서 몇 갑절 늘어날 수도 있다. 300kg짜리 돼지에서 삽겹살만 300kg이 넘게 나올 수도 있다. 유전공학이 아니라 페이크 공학으로 말이다. 글로벌 식품감시 네트워크 인스카테크(Inscatech)에 따르면 이 같은 ‘페이크 푸드’로 인한 피해는 매년 400억 달러(약 46조원) 규모의 비용을 발생시킨다고 한다.

블록체인에 돼지 새끼 시절부터 올려서 도살되고 나면 각 부위별로 토큰화 해서 관리한다면 이런 문제를 시스템 상에서 차단할 수 있다. 짝퉁 음식도 유통을 거치지 않고는 판매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IBM과 중국의 칭와대 그리고 월마트가 손을 잡았다. 비트코인의 기반인 블록체인을 활용한 기술을 통해 중국의 농산물 유통에 신뢰성을 부여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중국과 미국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시험했더니 음식물의 출처를 2.2초 만에 추적할 수 있었다고 한다. 월마트의 식품 안전성 부사장 프랭크 이아니스(Frank Yiannas)는 "약 4800만 명의 미국인이 식중독과 같은 식인성 질환을 경험하고 있다"며 "우리의 방식이 자리를 잡으면 상당한 경제적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돼지 족발 하나도 '토큰화' 가능
블록체인은 돼지 한 마리 한 마리를 태어날 때부터 고유한 값으로 관리할 수 있다. 족발도 도살 단계에서부터는 고유한 값으로 관리된다. 이렇게 하면 ‘족보 없는 족발’을 유통과정에서 걸러낼 수 있다. 도살된 돼지와 네 개의 족발은 서로 연결된 고유값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개입하지 않고 시스템이 논리 값을 가지고 알아서 가짜 족발을 밀어낸다. 괴물 음식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가능성이 생긴다. 사람의 손길이 없는 비인격적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뒤틀린 욕망을 갖고 있고 쉽게 매수되며 착각하곤 한다. 그러나 블록체인에 올라간 족발은 족보가 있어야 하고 한번 올라간 돼지는 어떤 죽음을 맞이했는지 반드시 보고되어야 한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비인격적인 시스템이 관리하기 때문에 믿을 수 있고 상인은 혹시 가짜 일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반영되었을 때보다 더 비싸게 팔 수 있다.

그러나 블록체인을 해킹이 안 되는 데이터 저장방식 정도로만 보도하는 미디어는 임박한 토큰화 혁명의 이해를 방해한다. 비트코인이 몰고 온 화폐혁명이라는 거대한 물결을 놓치기 쉽다.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은 화폐현상과 결합해서 이해해야 한다. 토큰화(Tokenization) 혁명은 새로운 개념과 기술의 파급효과까지 총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기술공학적 관점 이상으로 인문학과 경영학적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상식을 또다시 부각시킨다.

특정한 농부가 키우는 돼지를 도살해서 나온 돼지 족발 네 개는 각기 다르게 포장되고 다른 ID로 관리된다. 이 때 돼지 족발 하나에 대한 토큰이 생성되는데 이 토큰은 족발이 유통되는 과정을 따라 움직이면서 소유권의 이전을 자동으로 장부에 입력한다.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자체가 거대한 회계장부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토큰은 농부에게서 도매상에게로 트럭드라버를 거쳐 대형마트로 이동하면서 소유권의 자취를 남기고 농부, 도매상 대형마트는 각자의 회계장부를 자동을 업데이트 한다. 이 토큰은 그 자체가 화폐이기 때문에 공급망 전체가 파이낸싱 구조로 재해석될 것이다.

유통의 모든 과정에는 짧으면 몇 시간에서 길면 몇 년까지 파이낸싱이 개입한다. 같은 회사 내에서의 이동이 아닌 이상 회사 간 실물의 이동과 동시에 결제의 원인이 발생한 셈이다. 그러나 결제는 다양한 이유로 실물의 이동과 같은 빈도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미리 한꺼번에 결제하기도 하고 나중에 몰아서 하기도 한다. 거래 당사자들 간의 신뢰에 기초한 우발적이고 비체계적인 파이낸싱일수도 있지만 규모가 크고 국경을 넘나드는 경우에는 제3의 거대한 금융네트워크가 개입하여 생산자 혹은 수요자에게 파이낸싱을 공급한다.

그런데 블록체인의 토큰은 파이낸싱과 쉽게 결합할 수 있기 때문에 금융네트워크의의 사업 지형을 크게 바꿀 수밖에 없다. 도시의 소비자는 농부가 키우고 있는 돼지가 도살되기 전에 한 쪽 다리에 해당하는 토큰을 미리 구입할 수 있다. 농부는 도살하기도 전에 돼지의 족발을 최종소비자에게 팔아 버리는 셈이다. 토큰을 구입한 최종소비자는 나중에 마트에 가서 토큰을 제시하고 족발을 구입할 수도 있지만 여의치 않은 경우에는 토큰을 나누거나 합하여 미리 팔고 가격의 변화위험을 회피할 수도 있다.


토큰 파이낸싱이 위험을 줄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소액투자이고 하나는 글로발 시장을 통한 신속한 유동화이다. 한 농부가 생산하는 모든 농산물을 미리 구입하는 것은 많은 위험을 동반하므로 여유 돈이 적은 일반인이 하기는 어렵다. 제도적으로도 규제기관으로부터 면허를 받은 금융기관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규제가 없다해도 커다란 모험이다.

그러나 족발 하나 수박 열통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자신이 먹을 농산물을 믿을 수 있는 농부에게 미리 구입해서 안전하게 공급받을 수 있다. 소액금융과 직거래가 만나는 개념이고 농산물의 경우 안전개념도 결합한다. 계란 하나하나를 닭의 고유번호와 연결하여 관리하고 닭은 농장의 아이디와 연결된다면 한 농가에서 살충제가 검출되었다 해서 모든 마트가 계란 판매를 중단할 필요는 없다.

게다가 소비자가 믿을 수 있는 생산자에게 닭을 구입해 맡겨놓는 방식의 주문자 생산방식까지 가능하므로 농장운영의 업태개념 자체가 바뀔 수도 있다. 소비자이자 투자자가 맡겨 논 닭과 돼지를 대신 키워주고 관리하는 서비스 업체로 말이다. 이 기법이 국경을 넘어서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의 생산자에게까지 확장되면서 선진국 중산층들이 선호하는 공정무역과도 쉽게 연결된다. 또한 실소비자가 제공하는 금융이라서 금융업이 동반하는 거품의 여지도 적어진다. 게다가 토큰은 글로벌 시장에서 바로 팔 수 있다.

글로벌 기업 진입이 규제장벽 낮출 것
구입 이후에 변심해서 거래를 물리기 위해 생산자와 실랑이를 벌일 여지가 줄어든다. 조금 할인해서 팔 수도 있으나 한정된 제품의 경우에 가격이 오른다면 더 비싸게 팔 수도 있다. 모든 생산자를 모두 신뢰할만하지도 않고 신뢰성의 수준도 제각각이지만 생산자들의 약속이행 여부도 블록체인은 기억할 것임으로 약속을 이행하는 편이 생산자에게도 장기적으로 이득이다. 이런 토큰들을 매입해서 합하고 나누어 금융파생상품을 만들어 대규모 사업을 하려하는 금융기업이 생길 수도 있다.

공급망 블록체인 토큰 파이낸싱은 앞으로 주요국가의 규제장벽들을 넘어서야한다. 그러나 신기술과 신개념이 열어 논 가능성만으로도 글로벌 기업들은 투자를 시작할 것이며 글로벌 기업들의 진출이 늘수록 규제장벽도 낮아질 것이다. 따라서 IBM 같은 글로벌 거대 기업들이 블록체인과 관련하여 그리는 그림을 행보를 따라가면 추적하는 작업이 크게 도움이 된다. IBM과 월마트는 블록체인 플렛폼으로 거대한 공급사슬파이낸싱 신개념의 유통산업을 창안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