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인사이트]
삼성전자·셀트리온 등 주도주의 ‘거부할 수 없는 유혹’, 일단 ‘연애’부터 시작하라

[한경비즈니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 삼성전자가 코스피지수를 끌고 가더니 셀트리온은 코스닥의 선두에 섰다. 집중은 차이를 만들고 차이는 소외를 경험하게 한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에 딱 어울리는 강세장이다. 투자의 고통은 밖이 아닌 안에 있다. 약세장의 고통은 견뎌도 강세장의 소외는 참기 힘들다.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격언 “사랑하지만 결혼하지 않는다”
(사진) 셀트리온의 유가증권시장 이전 상장이 결정된 9월 29일 ‘임시주주총회’를 마친 서정진 회장에게 많은 관심과 질문이 쏟아졌다. / 사진=한국경제신문

스스로 만든 고통은 사랑의 감정과 유사하다. 에리히 프롬은 사람들의 ‘사랑’을 향한 오해를 지적했다. 사랑하는 건 쉬운데, 단지 그 올바른 대상을 아직 찾지 못했다는 오해다. 사랑은 계산되지 않은 열정에서 출발하지만 그렇다고 배움의 대상이 아닌 것은 아니다.

배우고 노력해야 사랑할 수 있다. 주위를 보자. 인기남보다 평범한 친구 옆에 멋진 여자 친구가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인기남의 인기는 예전 같지 않고 평범한 친구는 점점 더 인기남이 돼 간다. 인기가 없음을 알고 준비하고 공략한 이가 멋진 여자 친구를 얻는다.

◆뜨거운 연애 ‘주도주 투자’

혁명과 사랑의 관계를 규정한 스레츠코 호르바트는 ‘사랑의 급진성’에서 사랑을 “결과가 어떻든 간에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위험 없는 사랑은 뜨겁지 않고 고통 없는 완벽한 사랑은 영화 속의 이야기일 뿐이다. 투자와 사랑은 ‘위험’으로 연결된다. 사랑을 얻기 위해 위험을 감수해야 하듯이 투자 역시 위험과 기대 수익을 기준으로 선택해야 한다.

사랑이든 투자든 미래가 불투명한 현실에서는 ‘불확실성하의 선택’일 수밖에 없다. 당연히 주관적인 위험 선호도는 의사결정에서 매우 중요한 변수다. 개인적인 위험 선호도는 타고난 자질에 의해 1차적으로 결정되지만 현재의 상황도 위험 선호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사랑이거나 투자이거나 출발은 현실 파악부터다. 하지만 더 큰 힘은 사랑에 빠질 수 있는 용기다. 상대방에게 매력을 느낀다면 거절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런저런 조건만 따진다면 사랑에 빠질 수 없다. 조건을 따지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 일상이 변한다고 하더라도 함께하고 싶다면 그냥 행동해야 한다.

주도주가 출현하면 투자자들은 이를 외면한다. 낮은 위험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기다리겠다고 한다. 하지만 사실 위험이 두려운 것이다. 로맨스 영화에서 주인공의 상대는 주변인이 아닌 잘 모르는 미지의 인물이다. 사랑이 예상하지 못한 시점에 낯선 이의 끌림에서 시작되듯이 투자도 낯선 유혹에서 출발한다.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격언 “사랑하지만 결혼하지 않는다”
물론 유혹에 빠지기보다 신중하게 결혼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다. 결혼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남의 시선보다 자신의 기준으로 상대방을 선택한다. 현재와 미래를 제대로 평가해 자신과 맞는 철학을 공유한 파트너와 함께한다.

‘아는 만큼 사랑한다’는 믿음은 가치 스타일 투자와도 맞닿는다.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경제적 해자를 지닌 기업이 자신이 계산한 기업의 가치보다 싸다면 주식을 사 지속 보유했다. 선택의 이유가 바뀌기 전까지 헤어지지 않는 결혼처럼 말이다. 결혼에서는 이성에게 인기가 없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냥 자기가 좋으면 된다. 가치 투자자는 마음이 편하다.

또 다른 유형은 연애형 투자다. 권총 방아쇠를 당겨 생을 마감했던 제시 리버모어를 떠올리면 된다. 그는 “누구든지 특정 시점에 어느 종목 혹은 어떤 업종 주식을 거래해 돈을 벌 수는 있지만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아무도 주식시장을 이길 수 없다(A man may beat a stock or a group at a certain time, but no man living can beat the stock market)”는 말을 남겼다. 굳이 분류하자면 모멘텀 투자자 내지 주도주 투자자에 해당한다.

◆왜 불같은 사랑을 두려워하나

자신이 좋아한다고 해서 주도주는 아니다. 시장 참가자들이 사랑하고 상승세를 이어 갈 때 주도주로 자리매김한다. 일반 투자자가 주도주를 선점하기는 어렵다. 주도주인 줄 알게 되는 시점은 이미 상당히 주가가 올라 있을 때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원한다면 뛰어들어야 한다. 그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기에 사랑이다. 다만 정신은 차리고 있어야 한다. 머니 게임에서 최악의 상황은 투기자가 스스로 투자자라고 착각할 때다. 최소한 자신이 투기자라고 인식한다면 게임의 끝을 속단할 이유는 없다.

아쉽게도 연애에는 유통기한이 있다. 사랑을 손으로 부여잡는 순간 대상은 예전의 매력을 잃게 된다. 그리고 곧이어 다른 이가 눈에 들어온다. 새로운 주도주가 시장에 부상하면 주도주에 대한 열정은 급격히 사그라진다. 주도주가 버블까지 치닫지만 갑자기 붕괴되는 사례다. 하지만 당장은 걱정하지 말자. 사랑에 빠져들지 못하고 주변을 기웃거리는 이가 많을 때 버블은 무너지지 않는다. 주변인마저 미친 사랑에 빠져 갈 때가 파국이다.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격언 “사랑하지만 결혼하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일이 다 그렇듯이 반복되면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면 어느새 지겨워지기 마련이다. 투자도 그렇다. 결혼은 이성에게 인기가 없느냐가 중요한 문제는 아니지만 연애는 다르다. 지금 이 순간에 빠져들지 못한다면 ‘지금 여기’의 사랑을 느낄 수 없다.

‘주식과 결혼하지 마라’는 증시 격언이 있다. 필자는 여기에 이렇게 덧붙이고 싶다. “마음에 쏙 드는 이가 있다면 결혼(가치 투자)하라. 그저 그런 마음으로는 결혼하지 마라.” 만약 당신이 사랑을 충분히 경험하고 공부했다면 사랑에 빠지기 쉬운 사람(주도주 투자자)이 되자. 연애가 좋은 것은 새로운 사랑이 찾아왔을 때 얼마든지 사랑(주도주)의 기회가 있어서다. 물론 그 사랑에 빠지는 그 순간마다 자신의 전부를 걸어야 한다. ‘사랑하지만 결혼하지 않는다’가 지금 필요한 증시 격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