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12월 4일 긴급이사회 개최, 호실적 냈지만 부채·NCR 등 위험지표 후퇴
KTB투자증권 “리스크 관리하라” 특명, 왜?
[한경비즈니스 = 이홍표 기자] 경영권 분쟁설에 휩싸인 KTB투자증권의 긴급 이사회가 마무리됐다. 12월 4일 KTB투자증권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권성문 KTB투자증권 회장과 이병철 부회장 등 7명의 이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이사회가 열렸다.

약 2시간 정도 진행된 긴급 이사회에서는 KTB투자증권이 올해 투자은행(IB) 부문 등에서 좋은 성과를 창출한 것과 관련해 발생 가능한 리스크 가능성 등에 대해 점검하는 질의와 답변이 오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사회는 소집을 요구한 임주재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주도로 이뤄졌다. 이사회 의장인 권 회장은 “임 고문께서 소집한 자리인 만큼 이야기를 주도해 보라”며 임 고문에게 주도권을 넘겼고 임 고문은 회사 실적과 관련, 경영 전반에 대해 리스크 관리 현황을 점검했다.

한 관계자는 “올해 전반은 물론 4분기에도 IB 부문에서 실적이 좋게 나오면서 내재돼 있는 리스크가 없는지에 대해 임 고문이 각 프로젝트별로 질의했을 정도로 디테일한 질문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짧은 시간 급성장한 투자금융본부

이번 이사회는 금요일 밤인 12월 1일 전격 소집 통보됐다. 긴급 이사회가 소집되자 세간의 관심은 권 회장과 이 부회장의 거취에 모아졌다. 현재 최대 주주 권 회장(지분율 23.51%)과 2대 주주 이 부회장(16.39%)이 회사의 주도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긴급 이사회가 이 부회장에 대한 해임 안건 상정 때문에 열린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긴급 이사회에서는 경영권과 관련된 언급은 자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리스크 점검’이 주요 안건이 되자 세간에선 과연 이 ‘리스크’가 무엇이냐에 관심이 모아졌다. KTB투자증권의 실적은 3분기 누적 순이익 265억원을 기록하는 등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순이익이 120.8% 급증하며 순항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KTB투자증권의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매출과 영업이익은 확실히 늘어났다. KTB투자증권의 올해 3분기 별도 누적 기준 영업이익은 290억8200만원으로 지난해 동기(140억6800만원)보다 106.72% 증가했다. 매출액도 1678억6700만원으로 전년 동기(1247억1400만원)보다 34.60% 늘었다.

이 중에서도 기업금융 부문의 실적 향상이 두드러진다. 기업금융 내에서도 인수 주선 사업의 이익이 270억원에 달한다. 이는 이병철 부회장이 이끄는 것으로 알려진 투자금융본부의 주력 분야다.

투자금융본부는 2016년 7월 이 부회장과 함께 같은 시기 KTB투자증권에 합류한 최석종 사장이 진두지휘하는 부문이다. 최 사장은 교보증권과 NH투자증권에서 프로젝트 금융을 해온 전문가다.

하지만 매출과 영업이익 성장과 반대로 자산 건전성은 뒷걸음질한 분위기다. 3분기 기준 KTB증권의 부채는 총 1조5875억여원으로 2016년 말 7900억여원과 비교해 무려 2배 가까이 급증했다. 2015년에 비해선 3배 가까이 늘었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의 재무 건전성을 평가하는 연결순자본비율(NCR)도 하락했다. 2017년 1분기 555.10%였던 NCR은 2분기 551.01%로 4.09%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3분기 NCR은 524.84%로 전 분기 대비 26.17%포인트나 하락했다.

IB업계 관계자는 “KTB투자증권 별도 기준 누적 영업이익 290억원 중 110억원가량은 자회사들의 배당수익으로 알려져 있다”며 “배당수익은 연결기준 시 차감되기 때문에 실제 이익 규모는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대체 투자는 ‘동전의 양면’과 같아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특히 투자금융본부의 수익성은 자세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KTB투자증권 투자금융본부는 신재생에너지(태양광), 항공기 금융 등 대체 투자가 사업의 핵심이다. 그런데 투자금융본부는 현재 영국 바이오매스 발전사업 투자를 놓고 효성과 83억원 규모의 법정 다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TB투자증권은 2015년 11월 현지 운영 법인에 83억원의 대출을 제공했다. 올해 9월 만기가 돌아왔지만 효성 측은 “KTB투자증권 측이 소개한 현지 업체가 부도나면서 기한 내 공사를 마치지 못했기 때문에 KTB투자증권의 책임이 있다”며 대출을 상환하지 않았고 결국 법정 싸움으로 이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라는 게 동전의 양면과 같아 수익을 내면 크게 낼 가능성이 높지만 그만큼 위험성도 크고 기간도 많이 걸리는 분야”라며 “KTB 같은 자본이 부족한 증권사에서 사업을 하기엔 위험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선 이날 열린 긴급 이사회가 비교적 조용하게 끝났지만 이를 계기로 그동안 소문만 무성하던 권 회장과 이 부회장 간 경영권 분쟁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자리에서 ‘리스크 관리’가 강조된 것은 권 회장이 이 부회장에게 보내는 경고라고 풀이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권 회장은 다음 이사회에서 부채율과 위험 자산 상승, 투자금융본부의 수익성 등을 보다 꼼꼼하게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사측은 이번 이사회가 원만하게 끝났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경영권 분쟁의 줄다리기가 이어진 자리라고 평가할 수 있다”며 “내년 안에는 재화합이든 결별이든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awlling@hankyung.com


[돋보기] 주목받는 김승유 라인 :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금융권 인사 뒤흔드나
KTB투자증권 “리스크 관리하라” 특명, 왜?
KTB투자증권의 경영권 다툼과 관련해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전 회장이 주목받고 있다. 이병철 부회장이 김승유 전 회장과 가까운 사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김 전 회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금융권 ‘4대 천왕(강만수·이팔성·어윤대·김승유)’ 중 한 명이다. 2012년 퇴임 전까지 무려 15년 동안 하나금융 최고경영자를 맡아 이른바 ‘왕회장’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특히 올해 6월 한국투자금융지주 고문으로 다시 복귀한 후 김 전 회장과 인연이 깊은 인사들이 금융권 요직에 앉으면서 영향력이 부활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김 전 회장 라인으로 분류되는 인맥은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 이병철 KTB투자증권 부회장 등이다. 올해 9월 취임한 최 원장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강력하게 추천한 인사로 알려진다. 2010년 김 전 회장의 영입으로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과 2012년 하나금융지주 사장을 역임해 금융권에서는 ‘김승유 사단’으로 불린다. 김승유 전 회장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고려대 동문이다.

김지완 BNK금융 회장 역시 2008년 하나대투증권(현 하나금융투자) 사장을 거쳐 2012년 하나금융 부회장, 하나금융 상임고문을 역임했다.

또 이병철 KTB투자증권 부회장도 김승유 사단의 인물로 분류된다. 김 전 회장이 하나금융 회장으로 있던 2010년 이 부회장이 대표로 있던 다올부동산신탁을 인수하면서 하나금융과 인연을 맺어 부동산 사업을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