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제 1241호 (2019년 09월 11일)

분양가 상한제, 정부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 투기지역과 일반지역 ‘집값 양극화’ 초래될 가능성 높아


오는 10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희소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신축 아파트의 청약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8월 28일 1순위 청약에서 최고 112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 모델하우스./ 연합뉴스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분양가 상한제는 주택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이번 조치는 수도권 집값 안정을 위해 투기과열지구를 정조준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번 조치가 8·2조치에 이어 시장에서 정책 의도와 반대로 작동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수도권에서 투기과열지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가구 수 기준으로 43%에 달한다. 그런데 투기과열지구에 남아 있는 미분양 재고는 수도권의 1%에 불과하다.

2019년 6월 말기준으로 수도권 전체에 미분양 물량이 1만1608채가 남아 있는데 서울에 123채, 하남에 20채가 남아 있을 뿐 과천·광명·분당에는 한 채의 미분양 물량도 없다.

가구 수를 감안해 보면 투기과열지구의 미분양 물량이 전체 미분양 물량의 43% 정도는 돼야 하는데 1%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은 투기과열지구가 수요 대비 공급 부족 지역이라는 뜻이다.

◆ 공급의 왜곡 현상 발생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되면 공급이 줄어들게 된다. 과거의 통계치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건설사는 같은 성남시라도 분당구에서 분양하면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분양가를 높게 받을 수 없고 수정구나 중원구에서 분양하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 받지 않아) 높은 분양가를 받을 수 있는데 굳이 분당에서 분양할 이유가 없다.

건설사는 가능한 한 수익이 더 나은 곳에 공급하려고 하기 때문에 투기과열지구에서는 공급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면 정부는 왜 분양가 상한제를 전국적으로 시행하지 않을까. 현재의 경제 상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부진한 내수 경기에다 최근에는 일본 리스크 등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는 경제 상황에서 건설 경기까지 침체된다면 벼룩 잡으려다 초가집 태우는 결과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전체 건설 물량을 줄이지 않고 특정 지역의 집값만 잡을 수 있는 방법으로 투기과열지구에서만 분양가 상한제를 실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문제는 그로 인해 공급의 왜곡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공급이 필요한 A지역은 공급을 기피하게 되고 공급이 덜 필요한 B지역에는 A지역에서 공급하지 못한 물량까지 더해 공급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번 조치가 과연 재건축 시장을 위축시킬까. 재건축 단지도 관리처분인가 전이라면 서두를 필요가 없다. 재건축을 하면 일반 분양을 하는데 본인이 가진 대지 지분을 나눠 주는 대가가 바로 일반 분양이다.

재건축이나 재개발의 사업 모델은 본인이 소유한 대지 지분의 일부를 일반 분양이라는 형태로 팔아 공사비의 일부를 충당하는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는 결국 재건축이나 재개발 조합원에게 자신의 땅을 일반 청약자에게 시세보다 싸게 팔라는 것이다.

결국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되면 재건축이나 재개발은 수익이 줄기 때문에 동의율이 떨어지면서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그래서 시장에 공급이 줄어드는 결과가 나타나게 된다. 특히 수도권 투기과열지구는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통하지 않고서는 아파트를 공급할 방법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 공급 부족 지역은 호재로 작용

물론 재건축 사업이라고 모두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일대일 재건축을 하면 일반 분양분이 없으므로 분양가 상한제 자체가 의미가 없어진다. 강남과 같이 집값이 비싼 지역은 건물 값이 비싼 것이 아니라 땅값이 비싸기 때문에 집값이 비싼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재건축 아파트의 가치는 대지 지분이지 30년이 넘은 낡은 건물이 아니라는 뜻이다. 재건축 후에도 대지 지분이 줄어들지 않는 방법은 일대일 재건축이 유일하다. 문제는 이 때문에 일대일 재건축을 하는 단지가 늘어날수록 시장에 공급 물량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분양가 상한제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받는 1순위는 이미 관리처분인가까지 받아 놓은 재건축 단지들이고 그다음은 용적률이 낮아 일대일 재건축이 손해인 저층 재건축 단지들이다. 이에 비해 용적률이 높은 중층 재건축 단지는 이번 조치에 영향을 덜 받는다. 일대일 재건축이라는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택 시장 전체로 보면 이번 조치를 악재만으로 볼 수 없다. 상대적으로 이익을 보는 단지가 더 많기 때문이다. 분양가 상한제라는 것은 그 지역에 공급을 줄이겠다는 시그널이다. 이는 기존 아파트의 희소성을 보장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특히 그 지역이 공급 부족 지역이라면 분양가 상한제는 악재가 아니라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이번 조치의 대상 지역인 서울·과천·광명·분당은 오히려 이번 조치에 힘입어 상승세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하남도 이번 조치가 호재로 작용하지만 3만2000호에 달하는 하남 교산 지구의 3기 신도시 공급 물량이 걸림돌이 될 것이다.

그러면 개인은 어떤 포지셔닝을 취하는 것이 좋을까. 청약 가점이 높고 자금이 충분한 실수요자는 이번에 싸게 나오는 재건축 일반 분양을 노려보는 것이 좋다. 이번 조치가 재건축 조합원의 땅을 일반 청약자에게 헐값에 넘기라는 조치인 만큼 당첨만 되면 대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청약 가점이 낮은 사람은 그림의 떡이다. 청약해 보면 알겠지만 세상에 돈 많은 무주택자가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문제는 ‘기다리면 언젠가는 당첨되겠지’라며 막연하게 기다리는 동안 기존 집을 살 기회를 놓치게 된다는 점이다.

더구나 유주택자가 기존에 있는 집을 팔아 무주택자가 된 후 청약에 도전해 보겠다는 전략은 상당히 위험하다. 무주택 기간이 짧아 청약 가점이 낮기 때문에 청약에 당첨될 가능성이 낮을 뿐만 아니라 그 기간 동안 기존 집값도 오르기 때문에 나중에 본인이 판 돈으로 자신이 판 집 근처에서 집을 살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번 분양가 상한제는 정부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수도권에 30만 채를 공급할 계획이라 공급 부족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문제는 그 30만 채 중에서 하남을 제외하고 투기과열지구에 공급되는 물량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결국 이번 분양가 상한제 때문에 장기적으로 (공급이 줄어들) 투기과열지구와 (공급이 원활한) 일반 지역의 집값 양극화가 초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1호(2019.09.09 ~ 2019.09.1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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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9-09-03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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