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 40개월간 이어진 하락 멈추고 10월부터 상승 전환
셰일가스 혁명에 울산 주택 시장 ‘반등’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울산 주택 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2016년 5월부터 2019년 9월까지 3년 4개월 동안 하락을 멈추고 반등을 노리고 있다.

KB국민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울산 아파트 매매가는 11.2%나 하락했다. 5개 광역시 중 이 기간 동안 집값이 내린 지역은 울산이 유일하다. 그동안 울산 주택 시장이 하락세를 보였던 것은 국제 금융 위기 여파 때문이다.

세계 교역량이 줄어들자 새로 배를 발주하는 선사들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세계 1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이 자리한 울산의 지역 경기가 침체 일로에 빠졌고 울산 집값 하락에 영향을 끼쳤던 것이다.

이런 현상은 울산에서만 나타난 것이 아니라 조선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은 거제시에도 나타났다.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이 있는 거제시는 같은 기간 동안 아파트 값이 19.8%나 하락해 전국에서 하락률 1위를 기록했다.

◆ 전국 평균 상승률 웃돌아

그런데 울산에도 햇살이 들고 있다. 40개월간의 하락을 멈추고 올해 10월부터 아파트 시세가 반등하고 있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전주 대비 상승률이 10월 둘째 주에 0.01%를 기록해 상승 반전된 뒤 셋째 주에 0.06%, 넷째 주에 0.08%로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 셋째 주부터 전국 평균 상승률을 추월한 것이다.

이렇게 시세가 극적으로 반등한 이유는 조선업 경기가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갑자기 한국 조선 산업의 가격 경쟁력이 중국보다 좋아진 것이 아닐 텐데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

그 반등의 시초는 미국의 셰일가스 혁명에서 시작됐다. 그동안 땅속에 널려 있었지만 경제성이 떨어져 채굴하지 못했던 셰일이라는 퇴적암에서 천연가스를 과거보다 싸게 채굴하는 기술을 미국에서 개발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미국은 에너지 수입국에서 에너지 수출국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천연가스는 보관하기가 쉽지 않다. 기체인 천연가스는 보관하자면 이를 압축해 액체 상태로 만들어 보관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고압과 저온을 유지할 수 있는 특수 저장 시설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장기간 보관해 쓰기에는 천연가스가 경제성 있는 에너지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래서 천연가스는 생산하는 만큼 소비가 바로 일어나야 경제성을 유지할 수 있다.

문제는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의 양이 미국 내의 소비량보다 많다는 데 있다. 이는 미국의 천연가스를 대규모로 수입할 나라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수요처가 바로 유럽이다. 문제는 미국과 유럽 사이에는 대서양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에 가스관을 설치할 수 없다.

결국 배로 날라야 한다. 그런데 기존의 유조선에 이를 담을 수 없다. 원유는 액체여서 그릇과 같이 생긴 곳에 담아 운반하면 되지만 천연가스는 기체로 다 날아가 버린다.

그러므로 밀폐 용기에 담아 운반해야 하는데 그 효율을 높이기 위해 액체로 만들어 운반하는 것이다. 기체를 액체로 만들면 600분의 1로 부피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든 액체 상태의 천연가스를 액화천연가스(LNG)라고 하는데 LNG를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섭씨 영하 162도를 유지해야 하고 높은 압력을 유지할 수 있는 특수 용기가 필요하다. 이런 용기를 갖춘 배를 LNG 운반선이라고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LNG선은 유조선이나 컨테이너선보다 훨씬 기술 집약적인 배이고 고부가가치의 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세계 조선 산업의 3대 강자인 한국·일본·중국 중에서 다행스럽게도 중국은 LNG선을 만들 기술력을 아직 갖추지 못했다.

◆ LNG선 싹쓸이 수주로 조선 경기 살아나

그러면 일본은 왜 힘을 못 쓸까. LNG선은 보관 용기의 형태에 따라 모스 타입과 멤브레인 타입으로 나뉜다. 모스 타입은 안전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지만 경제성이 떨어진다.

이에 비해 멤브레인 타입은 경제성은 최고지만 안전성 면에서는 모스 타입보다 뒤쳐진다. 이에 따라 과거에는 모스 타입과 멤브레인 타입이 모두 시장에서 살아남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멤브레인 타입에 안정성을 더 확보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지금의 LNG선은 멤브레인 타입이 대세를 차지하고 있다. 안전성도 모스 타입과 비슷해지면서 경제성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세계 제1의 멤브레인 타입의 LNG 조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발주된 65척의 LNG선 중 한국이 86%인 56척을 수주했다. 올해만 놓고 보면 1~8월까지 발주된 대형 LNG선 27척 중 24척을 한국의 조선 3사가 수주했다.

결국 셰일가스 혁명이 울산 지역 경제를 살린 것이고 이에 따라 울산 지역의 집값도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도 반론이 있을 수 있다. LNG선은 조선업 전체로 볼 때 주류가 아니고 그보다 발주 양이 많은 컨테이너선이나 유조선 분야에서는 중국의 가격 경쟁력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재반론은 가능하다. 지금 컨테이너선이나 유조선 등의 연료는 벙커C유 등 환경오염이 심한 연료를 쓰고 있는데 2020년부터 선박 연료의 황 함유량 기준이 대폭 강화됨에 따라 친환경 연료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

이런 환경 규제는 점점 강화되는 추세이므로 앞으로는 친환경 연료인 LNG를 연료로 쓰는 선박의 비율이 점점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LNG 운반선뿐만 아니라 LNG 추진선도 LNG를 담아 둘 연료통이 필요한데 여기에도 기술이 필요할 것이고 이 분야의 노하우가 가장 많이 축적된 한국의 조선 3사가 경쟁력이 더 있다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런 조선업의 반등이 울산 지역 경기를 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울산 지역의 집값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9호(2019.11.04 ~ 2019.11.1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