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읽는 부동산]-개방감 상실로 인한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어
신축 아파트로 인한 ‘조망권 침해’ 보상 받을 수 있을까
[이승태 법무법인 도시와사람 대표변호사]아파트 분양 홍보물 속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를 꼽으라면 ‘조망’이 그중 하나일 것이다.

주택을 선택하는 기준이 다양하지만 소득 수준이 점차 증가하면서 주거 환경을 아파트 선택의 중요한 기준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일조 상황보다 조망의 가치에 비중을 더 두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수도권의 681개 아파트 단지의 총5547개 동을 대상으로 2007년쯤 로열 동의 기준에 대해 조사한 결과 놀랍게도 ‘조망’을 선택한 가구 수가 무려 49.6%에 이르렀다. 그다음이 ‘정온함’ 그리고 ‘향과 일조’를 꼽았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한강 조망의 가능 여부에 따라 같은 평형 아파트의 가격 차이가 최대 54%에 이른다. 이렇게 조망은 단순한 미적·주관적 가치를 넘어 부동산 시장에서 아파트를 선택하고 가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한편 실제 부동산 시장에서 형성되는 조망에 대한 가치가 법적으로 어떠한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예를 들어 한강 조망이 수려할 뿐만 아니라 탁 트인 조망으로 개방감이 매우 뛰어났던 아파트 앞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신축 아파트의 공사를 금지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조망에 대한 법적 태도는 20여 년을 두고 조금씩 변화해 왔다. 일부 학자들은 조망이나 경관을 구체적 권리로 인식하지 않고 조망에 대한 보호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어느 토지나 건물의 소유자가 종전부터 향유하고 있던 조망이 하나의 생활 이익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된다면 원칙적으로 조망 이익이 법적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었다.

이러한 대법원의 판결을 기초로 2002년쯤 대표적인 아파트 조망과 관련된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됐다.

용산구 이촌동에 자리한 아파트 소유자들이 새로 신축되는 아파트 때문에 한강 조망이 침해됐을 뿐만 아니라 하늘을 볼 수 있는 비율인 천공률이 극히 감소해 압박감이 심하게 발생했다면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 사건은 1심에서 아파트 주민들이 전부 패소했다가 항소심에서 주민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1심 판결을 뒤집었다. 그런데 대법원은 한강변의 아파트들처럼 인공적으로 건물의 층수를 높여 얻게 된 조망 이익은 보호할 수 없다고 판결, 더 이상 아파트에서 한강 조망 등 경관 침해를 이유로 공사를 금지시키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고 말았다.

다만 여관이나 식당 등과 같이 영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경관 조망 이익이나 애초부터 경관을 조망할 것을 목적으로 건물이 건축됐고 그러한 이익을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다면 예외적으로 경관에 대한 가치를 인정할 수 있다는 여지는 남겨 뒀다.

이러한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한강이나 제주도 바다에 대한 경관 조망이 침해됐다는 이유로 일부 하급심 법원에서 신축 공사를 잠정적으로 금지시키는 결정이 나오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소송에서는 경관 이익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서 한 가지 더 집고 넘어가야 하는 또 하나의 조망 가치는 건물의 신축으로 압박감이 커지고 개방감이 상실된 부분이다. 대법원은 일조권 침해가 참을 수 있는 정도를 넘는다면 일조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에 더해 개방감이 상실된 부분에 대한 손해도 배상하라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2014년 대법원이 다시 방침을 조금 변경해 창에서 하늘이 보이는 면적 비율을 나타내는 천공률이나 외부 조망을 차단하는 면적 비율인 조망 침해율만 아니라 건물의 전체적인 상황이나 건축주의 방해 조치나 손해 회피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면서 기존의 판결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제시했다. 그 이후 개방감 상실에 따른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법이 종종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시대에 뒤처지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너무도 당연히 경관과 개방감에 대한 가치를 경제적 이익으로 평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에서는 그러한 경제적 가치의 보호에 인색하다면 억울한 피해자들이 늘어나지 않을지 우려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2호(2019.11.25 ~ 2019.12.0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