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연 엔써즈 대표

김길연 엔써즈(www.enswer.me) 대표는 불가능한 꿈을 꿨던 인물이다. ‘전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동영상을 언제 어디서나 쉽게 검색할 수 있는 기술을 내놓자. 그것으로 세상을 바꾸자.’ 이게 김 대표가 엔써즈를 설립하면서 꿨던 ‘불가능한’ 꿈이었다.

이게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이유는 우선 그가 동영상 검색을 영상 제목(텍스트)뿐만 아니라 내용으로도 검색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왔는데 아무도 이를 완전하게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불법적인 동영상 유통 사이트가 워낙 많아 거기에서 유통되는 영상 정보를 얼마나 걸러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을 개발하고 업체들과 일일이 만나 계약을 체결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들 것으로 예상돼 왔기 때문에 선뜻 이 사업에 참여하려는 회사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는 이런 어려운 일들을 해내고 있다. 예상대로 시간이 걸리고 있지만 하나씩 해결하면서 엔써즈는 점차 빛을 보고 있다. 동영상 검색 기술 기반을 마련하고나자 인터넷에서 동영상에서의 합법적인 유통을 가능하게 하는 방안이 마련됐고 이제는 해외로 진출해 전 세계의 동영상을 온라인에서 합법적으로 유통하는 방안까지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엔써즈의 꿈이 점점 현실화돼 가고 있는 것이다. 용산에 있는 엔써즈 사무실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세상의 모든 ‘가치있는’, 그리고 ‘합법적인’ 동영상= 김 대표가 2007년에 창업한 엔써즈는 동영상 검색 기술 및 저작권 관리 솔루션을 주력으로 하는 업체다. 국내 스타트업 중에 잇따라 두 번에 걸쳐 국내외 벤처캐피털(VC)로부터 투자를 받은 유일한 스타트업 기업이기도 하다. 이 회사의 전망에 대한 외부의 평가를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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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중반의 젊은 벤처기업인 김 대표에게 엔써즈는 벌써 두 번째 창업이다. 정확히 10년 전인 지난 2000년에 음성 인식 기술로 창업에 나섰지만 너무 일찍 문을 여는 바람에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실패를 겪었다.

하지만 그가 이때 연구했던 음성 인식 기술이 헛된 것은 아니었다. 이때 그는 동영상 검색에 필요한 기술적인 단초를 얻었다. 엔써즈는 현재 ‘동영상 검색’에 회사의 핵심 역량을 쏟아 붓고 있다.

세상의 모든 동영상을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찾을 수 있게 하겠다는 게 김 대표의 꿈이다.

엔써즈의 동영상 검색 서비스 ‘엔써미(www.enswerme.com)’는 ‘답하다(answer)’와 ‘내게(me)’를 합성한 이름이다. 여기에는 사용자가 원하는 동영상을 콕 찍어 보여주겠다는 포부가 담겨 있다.

동영상들이 넘쳐나는 인터넷이라고 하지만 막상 원하는 동영상을 찾으려고 하면 얼마나 힘든지 사용자들은 모두 최소한 한 번씩은 그런 경험을 갖고 있다. 관련 제목을 입력해도 엉뚱한 동영상이 나오기 일쑤다. ‘엔써미’는 이 문제점을 해결했다.

“핵심은 같은 주제의 동영상을 묶어서 보여주는 겁니다. 제목이 있든 없든 혹은 한글이든 영어든 원하는 동영상을 모두 찾아냅니다. 글자가 아닌 영상을 검색하는 비결 덕분입니다. ‘소녀시대’를 입력하면 텍스트를 기반으로 동영상을 찾는 것이 아니라 소녀시대에 해당하는 영상신호와 일치하는 동영상을 모두 찾아내는 겁니다. 동영상에서 ‘영상 DNA’를 뽑아내 검색 결과로 보여주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이런 시도는 세계 최대 인터넷 업체인 구글도, 글로벌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나 검색 1세대인 야후도 하지 못한 일이다. 동영상을 가장 정확하고 빠르게 검색할 수 있는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되려는 것이 엔써즈의 전략이다.

◆ 검색을 위해선 합법 동영상 시장 형성이 먼저 = 하지만 검색을 위해선 그에 걸맞은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기껏 검색했는데 그 동영상이 불법 콘텐츠여서 보는데 제약이 있거나, 그걸 다운받았다가 문제가 생기거나 아니면 나중에 찾아보니 사라지거나 하면 되겠습니까?”

허가받지 않은 채 불법으로 복제돼 유통되는 방송 콘텐츠를 비롯해 불법물이 판을 치는 동영상 시장을 이대로 두고선 동영상 검색 시장은 꿈도 꾸지 못하겠다고 생각한 김 대표는 아예 합법적인 동영상 시장을 만들어 가기로 결심했다.

웹하드가 가장 큰 문제였다. 지난해 초까지 국내 130~140여 개에 달하는 웹하드는 대부분 방송사나 영화사 등 콘텐츠 제작사에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운영되고 있었다. 여기에서 유통되는 영화·드라마·뉴스 등 다양한 동영상이 합법적으로 거래되고 이를 통해 방송사를 비롯한 저작권자와 유통사가 모두 이익을 볼 수 있다면 이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이 일을 엔써즈는 해냈다. 80여 개에 달하는 웹하드·방송사·엔써즈가 계약, 엔써즈의 독자적인 저작권 관리 솔루션을 지난해 말부터 웹하드에 적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웹하드는 방송 콘텐츠를 합법적으로 유통할 수 있게 됐고 이용자들은 안심하고 다운로드할 수 있게 됐으며 방송사들은 뜻하지 않은 수익을 얻게 됐다. 물론 엔써즈도 솔루션 사용료 및 수수료를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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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벤처 = 엔써즈는 국내에서 흔하지 않은 인터넷 분야의 기술 벤처다. 동영상 검색 시 영상 DNA를 추출해 이를 기반으로 동영상의 진위 여부를 판별하는 기술 분야에서 국내에서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런 기술을 기반으로 창업 당시 소프트뱅크로부터 투자를 유치했고 지난해엔 KT·스톤브릿지캐피탈·소프트뱅크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현재 엔써즈는 한 분야의 기술에서 가장 앞서면 새로운 시장을 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엔써즈의 동영상 검색 및 저작권 관리 솔루션에 대한 기술은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 인터넷에서 동영상과 관련된 각종 통계치를 잡는데도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최근까지 동영상 분야의 가장 큰 애로 사항 중 하나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얼마나 뿌려지고 어떻게 소비되는지 전혀 파악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대용량 데이터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술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엔써즈의 기술로 동영상을 통계화, 온라인 시청률을 수치화할 수 있게 됐고 지금까지 모호했던 광고 단가도 매길 수 있게 됐다. 결과적으로 엔써즈는 불법 동영상을 정식 수익 채널로 삼을 수 있는 확실한 길을 연 셈이다.

◆ 해외시장에 도전 = 엔써즈는 2월 초 일본에 지사를 설립하고 일본 내에서 엔써즈의 동영상 핑거 프린팅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우선 일본 내 대형 광고 대행사와 협력해 일본 방송의 온라인 동영상 저작권을 모니터링하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6~7월에 개최된 2010 남아공 월드컵의 일본 내 온라인 동영상 저작권 관리 및 향후 온라인 유통 사업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해외시장도 충분히 개척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내년에는 미국 진출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준비가 진행 중이다. 스탠퍼드대 출신인 셔먼 리 이사가 미국 팰러앨토 지역을 수시로 오가며 현지 사업을 타진하고 있다.

김 대표는 “현재는 해외 동영상 콘텐츠가 한국 유통을 원하는 경우에 엔써즈가 나서서 저작권 관리 솔루션 등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세계의 동영상 콘텐츠 관리뿐만 아니라 검색 서비스도 제공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임원기 한국경제 산업부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