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여린 스픽케어 사장

강남역·종로·압구정…. 과거 영어학원이 밀집해 있던 지역이다. 지금도 이곳에는 수많은 학원들이 모여 있다. 그런데 이 학원들의 분포를 유심히 살펴보면 불과 10여 년 전에 비해 확연히 달라진 점 하나를 알게 된다.

영어 회화 학원이 자취를 감춘 것이다. 영어 회화 학원은 모두 수험 영어 대비 학원으로 바뀌었다. 토플·토익·승진영어시험 등에 대비하는 강좌를 위주로 한 학원으로 모두 변신한 것이다. 영어 회화 학원에 대한 수요는 그럼 어디로 옮겨갔을까. 전화 영어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하지만 전화 영어에도 단점이 있다. 우선 투입하는 시간에 비해 비싸다는 점. 원어민이 대부분 필리핀 등 제3세계에서 영어를 쓰고 자란 사람들이기 때문에 수준이 의심스럽다는 점.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이 역시 잡담만 하다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기 십상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또 한 가지 영어를 어느 정도 하지 않고는 시작조차 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이런 단점을 파고든 회사가 있다. 영어 회화 교육 전문 사이트 스픽케어닷컴이 그것이다.

◆ 발음 교정과 말하는 법 강의에 올인 = 스픽케어는 스피크(Speak)와 케어(Care)를 합친 말이다. 말 그대로 말하는 법을 가르치고 바로잡아준다는 뜻이다. 스픽케어는 아주 쉽게 말하면 전화 영어의 인터넷판 서비스다. 전화 영어와 마찬가지로 타깃으로 삼고 있는 고객층은 승진을 앞둔 직장인과 공무원, 그리고 취업을 앞둔 대학생·대학원생 등 성인층이다.
[한국의 스타트업] 전화 영어 인터넷판…기획력 돋보여
스티브 잡스 애플 회장,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 연설로 유명한 해외 유명인의 최신 동영상을 업데이트하는 ‘스피킹 사대천왕’이나 미흡한 부분을 별도로 요약해 복습하는 플래시 기반의 ‘센텐스 헌팅’ 등 기획력이 돋보이는 콘텐츠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스픽케어가 우선 선보인 교육과정은 토익 스피킹 시험 준비 과정과 국제 공인 영어 회화 평가 오픽(OPIc) 준비 과정 등 두 가지다.

대중 시장을 공략하기 때문에 서비스 가격을 최대한 낮추는 데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실제 시험 대비에 필요한 정규 교육과정만 유료로 제공하고, 이를 제외한 다른 콘텐츠는 무료로 제공한다.

월 14만8000원에 매일 10분씩 원어민과 전화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이 원어민들은 국내 거주자가 아니라 미국에 거주하는 현지인들이다.

◆ 이투스 창업 멤버들로 이뤄진 창업진 = 스픽케어 홈페이지를 방문한 사람들은 ‘벤처기업이 만든 사이트일 텐데,굉장히 탄탄하다’는 느낌을 받을게 분명하다. 군더더기 없이 영어 공부와 취업 준비, 이와 관련된 각종 상담이나 대비 노하우 등 관련 페이지로만 사이트가 구성됐다. 각각의 콘텐츠구성이나 배치도 깔끔하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한마디로 기획한 사람의 ‘내공’이 느껴진다.
[한국의 스타트업] 전화 영어 인터넷판…기획력 돋보여
이 단단함의 근원은 창업자들로부터 나온다. 대표를 맡고 있는 심여린 사장, 스픽케어 창업자인 이비호 최고전략책임자(CSO·부사장), 기술을 총괄하고 있는 양회봉 최고기술책임자(CTO·이사).

이 부사장과 양 이사는 이투스 창업 멤버로 같이 일한 적이 있다. 양 이사는 창업 초기 함께 있다가 학업을 위해 회사를 그만뒀다. 이 부사장, 양 이사, 그리고 심 사장 등 세 사람은 서울대 벤처 창업 동아리 멤버이기도 하다. 이 부사장과 심 사장은 부부다.

22세에 이투스를 공동 창업하고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전화 영어인 ‘스피쿠스’를 개발했던 이 부사장이 직접 커리큘럼을 개발했다. CJ오쇼핑과 NHN에서 6년간 직장 생활을 한 심 사장은 이 부사장이 SK커뮤니케이션즈에 있던 2006년 결혼한 뒤 남편이 2008년 설립한 스픽케어에 대표이사로 전격 영입(?)됐다. 양 이사는 KT에 있다가 이 부사장의 설득으로 다시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 사업 타당성 조사 위해 미국 방문도 = 회사를 설립한 것은 2008년 7월인데, 서비스는 올해 6월에 오픈했다. 그동안 준비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는 뜻이다. 이 부사장은 SK커뮤니케이션즈에 있던 시절부터 자기 사업을 다시 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런데 처음에 방향을 잘 잡지 못해 고민하는 시기가 있었던 것 같다. 그때 영어 말하기 교정과 관련된 지금의 사업 아이디어를 제안한 사람이 아내이자 대표를 맡고 있는 심 사장이다.

한국에서 영어 말하기 교정 사업이 통할까. 부부는 이 점이 궁금했다. 영어 말하기를 위해선 네이티브 스피커를 확보하는 게 제일 중요한데, 그들이 생각하기에 네이티브에도 레벨이 있었다.

가장 좋은 건 역시 북미권의 영어 교육을 해 본 사람들을 스픽케어가 채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해 10월 미국으로 건너갔죠. 미시간주립대(MSU)에서 미국의 교육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개최하고 스픽케어의 아이디어를 소개했습니다.” 심 사장의 설명이다.

미국에서의 반응은 기대보다 훨씬 좋았다. 자신들이 말하기 교육에 참여하고 싶다는 사람들도 줄을 이었다. 미시간 주의 고용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미시간 주 정부의 초청도 받았다. 현재 스픽케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영어 교사는 30여 명이지만 등록 교사는 100명이 넘는다.

회원이 늘어나도 충분히 감당할 만큼의 자원을 확보해 놓고 있다. 이런 전문성을 확보해서일까. 미국에서 공부하던 사람들이 한국에 들어와서 스픽케어로 다시 공부할 만큼 평가를 받고 있다.

10월 셋째 주에 론칭한 토론 스피킹 완성반도 오픈하자마자 대기자가 몰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주 5회(매일 20분씩) 기준으로 한 달 수강료가 17만8000원이니 비싸지는 않지만 만만치 않은 가격인데도 수요자가 많다는 뜻이다.

이 상품은 영어 토론과 외고 입시를 준비하는 상품이다. 스픽케어는 이를 위해 미시간주립대 석사 이상의 학력을 가진 현재 대학 강사를 중심으로 강사진을 섭외했다.

◆ 초보자용 스피킹 맥스(Speaking Max) 11월 말 오픈 = 하지만 스픽케어가 준비하고 있는 회심의 프로젝트는 따로 있다. 스픽케어로서는 본 게임을 아직 시작도 안 한 셈이다. 완전 초보자용 영어 스피킹 훈련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이 부사장은 이를 스피킹 맥스(Speaking Max)라고 명명하고 11월 말께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스피킹 맥스는 기본적인 대화의 시작 자체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아주 실질적인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이 부사장이 10월 중순 직접 미국으로 날아가 촬영했다. 촬영지는 미국의 보스턴과 뉴욕.

하버드대와 컬럼비아대 등 아이비리그 대학에 재학 중인 대학생들이 직접 출연했다. 콘셉트는 ‘아이비리그 사람들도 이렇게 말한다’이다. 심 사장은 “아이비리그에 다니는 최고급 인재들도 이렇게 쉬운 영어로 말한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고 그들의 말을 따라하면서 배울 수 있게 하려고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왜 이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이 부사장이 설명했다. “막상 서비스를 오픈하고 보니 시험용 영어 말하기 시장이 경쟁은 치열한데 배우는 사람이 한정돼 있더라고요. 말하는 것 자체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분들은 시험은 고사하고 말하기 자체에 접근하길 힘들어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런 두려움을 없애주고 영어 말하기를 시작할 수 있게 할 필요성을 느꼈죠.”

초보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에는 재밌는 요소도 많이 도입했다. “강의 자체에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고 소셜 게임의 요소를 도입해 다른 이들과 경쟁도 할 수 있게 했습니다.” 심 사장의 설명이다. 강의에 도입된 새로운 시도는 뭘까. 딱딱하게 칠판을 뒤에 놓고 하는 그런 강의가 아니라 원어민이 마치 거리에서 학습자와 만나 대화하는 듯한 느낌과 분위기를 살린 게 대표적인 예다.

오프라인 참고서와 온라인 교육 비즈니스에서 큰 성과를 냈던 이투스 창업자 출신들이 이번에도 큰일을 저지를 수 있을까. 30대 초반인 이들은 여전히 젊다. 그리고 이들은 선배들이 어려워했던 일들도 즐겁게 하고 있는 듯하다.

임원기 한국경제 산업부 기자 wonkis@hankyung.com